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행사와 관영언론에서조차 시진핑 우상화 사라져]
중국의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중국공산당 내에서도 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군부는 물론이고 관영언론에서조차 돌연 시진핑 우상화가 사라지면서 대외적으로는 공개가 되지 않는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30일, 닛케이의 중국지국장을 지냈던 카츠지 나카자와 편집인이 쓴 “시진핑 개인 숭배가 중국내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헤드라인 기사를 통해 “최근 ‘죽(竹)의 장막’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열린 군부 행사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심지어 관영언론들조차 시진핑 주석을 보도하는 자세가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졌는데, 이는 중국내에서 뭔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닛케이는 이어 “지난 1월 17일 인민해방군을 감독하는 최고 군사 기관인 중앙군사위원회가 베이징에서 군 원로와 참전 용사를 위한 갈라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는 늘 그렇듯 71세의 시진핑 주석도 참가했다”면서 “매년 긴 설날 연휴가 시작되기 전 열리는 이 행사에 대해 중국중앙방송(CCTV)는 관례대로 18일 저녁 메인 뉴스로 보도했는데 그 방식이 예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고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 행사에 대한 긴 영상에서 인민해방군(PLA) 예술단의 공연을 시진핑 주석이 관람하는 장면이 딱 한번 노출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예전과는 달리 시진핑 단독 샷도 아니고 여러 장성들과 함께 얼굴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잠깐 보일 뿐이었다.
실제로 CC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맨 앞줄에서 여섯 번째에 시진핑 주석이 앉아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군중 속에 섞여 있어 시진핑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았다. 군부에서도 시진핑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핵심으로서 비쳐져야 하고, 또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장유샤(74세) 장군과 허웨이동(67세) 장군과는 물론, 전직 CMC 부주석들과도 확연히 구별되게 처리했어야 하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과거의 군부 갈라 행사에서는 당연히 시진핑 중심으로 보도를 했고, 또한 시진핑 주변의 인물들도 시진핑과 동시에 나란히 자주 얼굴을 내보이는 그런 연출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전혀 그러한 시진핑 관련 보도 지침이 적용되지 않았다.
더욱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올해 CCTV영상에서 시진핑은 허웨이동 장군과 함께 행사장에 입장하는 장면이 보였고, 자리에 앉기 전에도 다른 원로 장군들과 악수를 하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인민해방군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노출되었다. 이 상황에서도 시진핑 주석 홀로 TV에 노출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들 또는 전직 군부지도자들과 함깨 롱샷으로만 노출되었다.
다만 시진핑 주석의 클로즈업 장면은 인민해방군 공연이 마무리된 후 마지막에 딱 한번 나왔는데, 이 숏컷의 처리장면도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CCTV는 군부의 갈라행사를 보도할 때 당연히 시진핑 주석 위주로 시진핑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방식이었는데 이에 따라 시청자들이 이 뉴스 보도를 볼 때는 이 군부의 행사가 마치 군 장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진핑 주석을 위한 행사라고 착각할만큼 오로지 시진핑 주석 중심으로만 보도했었다”면서 “그러나 올해의 군부 갈라행사에 비친 시진핑 주석의 모습은 확연하게 달랐다”고 짚었다.
[‘개인 숭배’ 금지하는 당의 헌법이 이제서야 적용?]
