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中·멕시코에 전면관세, 글로벌 통상전쟁 강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통상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일단 캐나다 및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적 관세를 각각 부과키로 1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들 3국에 대한 실제 관세 부과는 오는 4일부터 시작된다. 이에 대해 관세 부과를 당한 국가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조차 당장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렸고, 언론들은 ‘역사상 최악의 무역전쟁’이라며 강력하게 비판을 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전날 멕시코 및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주요 관세로, 글로벌 무역전쟁의 출발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통상은 물론 비(非)무역이슈에서도 관세로 상대를 위협하는 '관세 무기화' 정책을 사실상 공약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재집권 이후 실제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특히 자동차 등 미국 내 업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까지 예외없이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글로벌 통상 질서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한 인근 동맹국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보편 관세를 부과했다는 의미가 있다.
[글로벌 관세 부과 이유, “국외서 밀반입되는 펜타닐 차단”]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유입을 유독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는 미국 국민을 보호해야 하며 모두의 안전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과 캐나다와 맞닿은 북부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고, 펜타닐 원료를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북부 국경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캐나다에서 펜타닐과 마약성 진통제 합성 실험실을 운영하는 멕시코 카르텔의 존재가 증가하고 있다”며 “불법 유통망과 국제우편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으로의 펜타닐 같은 불법 약물 유입은 공중 보건 위기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기업들이 현재는 미국에 직접 수출하기보다는 주로 펜타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 원료를 멕시코의 마약밀매 조직에 공급하고 있으며, 멕시코에서 중국산 원료로 만든 펜타닐과 원료가 국경을 넘어 미국에 유통된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펜타닐은 수년간 미중 관계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트럼프 관세에 美식탁물가 비상, 美업계·노조도 재고 호소]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을 마주하는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 대한 보편 관세를 부과함으로 인해 미국내 식탁물가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아보카도·소고기를 비롯한 미국의 식품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번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는 이어 미 농무부·세관 통계를 인용해 “2023년 미국의 농산물 수입액 1천959억 달러(약 285조원) 가운데 44%인 약 860억 달러(약 125조원) 상당의 수입 물량이 멕시코·캐나다에서 왔다”면서 “미국 야채 수입의 3분의 2와 과일·견과류 수입의 절반가량은 멕시코에서 들어왔는데, 특히 아보카도 수입 물량의 90% 가까이가 멕시코산이며 오렌지주스(35%)·딸기(20%)의 멕시코 수입 비중도 높다”고 지적했다.
WSJ도 “메이플시럽을 상업적 규모로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캐나다 2곳뿐이며, 캐나다 생산량의 60% 이상은 미국으로 수출된다”면서 “미국이 대부분의 신선 과일·야채를 멕시코·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만큼 이들 제품 가격이 분명히 오를 것이며 (기후 등의 이유로) 대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수입품 가격 상승에 맞춰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WSJ의 진단이다.
WSJ은 이어 “소고기 가격도 문제인데, 질병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멕시코산 수입을 막은 상태지만 미국은 보통 연간 멕시코산 소 100만마리 이상을 수입한다”면서 “미 당국 통계를 보면 소고기 분쇄육 소매가는 지난해 9월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지난달에도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멕시코산 소고기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소비자 가격 상승은 불보듯 뻔하다”고 전했더,
이에 대해 라보리서치 식품&농업의 랜스 치머만 애널리스트는 “소고기 가격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의 소고기 수요가 38년 만에 최고였다”면서, “미국 내 사육두수 감소에도 수입 증가 등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었는데, 그런 만큼 관세 부과로 시장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 식료품점에서 판매되는 신선 식품의 최대 40%는 수입품이라는 점에서 가격 인상 등의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미국 철강, 석유 분야에서도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철강노조(USW)는 이날 성명을 내고 “USW는 오랫동안 고장 난 무역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개혁을 요구해왔지만, 캐나다와 같은 주요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매년 약 1조3천억달러 상당의 제품이 캐나다, 미국 국경을 지나 140만개의 미국 일자리와 230만개의 캐나다 일자리를 지원한다”며 “이러한 관세는 캐나다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국경 양쪽의 산업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USW는 금속, 광산, 화학, 제지, 자동차 등 생산 산업에 종사하는 85만명의 근로자를 대표한다.
[WSJ, 트럼프 관세에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트럼프의 관세 부과 정책에 대해 미국의 진보 언론은 물론이고 보수성향의 매체까지도 명분 없이 관세를 활용해 경제적 공격을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WSJ은 “트럼프의 새로운 수입 관세는 경제를 흔들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중국은 차치하고라도, 이웃 국가들을 향한 트럼프의 이 같은 경제적 공격에 대한 정당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라며 “마약은 단지 구실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관세 자체를 선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트럼프는 때때로 미국이 아예 수입을 하지 말아야 하고 모든 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완벽히 폐쇄된 경제가 될 수 있다는 듯이 발언한다”며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도, 우리가 살기를 원해야 하는 세계도 아니다. 트럼프도 곧 이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관세 조치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면서 “많은 대통령이 협상을 끌어내기 위해 관세를 활용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그 자체가 목적이며, '도금시대'(Gilded Age)의 비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입원이 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도금시대는 19세기 말 미국의 산업화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번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불평등과 각종 사회문제가 심화된 것을 풍자적으로 비유한 용어다.
블룸버그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북미 지역의 긴밀히 통합된 석유 시장을 교란시키고 미국 운전자들의 휘발유 가격을 상승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NBC 뉴스도 “새 관세 부과로 자동차, 전자제품, 목재 등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 경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라고 전했다.
[반발하는 관세부과 국가들, 미국을 향한 반격 시작]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해 캐나다ㆍ멕시코가 즉각 보복 조치로 맞불을 놨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도 “맞고만 있지 않겠다”며 일찌감치 ‘맞불 관세’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엑스(Xㆍ옛 트위터) 글을 통해 “멕시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제부 장관에게 관세ㆍ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알렸다. “멕시코 정부가 범죄조직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는 “중상모략”이라고 비판했다.
중국도 즉각 '상응 조치'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중국은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며 자기 문제 해결에 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미의 정상적 경제·무역 협력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反制)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관세전쟁의 막이 오르며 국제 무역질서가 재편되는 격랑 속에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556억9000만달러(약 81조원)로 역대 최대 대미 무역흑자를 거둔 한국은 당연히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콕 집어 “반도체 칩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반도체가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한국에 머지않아 관세폭탄이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