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내에서의 트럼프 인기, 딜레마에 빠진 푸틴]
러시아의 엘리트들을 비롯한 국민들에게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치솟으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이는 특히 러시아 당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를 ‘전체주의’라 부르며 악마화하고 이를 통해 사실상 적국으로 낙인찍어 왔었는데, 트럼프의 복귀 직후부터 러시아 내에서 일기 시작한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는 물론이고, 푸틴의 국정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으로 발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 후부터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지면서 러시아 당국이 미국과 서방을 비판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보안군의 내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VChK-OGPU는 지난 5일, “크렘린궁이 치솟는 트럼프의 인기를 막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독립 러시아 디지털 신문인 Repost는 지난 1월 27일, “크렘린은 트럼프의 인기와 그의 아이디어가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같은 날, 구독자 128만 명을 보유한 우크라이나 언론인이자 유튜버인 Roman Tsymbalyuk도 “크렘린은 트럼프의 인기가 국민들 사이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특히 VChK-OGPU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하여 “러시아의 언론 매체들이 ‘트럼프의 국내 정책의 긍정적인 측면’을 반영하는 뉴스의 게재를 중단하라는 ‘엄격한 명령’을 받았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 매체는 이어 “지금 미국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정책은 러시아 정부가 과거 러시아인들에게 독특한 가치로 규정했던 것들과 상당히 유사하다”면서 “과거의 미국 행정부에서 행하는 정책들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쉽게 적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도록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트럼프 정부가 하는 일들은 오히려 푸틴의 생각과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러시아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위크는 이에 대해 “트럼프가 러시아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중 하나는 트럼프가 대가족을 둔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점인데 반면 푸틴은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기밀로 붙이면서 숨기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뉴스위크는 또한 “트럼프는 이민자 범죄 문제와 출신국과의 관계에서 철저하게 미국 시민의 이익을 굳건히 옹호한다는 점도 러시아 국민들이 호감을 갖도록 만들고 있으며, 자국민과 기업을 위한 감세를 추진하고, 외국에 관세와 의무를 부과하는 점도 인기를 끌게 하는 요인”이라 설명했다.
뉴스위크는 “러시아에서는 자국민과 기업에 대한 세금(이익세, 부가가치세, 개인소득세, 재활용 수수료, 주택 및 공동 서비스에 대한 국가 독점 관세)이 증가하고, 외국에 대한 자원 공급 가격 인하, 부채 탕감, 지속적인 양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러시아 국민들이 인지하고 있다”며 “러시아 국민들은 크렘린이 전통적 가치의 분야에서 더 이상 백악관과 경쟁 상대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네기 폴리티카(Carnegie Politika)의 편집장이며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알렉산더 바우노프(Alexander Baunov)는 1월 31일에 발표한 분석에서 “러시아에서 트럼프는 푸틴의 조용한 특수부대 경력과는 달리 새로운 ‘반(反) 엘리트주의 대통령’이며, 사랑받는 할리우드의 고독한 영웅처럼, 1990년대에 살았거나 미국 영화를 보면서 자란 러시아 엘리트 세대에게 더 가깝고 더 이해하기 쉬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바우노프는 이어 “러시아 정부와 의회 의원들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WHO 탈퇴, 이민자 정책 강화, 디아스포라와 그 지도자들을 ‘외국인 대리인’으로 선언한 일, 민족 범죄를 테러와 동일시하는 요구 등의 뉴스에 대해 엄청난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행하는 최근의 일들에 대해 러시아 국민들은 엄청난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바우노프는 또한 “트럼프는 푸틴보다 더 활기차고, 더 신선하고, 더 새롭다”면서 “반면 푸틴은 그를 따르는 사람들조차 그의 반복되는 말들에 대해 지겨워한다”고 짚었다.
[트럼프의 휴전 제안 자체가 두려운 푸틴]
바우노프는 그러면서 “러시아 내에서의 트럼프의 인기 상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뒤흔들면서 심지어 권좌를 위협할 수도 있다”면서 “트럼프에 대한 인기는 그동안 러시아를 이끌 유일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푸틴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뉴스위크는 “트럼프의 승리가 크렘린에 주는 가장 큰 어려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휴전과 분쟁 종결 방안을 추진하면서 푸틴의 구상이나 이익과 부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푸틴은 사실 설사 우크라이나측의 일부 양보가 있다 할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드는 종전안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서방의 구체적인 휴전제안이 없다는 명분 때문에 전쟁을 계속 끌고 왔는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안을 내민다면 푸틴은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의 가지지구 개입은 푸틴을 겁에 질리게 했을 것”]
이와 관련해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7일(현지시간) 하미쉬 드 브래튼-고든의 오피니언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가지지구 개입 선언은 푸틴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러시아 경제가 완전히 피폐해진 상황에서 푸틴과 과두 정치인들이 쉽게 무시하는 러시아 농민들조차도 푸틴에 반발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점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안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손에 에이스 카드를 쥐고 판을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텔레그래프는 “푸틴은 신성한 쿠르스크 지역을 회복하기 위해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상당 부분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면서 “그것이 크렘린궁의 체면을 세우는 방법이기 때문”이라 짚었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면서 “푸틴은 개인적으로 임박한 휴전에서 살아남고 싶어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지속가능한 평화 정착을 통해 21세기의 위대한 지도자이자 평화조성자로 여겨지기를 원하는 트럼프의 열망을 감안한다면 푸틴은 지금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쿠르스트 전투와 관련해 영국의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푸틴이 쿠르스크 지역의 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쿠르스크 전투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인정했다”면서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0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수자마을 남동쪽에 2개의 기계화 대대, 전차, 장갑차를 배치했지만, 그곳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당국이 자국군이 점령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갇힌 러시아 민간인들의 이동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을 6일(현지시간)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AFP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 연방의 공식 요청에 응하여 쿠르스크 지역으로부터 러시아 안쪽으로 이어지는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자국민들의 안전에 무관심한 것 같다”며 비난을 덧붙였다.
이곳엔 러시아 민간인 1천500여명이 머물고 있으며, 이들은 러시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외부와 소통하지 못한 채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이 즉각 수복에 실패하면서 이 지역에 고립되거나 연락이 두절된 주민들의 귀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해당 지역 자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하고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 통로 개설 제안에 대해서는 공식 답변을 거부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젤렌스키 “트럼프, 아직 공식적인 종전 계획 없어‘]
한편, 종전안과 관련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공식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다양한 매체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적인 계획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은 분명한 평화 계획 구상을 갖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미국 측과 특정 사안을 논의했다”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협력해 평화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와 분리된 계획은 존재할 수 없다”며 “우리는 공식적인 협상과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일, “미국이 오는 14∼16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동맹국들에 우크라이나 종전방안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켈로그 특사는 최근 “미국이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휴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우크라이나가 선거를 실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