사실 그동안 중국 관영 언론들은 중국공산당의 당장조차 무시하고 시진핑 개인 숭배에 초점을 맞춰왔었다. 중국 공산당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장에는 분명히 ‘어떤 형태의 개인 숭배도 금지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심지어 지난 2022년 마지막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의 헌법이 개정되었지만, 개인 숭배에 대한 금지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의 모든 것을 감독하기 때문에 공산당 당장이 중국의 헌법에 우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중국내에서 시진핑 우상화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또 중국의 모든 일상생활에서조차 시진핑 우상화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러한 시진핑 우상화 조치가 사라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관영 CCTV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도 시진핑에 대한 집중 조명은 가급적 피하고 있다. 해방군보는 이번 군부 갈라 행사를 보도하면서도 시진핑 주석은 아예 언급조차 안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이러한 보도태도는 지난해 행사때 보여준 것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시진핑의 군사력 강화를 언급하는 등 시진핑을 반복적으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이어 “최근 중국내에서 이러한 반전이 일어난 배경에는 중국군사위원회 부주석이었던 먀오화(苗華)의 퇴장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먀오화는 군부의 정치적 업무를 감독했는데 사실상 시진핑의 대리인으로 막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지난 해 11월말까지 군부내의 선전과 언론 등의 업무까지 도맡아하던 먀오화가 갑자기 ‘심각한 규율 위반 혐의’로 직위해제 되었는데, 먀오화는 그동안 중국공산당 당장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우상화에 앞장섰고 군부내 행사에서도 시진핑을 맨 앞으로 내세워 집중 보도하는 관행을 만들어 왔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먀오화의 퇴장 이후 중국 군부내에서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해방군보는 지난해 12월, 공식적으로 ‘군부내 집단 리더십’과 ‘당내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련의 논평을 실으면서 현 시진핑 체제에 정면 대응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이후 해방군보는 물론이고 중국내 관영언론들조차 시진핑을 집중 보도하는 방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특히 해방군보의 논평은 시진핑의 권력 집중에 대한 비판을 공공연하게 거론했다”면서 “그 시점도 먀오화의 해임 이후 집중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 군부는 시진핑 지도부에 대해 사실상 반기를 드는 행동을 벌여 주목을 끈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신문은 지난해 12월 23일,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의 대충돌, 도전받는 시진핑 체제”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3083회)을 통해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이 정면 충돌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양상이 주목된다”며 “문제는 이들간의 논쟁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 충돌을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는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공산당 이론지인 치우스(求是) 16일자에 ‘칼날을 안으로 돌리는 용기를 가지고 자기 혁명을 추진해야 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글이 게재됐으며, 거의 동시에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당내의 집단적 리더십에 대한 중요성을 촉구하는 네 편의 기사가 연이어 실렸다”면서 이 글들이 사실상 중국의 군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대해 VOA는 “지금 이 상황은 공산당의 매체들과 군부가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군부를 향한 공산당 지도부의 압박이 중국의 미래를 위해, 특히 중국 경제를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들을 내놓고 있다”면서 “특히 시 주석이 통합된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글과 인민일보의 기사가 게재되자 이번에는 중국인민해방군 신문인 ‘해방군보’가 '당성 원칙을 견지하는 데 앞장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적 중앙주의'가 중국공산당의 기본 조직 원칙이자 지도체제임을 강조하며 시진핑이 로켓군 여단을 시찰하는 동안 한 연설을 인용해 “민주적 중앙주의를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9일, 해방군보는 “집단적 지도력을 견지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각급 당 조직 지도부 내에서 누구든 집단적 지도력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주요 사안은 집단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며, 개인은 조직에 복종하고 소수는 다수에게 복종해야 하며, 개인은 절대 집단 지도력 위에 있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마디로 어느 한 개인의 리더십이 아닌 집단적 리더십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시진핑이 촉구했던 1인 지배체제에의 충성을 정면으로 부인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해방군보는 이어 지난해 12월 11일과 16일, “당내 민주주의를 앞장서서 추진하자”와 “당의 단결을 앞장서서 유지하자”라는 두 개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러한 해방군보의 보도는 한마디로 시진핑 1인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었고, 중국 공산당과도 ‘한판 붙자’는 식의 경고라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러한 중국 공산당과 군부간의 충돌이 있은 직후부터 시진핑을 보도하는 관영언론과 군부의 언론까지 보도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확연한 중국내 권부의 분열조짐]
시진핑의 먀오화 숙청은 사실상 중국 군부를 완전히 자기 손아귀에 넣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진핑의 과감한 행동 이후 군부는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다. 시진핑 1인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전체를 위한 충성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는 사실상 중국의 권부내에 상당한 분열 조짐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문제는 먀오화 이후 과연 시진핑의 권좌를 목숨걸고 지켜줄 이가 과연 누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군부 갈라 행사에 시진핑을 둘러싼 이들은 5명의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과 이미 퇴역한 6명의 원로 위원들이었다”면서 “시진핑은 이미 퇴역한 79세의 우셩리(Wu Shengli)의 복귀를 생각하고 있는 듯 보일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지금도 군부내 숙청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불안한 권력투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도 어차피 3월의 양회를 활용해 군부와 자신과의 관계를 재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과연 시진핑이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또 그러한 시진핑의 결단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고 결론맺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