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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가자지구 점령후 휴양지로...”, 트럼프 중동구상 그 배경과 실현 전망은? - “가자지구 소유해 휴양지로 개발” 선언한 트럼프 - ‘가자지구 통제권’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 사우디, '가자주민 강제이주' 트럼프 중동구상에 반대
  • 기사등록 2025-02-06 04: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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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소유해 휴양지로 개발” 선언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take over)해 세계적인 관광 휴양지로 개발할 것”이라고 발언해 그 배경과 실현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서, 취임후 처음으로 외국정상으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후 개발할 것을 제안했고 모든 팔레스타인인은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으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이로인해 가자지구에 있는 2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은 모두 이집트와 요르단 같은 나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의 배경으로 “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100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자지구의 잠재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가자지구를 개발하면 “중동의 리비에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비에라’는 프랑스의 칸에서 이탈리아의 라스페치아에 이르는 지중해안 일대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일대에 세계적인 리조트들이 몰려 있어 휴양지의 대명사로 꼽힌다. 실제 가자지구는 서쪽이 지중해와 면해있다.


회담 후 기자회견장을 찾은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경험한 역대 최고의 미국 대통령”, “역사를 바꿀 결단”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지옥 구덩이(hell hole)로 만들었고, 주민들을 형편 없이 대했다”며 “우리는 그곳(가자지구)을 소유(own)하고, 그곳에 있는 모든 위험한 미폭발 폭탄과 기타 무기를 해체할 책임이 있다”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아름다운 커뮤니티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며, 위험하고 불안정한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웃 국가로 이주시키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이 합의를 통해 서로 독립국임을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조 바이든 정부의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는 “우리는 하마스, 헤즈볼라를 괴멸시켰고 무장 해제된 채로 남아 있던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도 파괴했으며, 이란 간섭도 무력화했다”며 “우리 국민의 불굴의 정신과 군인들의 무한한 용기로 이 모든 것을 성취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는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네타냐후는 또한 “이스라엘의 승리는 미국의 승리”라며 “우리는 함께 협력하여 이 전쟁에서 승리할 뿐 아니라, 트럼프의 리더십으로 평화를 이룰 것”이라며 “우리의 위대한 동맹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가자지구 통제권’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사실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은 수십년동안 아랍-이스라엘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쟁점 중 하나였으나, 이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중동지역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되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점령 발언 이후 하마스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팔레스타인인 이주 계획을 전면 거부한다”고 선언했고, 이주 대상지역으로 꼽힌 이집트와 요르단 역시 “팔레스타인인들의 대량유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반대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전면 이주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그러한 방법 말고는 가자지구에 평화를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선적으로 가자지구를 사실상 점령하고 있는 하마스는 기본적으로 근대 국민국가(nation state)의 수립에는 관심이 없다. 다시말해 하마스를 주축으로 한 팔레스타인은 정상적인 국가건설이 목표가 아니라 ‘전면 항쟁’이 존립의 이유다. 이는 팔레스타인이 근본적으로 이스라엘과 잘 타협하여 독자적인 헌정질서를 수립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인들이 원하는대로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또다시 충돌은 불가피하고 이를 부추기는 세력들의 준동은 불보듯 뻔하다. 그 대가로 부패한 행정 지도부만 카타르 같은 해외의 고급호텔이나 안락한 저택에서 호화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지구에 대한 미국의 점령이라는 파격적 카드를 꺼낸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가지지구를 점령하게 된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점령하게 된다면 가자지구를 세계적인 휴양지로 개발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자지구의 평화는 물론이고, 경제적 풍요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며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가지지구에 미군을 보낼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그곳을 장악하고 개발해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며, 이것은 중동 전체가 매우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무슨 권한으로 가자지구를 장악하느냐는 질문에는 “난 이것을 여러 달 동안 매우 긴밀히 연구했고, 모든 다른 각도에서 봤다”면서 “중동의 다른 나라 정상들과 대화했고, 그들도 이 구상을 매우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구 점령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난 장기 소유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난 이게 중동의 그 지역, 어쩌면 중동 전체에 큰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두 국가든, 한 국가든, 어떤 다른 국가든 그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이는 삶을 살 기회를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삶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사우디, '가자주민 강제이주' 트럼프 중동구상에 반대]


그러나 직접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물론이며 이들을 수용해야 할 주변 아랍 국가들도 반대하고 있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과 수교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나 영토 병합 등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 침해는 무조건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우디는 이날 성명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은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러한 반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정상화를 중동평화 계획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사미 아부 주리 대변인도 이날 “가자지구를 지배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터무니없다”며 “이는 이 지역에 혼란과 긴장을 가져오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NYT)는 “서방 강대국들이 지역 주민들의 자치권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지도를 다시 그리고 주민들을 이주시킨 시대를 연상시킨다”면서 “지정학적 판도라의 상자를 사실상 다시 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팔레스타인 주민과 아랍 국가들의 맹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미국을 중동 지역 분쟁에 더 깊이 끌어들일 방안”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뜻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회견에서 자신의 1기 외교 성과인 아브라함협정을 언급하고서 “난 많은 국가가 이 놀라운 평화·경제발전 거래에 곧 참여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브라함협정은 2020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이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합의를 칭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에 대한 입장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서 “향후 4주 내로 이와 관련한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 전쟁을 완전히 끝내려면 하마스의 군사·통치 역량 파괴, 모든 인질 석방,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못하게 한다는 3개 목표 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은 전쟁에 승리해서 끝낼 것이며, 이스라엘의 승리는 미국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관리 구상에 대한 의견을 질문받자 앞서 말한 세 가지 목표를 언급하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훨씬 더 높은 수준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난 이게 역사를 바꿀 무엇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 방안을 진정으로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가지지구에 대한 미국 점령안을 트럼프 대통령은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예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순방지 1호가 바로 사우디라는 점에서 가자지구 평화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사우디가 미국과의 공동개발 형식으로 가지지구의 미국 점령안에 동의하게 된다면 이 안은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가자지구의 미국 점령후 휴양지 개발 방안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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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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