[결국 中, 대미 보복관세 개시…원치않는 무역전쟁 시작]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관세부과에 맞서 10일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며 미국을 향해 보복관세를 선언했던 중국이 결국 원하지 않는 무역전쟁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중국은 미국이 2월 1일부터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자 미중정상간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회피하면서 시진핑의 의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갈 길마저 잃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분석가들은 중국이 10일에 14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두 거대 경제권이 분쟁을 해소하지 못하면 중국과 미국이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재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베이징이 미국과 멕시코로의 펜타닐 관련 수출을 규제하도록 강요했으며, 중국이 보복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미중간 무역전쟁 제2라운드가 타결되거나 진정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의 전문가인 장얀선은 FT에 “이것은 무역전쟁의 시작일 수 있다”면서 “매우, 매우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주요 무역 적대감을 피하기 위해 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미 관세 부과 전인 지난 3일 오후 시진핑 주석과 “아마 24시간 내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혀 톱다운(하향식) 방식에 의한 타결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미국의 대 중국 관세 부과 이후 곧바로 중국이 예상외로 10일부터 보복관세를 천명하고 나오자,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 “10%의 추가 관세는 중국을 향한 관세 부과의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당국이 예상했던 범위를 완전히 일탈한 것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일단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즉시도 아니고 10일 정도의 여유를 두면서 그 기간동안 미국측과 협상을 시도해 미중간 갈등이 관세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베이징 당국은 계속해서 트럼프-시진핑 양자간 전화통화를 통한 회담을 열기를 원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수화기를 든다는 것 자체가 중국의 압박에 미국이 손을 든 것처럼 보인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시진핑 주석과 빠른 시일내에 전화 회담을 할 계획은 없다”면서 양국간 협상 자체를 거부해 버린 것이다.
사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보복을 하겠다고 꺼내든 카드는 별 실속이 없는 것들이었다. 전문가들도 중국이 내놓은 대미 보복 조치들은 종류만 많았을 뿐, 대미 타격 측면에서는 강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중국의 보복 관세 개시 전 미중 양국이 협상을 통해 합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를 잘못 분석한 결과였다. 어줍잖은 중국의 보복 방침이 트럼프의 화를 키웠고, 결국 중국은 엄청난 손해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에번스 프리처드 중국경제팀장은 이코노미스트에 “중국의 보복이 약 200억 달러(약 29조원) 상당의 수입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트럼프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는 4500억 달러(약 652조원) 상당의 중국 상품에 부과될 것”이라며 “미국에 모종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신중하게 고려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의 속내를 알 수 있는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5일자 사설에서 “신중하게 선별된 대응 목록은 중·미 경제 관계 전반을 해치지 않도록 한 맞춤형”이라며 “새롭게 발표된 대응조치가 발효되기까지 6일이 걸릴 것을 고려하면, 양측이 무역전쟁의 무모한 확대를 피하기 위한 탈출구를 협상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바램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이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중국을 향해 어떠한 추가 보복 관세를 행할지 그저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그러한 미국의 보복 관세 부과에 중국이 별도로 대응할 카드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해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이 보복 관세를 발표한 이후로 새로운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괜한 자존심이 미중간 협상 진전을 가로막았다]
그런데 미중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 배경에는 중국의 쓸데없는 자존심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FT는 “베이징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충격 전술이 시진핑과 빠르게 합의에 도달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역효과가 났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관세 발표와 이행 사이에 이틀의 기간이 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시진핑이 트럼프와 대화하기를 원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진핑 입장에서는 너무 급박한 시간이었다”고 짚었다.
원래 시진핑의 스타일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는 경영자답게 즉흥적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또 그런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시진핑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현안이 생기면 먼저 참모진들의 조언을 듣고 내용을 정리하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트럼프의 대화 스타일에 부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 산하의 중국사회과학연구원(CASS)의 마 웨이 연구원은 FT에 “중국은 원래 누군가에 의해 끌려다니는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평등한 관계에서 평등한 합의를 원하는데 먼저 중국에게 관세를 부과해 놓고 대화를 하자는 것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도 “이러한 미국의 전술은 ‘성하지맹(成夏智孟)’이라는 중국의 속담과 유사한데, 이는 적이 성문에 와서 공격을 위협하면서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짚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선뜻 대화에 응한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압박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서 시진핑 주석이 선뜻 대화에 나서지 못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체면을 세우기 위해 보복 같지도 않은 소소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일종의 보복관세라 포장하여 발표한 것인데, 그것도 1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기까지 하면서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는 오히려 트럼프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장기전으로 가는 미중간 무역전쟁, 중국에 주는 타격 심각]
사실 미중간 무역전쟁은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에 잘 관리를 했어야 옳다. 실제로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했을 때, 중국이 선제적으로 미국과 협상을 시도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백악관과 솔직한 대화를 나눌 창구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한두달여 전만 해도 중국 친화적인 일론 머스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시도해 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를 머스크 쪽에서 완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중국 외교 문제에까지 나서게 되면 백악관 내부에서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백악관 측과 아무런 외교적 시도를 해 보지도 못하고 지금 상황까지 끌려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뜸 10% 추가 관세 방안을 내놓으니 중국측도 당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되면 미중간 무역전쟁은 어쩔 수 없이 장기전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무역 전문가이자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인 웬디 커틀러도 “캐나다와 멕시코와 달리 중국은 장기전을 치를 것”이라며 “베이징은 추가적인 상호, 부문별 또는 보편적 관세로 인해 더 큰 영향을 받을지 여부를 더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을 포함하여 참여를 고려하기 전에 기다리고 보는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FT는 이와 관련해 “중국 전문가들은 베이징이 짧은 기한 내에 ‘대규모 협상’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미국이 중국이 러시아를 도왔다고 비난한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FT는 이어 “최근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와 외교관계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중국 관련 포럼에 참석한 여러 전문가들은 베이징이 관세보다는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를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실제로 미국이 중국을 향한 관세 부과는 지난해 미국으로의 수출이 전체 중국 무역의 15%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의외로 잘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이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부과를 하더라도 이는 미국 소비자가 부과할 것이고, 또 이미 많은 사업들이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에 대 중국 관세는 치명적인 무기는 아닐 수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이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60%의 관세 부과를 시행하게 된다면 그땐 중국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중국 수석 경제학자인 후이 샨은 “미국이 관세를 20% 포인트 인상하면 중국의 GDP 성장률이 0.7%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후이 샨은 이어 “베이징이 통화 평가절하, 소비자 자극책 및 기타 조치를 통해 이러한 충격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중국이 받는 타격은 상상외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베이징 당국은 무척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중 정상간 대화는 아직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과연 대 중국 압박을 어디까지 끌고 나갈지 그 종착지를 전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은 지금 한 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어떤 대책도 세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막막한 상황에서 뭔가 할 것도 없다는 것이 시진핑 지도부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