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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AI '딥시크' 충격에 美 ‘전쟁’ 선포, 中 AI산업 발전 제발등 찍는 계기될 수도... - “中 딥시크 AI 모델, 美 최고 모델보다 앞서거나 거의 동등” - “딥시크,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 - 中딥시크 저비용AI에 의구심, 미 수출통제 우회 가능성 제기
  • 기사등록 2025-01-29 05: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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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딥시크 AI 모델, 美 최고 모델보다 앞서거나 거의 동등”]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내놓은 AI 모델 'R1'이 뛰어난 성능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충격에 빠졌으며, 덩달아 글로벌 AI 시장도 강타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출통제를 우회해 미국의 첨단 칩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하면서 이번 사태가 오히려 중국의 AI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지난 2년동안 AI(인공지능)의 부상으로 생산성 증가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는데, 중국에서 돌연 미국 최고의 AI 모델보다 앞서거나 성능이 최소한 동등한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면서 “어느 누구도 미국의 기술력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산산조각나면서 AI의 선두주자로 가장 가치있는 회사였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17.2% 폭락하면서 6천127억 달러(880조3천273억원)가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딥시크의 등장에 엔비디아가 더 큰 충격을 받는 것은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2년간 A100과 H100 등 자체 개발한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전 세계 AI 열풍을 주도해 왔다. 작년 4분기부터는 블랙웰이라는 새로운 AI 칩을 내놓으면서 빅테크를 비롯해 AI 개발업체에 공급해 오고 있다. H100의 경우 칩 한 개 가격이 3만 달러 안팎에 이르는 알려져 있으며,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이런 칩이 수십만 개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다른 AI산업 수혜주 브로드컴도 17.40% 폭락했고, 마블테크놀로지(19.10%), 마이크론테크놀로지(11.71%) 등도 급락했다. 반도체 제조사 TSMC(13.33%)와 ASML(5.75%)도 유탄을 피할 수 없었다.


‘딥시크’는 비기술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AI 데이터센터 구동에 막대한 전력이 들어가는 탓에 에너지 기업들의 주식도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날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GE버노바 등은 21% 급락했다. 발전기에 사용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5.9% 하락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도 하락했다.


[“딥시크,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


AI시장에 전격 등장한 딥시크는 지난 20일 복잡한 추론 문제에 특화한 AI 모델 ‘R1′을 선보였는데, 한마디로 기존의 어느 AI모델과 비교해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성능 뿐 아니라 개발 비용이 파격적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딥시크가 스스로 밝힌 V3 모델의 개발비용 557만6000달러(약 79억원)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신뢰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딥시크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메타가 최신 AI 모델 ‘라마3′ 모델에 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딥시크의 개발비용에 대해 실리콘밸리가 충격을 받은 것은 그동안 AI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는데, 그렇다면 그동안의 빅테크 기업들의 개발 방향이 뭔가 잘못되었거나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보기술(IT)매체 디인포메이션은 27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딥시크의 기술을 분석하기 위한 '워룸'(war room) 4개를 AI 부서 내에 설치하고 딥시크가 어떻게 AI 훈련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는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등을 알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AI 데이터 기업 스케일AI의 알렉산더 왕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딥시크의 AI 모델이 지구를 뒤흔들 것”이라면서 “우리가 발견한 것은 딥시크의 성능이 최고이거나 미국의 최고 모델과 거의 동등하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AI 경쟁이 ’AI 전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이렇게 딥시크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딥시크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칩이 쓰였다는 점이다. 미국이 고성능 AI칩 수출 제한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인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 CNN은 “잘 알려지지 않은 AI 스타트업의 놀라운 성과는 미국이 지난 수년 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성능 AI 칩의 중국 공급을 제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NYT도 “미 정부의 무역 제재가 가져온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했다. 미국의 반도체 칩 무역 제재가 오히려 중국 기술자들이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가 마크 앤드리슨은 X(옛 트위터)에 “딥시크 R1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며 “AI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기술 우위를 자신하던 국가가 후발 주자의 앞선 기술에 충격을 받는 순간을 가리키는 용어로,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미국보다 먼저 발사한 것에서 기인했다.


[中딥시크 저비용AI에 의구심, 미 수출통제 우회 가능성 제기]


그러나 중국 딥시크의 AI모델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중국이 AI나 반도체 등과 관련해 엄청난 기술 진보를 발표했다가 나중에 허구로 드러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딥시크가 표면적으로 밝힌 것보다 엔비디아의 비싼 최신 칩 'H100'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공유하면서 저렴한 칩을 이용해 개발했다는 딥시크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머스크가 올린 해당 게시물은 AI 데이터 기업 스케일AI의 알렉산더 왕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CNBC와 인터뷰한 영상과 함께 “알렉산더 왕은 딥시크가 약 5만개의 엔비디아 H100을 갖고 있는데, 그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 때문에 그것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고 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머스크는 이 게시물에 ’분명히‘(Obviously)라는 댓글을 달아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머스크의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딥시크가 밝힌 기술보고서에서 자사의 AI 모델 V3를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저렴한 칩인 'H800' 2천여개를 사용했다는 내용은 사실상 거짓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H100을 썼다고 할 경우 미국의 수출통제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들통날까봐 일부로 H800을 사용했다고 둘러댔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미국의 AI 선두 기업들은 수만개의 엔비디아 첨단 칩을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해 왔다.


이에 대해 투자회사 캔터 피츠제럴드 애널리스트들도 “딥시크가 자사의 컴퓨팅 용량을 실제보다 축소해서 밝혔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머스크는 또 AI 모델 개발 비용에 대한 딥시크 측의 발표 내용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아트레이드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개빈 베이커의 엑스 게시물도 주목을 했는데, 베이커는 해당 글에서 “(딥시크의) 기술 문서에 따르면 (개발 비용으로 밝힌) 6백만달러(약 86억원)에는 '아키텍처, 알고리즘, 데이터에 대한 이전의 연구와 실험에 관련된 비용들'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이커는 이어 “이것은 연구실에서 이미 수억달러를 이전 연구에 지출했고 훨씬 더 큰 (칩) 클러스터에 접근할 수 있다면 6백만달러만 들여 R1 퀄리티 모델을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딥시크는 분명히 H800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다“고 추측했다.


베이커는 또한 ”엔비디아의 매출 중 약 20%가 싱가포르를 통해 이뤄지는데, 엔비디아의 GPU 중 20%는 아마도 싱가포르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첨단 칩이 규제의 망을 피해 중국 AI 기업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썼다.


머스크는 이 글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라는 댓글을 달았다.


[트럼프, 中 첨단기술산업 더 옥죄는 계기 될 수도...]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점은 중국의 딥시크 충격으로 말미암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옥죄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의 5천억달러 규모 AI 투자사업을 발표하면서 “중국이 경쟁자이고, 다른 국가들도 경쟁자”"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국가가 미국의 AI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그동안 바이든 정부가 제동을 걸어왔던 다양한 제한사항들을 전면 폐지할 정도로 AI산업 발전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나온 중국의 딥시크 파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주면서 사실상 중국과의 AI전쟁을 선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미국 반도체 등을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등 중국 첨단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본격화한 바 있으며, 2기 내각에도 대(對)중국 매파들을 대거 포진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딥시크 충격이 어떻게 보면 오히려 중국의 AI산업 발전을 더 이상 진보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저사양칩마저도 미국이 통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미국의 수출통제를 우회하는 국가나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세컨더리보이콧을 실시하는 강압책이 서둘러 발동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미국의 딥시크 충격이 중국의 AI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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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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