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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2-06 11: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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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해야 한다는 폭탄선언을 하면서 백악관과 미 정부 고위 관료들도 충격을 받았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일견 사전 준비한 계획을 발표하는 것처럼 종이를 읽으며 발표했다.


그러나 네 명의 당국자가 이 구상이 기본적 실행 가능성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됐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발표는 이스라엘에도 전혀 예고되지 않았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 직전에서야 통보받았다고 한다.


국무부나 국방부와도 사전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이다.


이 정도로 중대한 외교 정책은 국가 안보 부서들이 여러 차례 논의하고 실무 논의를 거쳐 발표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과정이 전혀 없었다.


트럼프 머릿속 아이디어가 전부


결국 트럼프의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전부였다.


트럼프를 포함해 역대 대통령들은 주요 외교 정책들을 발표하기에 앞서 수개월 이상 수년 동안 논의를 거쳤다.


그러나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한다는 구상은 공식적으로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


다만 트럼프가 몇 주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논의해왔으며,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가자지구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속도가 붙었다.


위트코프 특사는 가자지구의 참혹한 상황을 트럼프에게 상세히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백악관은 물론 이스라엘의 누구도 트럼프가 4일 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트럼프 폭탄선언이 나오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아랍국들이 강력히 반대했다.


백악관 대변인 수습에 진땀


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발언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음에도 트럼프는 요르단과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일시적으로’ 수용하기를 원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트럼프는 “장기적으로 가자지구를 소유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대변인은 미국이 가자지구에 직접적인 자금 투자를 하겠다는 확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필요하다면 미군을 배치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대변인은 “대통령이 미군 배치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수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제거하고, 폐허가 된 지역을 정리하며, 불발탄을 처리하는 데 얼마나 많은 미군이 필요할까?


완전히 파괴된 라스베이거스 규모의 도시를 재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이며 누가 부담하나?


팔레스타인 영토를 미국이 강제 점령하는 것을 국제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나?


쫓겨난 200만 명의 난민들은 어디로 가나?


실질적 실행 계획 전혀 없어


트럼프의 고위 당국자들은 이들 의문에 구체적 답변을 하지 못했다. 실질적인 실행 계획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이 5일 CBS 방송에 출연해 가자지구 점령 계획을 옹호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그조차 트럼프의 구상이 ‘개념적 아이디어’에 불과함을 드러냈다.


그는 “아무도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대담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 비판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중동 국가들이 자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요르단과 이집트는 이미 가자 주민 수용을 거부했다.


국제법상 강제 이주가 불법인데도 트럼프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스스로 떠나길 원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매입, 파나마 운하 탈취, 캐나다 미국 주 편입, 우크라이나 지원 대가로 희토류에 대한 소유권 주장 등 제국주의적이고 부동산 사업가적 사고를 여러 번 드러내왔다. 


“힘으로 다른 나라 지배하며 이익 취한다”는 사고방식


트럼프는 외교 정책을 부동산 거래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며, 제법보다 힘으로 미국이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 이익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도 트럼프와 같은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이며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가자지구를 부동산 개발 기회로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이 제안이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극단주의 세력들이 새롭게 불안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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