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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트럼프 ‘완전한 北비핵화·한미일협력 중시’, 김정은 ‘실망감 가득’ 시진핑 ‘깊은 한숨’ - 트럼프 “한반도 안전·안정 위한 노력에 헌신” - 트럼프가 강조한 ‘힘을 통한 평화’, 주목할만 하다! - 들떠 있던 김정은 한숨 쉬게 만든 트럼프
  • 기사등록 2025-02-09 04:31:26
  • 수정 2025-02-09 0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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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반도 안전·안정 위한 노력에 헌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한반도 평화론을 두고 한국 패싱 등의 우려가 많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함께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식 천명함으로써 대통령 탄핵 상태로 대 트럼프 외교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단 한시름을 놓게 됐다.


▲ 7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르 일본 총리(왼쪽)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미일정상회담을 가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총리와 나는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평화·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힘을 통한 평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그 목적을 위해 우리는 내가 첫 임기 때 시작한 한반도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도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회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두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해결의 필요성을 표명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모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한반도 정책이 얼개를 드러낸 것이다.


일본의 이시바 총리도 “북한과 관련해 우리는 일본과 미국, 그 너머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해결할 필요와 미·일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협력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미·일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함께 손잡고 더 노력하기로 동의했다’며 “이 맥락에서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국의 다자 안보 협의체) 한국·필리핀과의 3자 협력을 포함해 유사 입장국으로 구성된 중첩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 강화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회담에 앞서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도 “트럼프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헌신하고 있다”며 “그 문제(북한 비핵화)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일본과 한국 등 파트너들과 계속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대북 관여에 열린 입장을 표명했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김정은을 대화 무대로 유도하겠지만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지난달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미국이 관여한 공식 외교 문서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이 실종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유지했던 북한 비핵화 목표에서 후퇴한 채 북한과 군축(핵무기 감축)협상에 나서거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사안만 통제하는 방향으로 대북 관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어느 정도 사라지게 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하다.


집권 1기 때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3차례 만났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지난달 20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칭해 북한 비핵화 의지 유무와 관련한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트럼프가 강조한 ‘힘을 통한 평화’, 주목할만 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겠다”면서 “그것을 위해 우리는 내가 집권 1기 때 시작한 한반도 안전과 안정 확보 노력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가 한미일 3국 안보 공조 체제의 강화다. 이날 공동성명에서도 “(미일)양국은 북한에 대응하고 지역 평화와 번영을 수호하는 데 있어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협력의 일환으로 쿼드(Quad)와 한미일, 미-일-호주, 미-일-필리핀을 포함한 유사 입장국 간의 다층적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이는 북한 위협을 억지하는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의 틀로서 한미일 3각 공조 체제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이날 정상회담의 최종적 방점이 중국 견제에 찍혀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을 본 시진핑 주석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간 정상회담 필요성도 말하고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 화해와 소통을 강조하는 시그널을 여러차례 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마이웨이로 대 중국 견제 강화를 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미중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들떠 있던 김정은 한숨 쉬게 만든 트럼프]


이번 미일정상회담 이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관도 매우 흥미롭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정은과의 레브레터를 공공연하게 말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브로맨스 대신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가장 김정은을 실망시킨 것은 트럼프의 ‘북한 비핵화’ 방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북한,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나는 그들과 매우 잘 지냈고, 전쟁을 막았다”는 말을 했다. 트럼프는 또한 “북한 및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는 모두에게 매우 큰 자산”이라는 말도 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 다시 연락하겠다고 밝힐 당시의 기조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사실 이 말만 들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통해 북한 핵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 대타협을 이룰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상당수의 전문가들도 그렇게 전망했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법이나 그 속내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나온 헛발질이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관계를 맺겠다는 기본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고,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구체적인 제안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분명한 북한 비핵화와 함께 북한으로부터 한반도 및 일본의 안전을 분명히 지킬 것을 천명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실한 북한관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일정상회담 사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관여에 열린 입장임을 재확인한 뒤 “우리는 거기서 앞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고위 당국자는 또 “그 문제(북한 비핵화)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일본과 한국 등 파트너들과 계속 보조를 맞출 것(remain in lockstep)”이라고 밝혔다. 결코 미국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사안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뿐 아니라 핵무기 비보유 국가인 한국의 잠재적인 핵무기 보유 및 배치도 배제하는 의미를 담은 표현인 반면, '북한 비핵화'는 현재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보유한 북한의 핵 무장 해제 목표를 특정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 발언과 고위 당국자 언급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다가가기 위해 북한 비핵화 원칙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며, 북한이 그와 같은 미국의 입장을 인정하고 대화의 무대로 나와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미북대화 성사를 위해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의 '바'를 낮추거나 한국, 일본 등 역내 동맹국과의 조율을 생략하는 등의 '과속'은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셈이었다.


이러한 입장은 김정은 쪽에서 본다면 그저 실망감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라 할 수 있다.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에 나왔던 트럼프의 말 때문에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을 김정은은 이젠 모든 것이 무너진 실망감으로 방구석에서 쳐박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김정은에게는 타격이 클 것이라는 의미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론에 반발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 또는 핵실험과 같은 중대 도발을 통해 '판 흔들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조선중앙통신사는 8일 논평에서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대변인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각각 재확인한 것을 두고 “상식 밖의 궤변”이라고 폄하하면서 “자신들의 핵무기는 ‘흥정물’이 아니라 ‘불변의 실전용’”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국]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나온 트럼프의 한반도 평화론은 일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및 구속 등 한국의 정치적 변수 속에 사실상 대미 외교가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아마도 대통령 탄핵이 없었더라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과 미일정상회담,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미일정상회담이 워싱턴에서 함께 열렸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만큼 트럼프 2기에 있어서 한반도 정세가 중요하기 때문이고, 한국이 트럼프 2기의 성공을 위해서 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을 했는데 대한민국은 완전히 두손 두발 다 묶여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도 탄핵된 상황에서 국무총리까지 탄핵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를 포함한 외교안보라인의 인선을 다 마치고, 트럼프 2기의 대북정책을 셋업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그 과정에 대한민국 외교팀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점은 너무나도 아쉽다.


여기서 한마디.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하얼빈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데 우원식 의장의 이러한 외교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중관계의 역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제안이었다고 볼 수 있다. 미중간 갈등이 커질수록 한국의 지렛대 역할은 더욱 커진다. 그 말은 중국이 한국에 부탁할 사항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대뜸 한국이 시진핑 주석에게 APEC회담을 부탁하는 방식이 되었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만면의 미소를 지으면서 마치 시혜를 베푸는 방식으로 변해 버렸다. 분명히 말하지만 외교는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통령이 탄핵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나서 그런 식의 외교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세계는 지금 이렇게 돌아가는데 한국은 여야가 정쟁에 완전히 파묻혀 있다. 일단 국무총리라도 탄핵에서 벗어나도록 해 국정을 보살피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한 정치적 해결책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듯 보인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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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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