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AI 분야 中 야심 구현했지만, 권력 독점 위협할 수도”]
중국이 딥시크(DeepSeek)를 통해 인공지능(AI) 분야 경쟁에서 당당하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자부하지만 그러한 AI 때문에 중국 공산당의 독재체제가 일거에 무너지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런 점에서 중국 공산당은 AI의 발전을 마냥 즐길 수도 없고 반대로 규제 강화의 칼날을 휘두를 수도 없는 미묘한 입장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AI 경쟁에서 중국에 1승을 안긴 딥시크, (중국 공산)당은 이를 억누를까?' 제하 기사에서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의 인공지능에 대한 야망을 보여준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또한 중국 지도자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AI 개발 노력과 AI 규제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태도 변화를 다룬 이 기사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가 인공지능(AI) 분야 경쟁에서 미국의 독주 분위기를 깨고 중국의 기술력을 과시했지만, 앞으로 중국 공산당의 권력 독점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규제 강화의 칼날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을 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 하다.
NYT는 “지난 2017년 중국은 구글이 후원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중국이 최고라고 자랑하는 바둑에서 중국 최강자를 이기는 것을 보면서 경악과 경이로움을 느꼈는데, 그때가 바로 중국에겐 일종의 스푸트니크의 순간이었다”면서 “그해 중국은 2030년까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대담한 계획을 발표하고, 이 기술에 집중하는 기업과 연구자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NYT는 “딥시크는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이어 “중국 당국은 미국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된 2022년에는 중국이 미국에 뒤처졌다고 걱정해 불간섭 정책을 폈으며, 그 결과 딥시크와 다른 업체들이 번창할 수 있었다”며 “딥시크의 성공을 계기로 중국 AI 업계도 미국과 겨룰만하다는 자신감이 형성됐다”고 짚었다,
NYT는 “딥시크는 (외견상으로는) 명백한 국가 지원 없이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의 야망을 구현한 결과”라면서 “시진핑은 중국이 부채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과 값싼 수출품 같은 구식 성장 동력이 아니라 인공지능, 슈퍼컴퓨팅, 녹색 에너지 같은 최첨단 기술에 의해 주도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NYT는 또한 “지금까지 딥시크는 중국이 인공지능을 더 저렴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그러나 문제는 언젠가 공산당 정권의 이익과 권력 장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술의 부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고 판단했다.
[중국 공산당에게 양날의 검으로 떠오른 딥시크]
다시 강조하지만 중국에서 딥시크가 출현할 수 있었던 것은 2022년의 오픈AI인 챗GPT가 미국에서 출시되자 미국에 비해 뒤처질 것을 우려해 중국의 AI산업에 가능한대로 간섭을 하지 않는 수동적 접근방식을 택했기 떄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AI에 자율권을 준다는 것 자체가 중국 공산당에겐 위기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미 중국 고위층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에서 중국 AI를 연구하는 맷 시핸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의 본능은 통제욕구인데, AI산업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 산업에 좀 더 직접적인 개입을 하고 싶은 충동을 참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며 “(AI에 대한 중국당국의 접근방식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도 “딥시크의 성공은 AI 분야에서 중국의 야심을 구현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 나라 지도자들이 유지하고 있는 권력 독점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AI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강도는 딥시크의 발전 정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여러 해에 걸쳐 달라졌다. 결국 AI산업의 발전을 통해 미국의 AI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나아가려면 당연히 이들 산업에 대한 규제나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중국 공산당의 존재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 정권이 결코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중국의 AI산업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NYT는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이 이 회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인 최신 AI 모델 'R1'을 내놓은 당일인 지난달 20일에 리창(李强) 총리 주재의 좌담회에 참석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 때만 해도 딥시크의 AI모델인 R1이 공개 전이었는데, 당시 딥시크는 중국 당국이 AI 분야에서 기대를 걸어 온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즈푸, 미니맥스, 바이촨, 문샷, 스텝펀, 01.AI 등 이른바 '6대 AI 호랑이' 스타트업들보다도 주목도가 낮았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사람들이 잘 몰랐던 량원평의 좌담회 참석이 R1의 대성공 후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이 말은 그만큼 딥시크가 본격적인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는 중국 당국의 시야에서도 벗어나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맷 시핸 연구원은 “딥시크 모델은 저비용에 오픈소스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 까닭에 '중국이야말로 AI 해법을 찾는 개발도상국들이 봐야 할 곳'이라는 중국 정부의 서사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도 “AI 분야 세계무대에서 중국이 얼마나 큰 플레이어가 되는지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규제'와 첨단 연구로 미국과 경쟁하려는 기업·연구자에게 필요한 '자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을 수 있다”면서 “중국 당국은 분야에 따라 AI 개발 규제를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NYT는 이어 “군사 분야에서는 오로지 성능만 중요할 뿐 아무런 규제가 없지만, 민간 분야 AI는 여러 규제 기관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기술이 널리 쓰일수록 공산당은 이를 통제하고 싶어한다”고 짚었다.
[이미 기술통제에 들어간 중국 공산당, 답변 내용도 검열 시작]
그런데 딥시크가 중국 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인기를 얻어가자 당장 중국 당국은 개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챗GPT가 선풍적 인기를 끌자, 중국 정부는 중국 챗봇들이 사용자들에게 하는 답변에 ‘사회주의적 핵심 가치들’을 반영하고 ‘국가권력을 훼손하는 정보’는 피하도록 지시했던 것처럼 딥시크에도 중국 당국이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NYT는 “딥시크의 AI챗봇은 중국의 검열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라는 제목의 또다른 기사에서 “민감한 주제에 대해 질문을 하면 딥시크 챗봇은 대답을 시작한 다음 멈추고 자신의 작업을 삭제했다”면서 “‘시진핑은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기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실제로 현재 중국에 거주중이면서 중국 전화번호와 중국의 인터넷을 연결해 딥시크의 챗봇에 등록하여 실제로 딥시크를 경험한 결과를 보도했다. 흥미로운 것은 딥시크의 검열이 기존의 중국내 인터넷상에서의 검열보다 그 기준이 훨씬 덜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의 검열 시스템이 딥시크에서 본격적으로 작동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중국내에서의 검열 상황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놀라울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NYT는 “물론 딥시크가 스스로 검열하여 삭제하는 경우들이 있었지만 딥시크가 자신의 답을 찾기 위해 생각하는 기능 덕분에 방화벽 밖에서는 얻을 수 없는 중요한 정보들을 구할 수 있었다”면서도 “중국에서 웹서핑을 하면서 경험했던 특정 단어들은 딥시크에서도 금기시되어 있었다”고 짚었다.
NYT의 관계자는 실제로 중국의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 딥시크에게 질문을 하였는데, 이때 딥시크는 추론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일반 대중의 반대도 상당히 있었다는 말도 꺼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동안 거론했던 결과들을 스스로 지우기 시작하더니 “귀하의 질문은 답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면서 더 이상 대답을 회피했다. 검열이 뒤늦게서야 작동된 것이다.
그런데 NYT 관계자는 시위와 저항에 대한 문제를 더욱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딥시크는 추론 과정을 통해 놀라울 정도의 많은 정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시위를 벌였던 대학의 이름과 참가자들의 구금상황까지 답을 했다. 그러다가 이 역시 도중에 돌연 답을 중단하고 아웃되어 버렸다. 아마도 뒤늦게서야 딥시크가 스스로 이 문제를 더 거론하면 안되는 것으로 판단한 듯 보였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이렇게 중국의 AI는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챗봇의 사고과정에서 나오는 대답들은 그동안 방화벽에 가려 제대로된 진실을 마주하지 못했던 수많은 중국사람들에게는 신세계와 같은 경험을 하게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이미 딥시크는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여러나라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AI라면서 딥시크를 자랑스럽게 다운로드한 중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은 이 딥스크를 통해 방화벽 너머의 세계를 일부라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중국 공산당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일단 시진핑은 물론이고 중국 공산당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사라지면서 상당한 문제들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중국 공산당이 그냥 두고볼 리가 없다.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은 곧바로 천하의 딥시크라도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중국 공산당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중국 공산당의 간섭이 중국의 AI발전을 어떻게 가로막게 될 것인지는 이미 숱하게 보아왔다. 그래서 중국에서의 AI산업은 반드시 한계를 불러온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