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가자 지구 '완전 청소' 욕심에 이스라엘 다음가는 미국의 중동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요르단과 이집트가 덤터기를 쓸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저녁 가자 지구가 철거 현장과 같이 엉망 진창이라며 이를 "깨끗이 청소해서 완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영구정전을 향한 2차 휴전에 들어간 가자 지구의 정전후 재건을 의미할 수도 있어 합당한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하마스 측이 비난하고 있는 대로 트럼프의 '가자 청소 새판짜기'는 재건이 아니라 재건을 가장한 팔레스타인 사람들 축출과 추방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가자 청소와 새판에 주변 아랍 국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같으면 총 건물의 60%, 전 거주 가옥의 90%가 전파 내지 반파되고 폭격의 잔해 쓰레기가 4000만 톤에 달해 치우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릴 가자 재건에 이웃 아랍 국가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대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에게 전화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더 받아들였으면 아주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또 곧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에게 같은 취지의 전화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쓰레기 밭인 가자를 애써 치우고 집을 올려 옛날처럼 사람 사는 동네로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는 "사람들이 거기서는 살 수 없는 형국이니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싹 옮겨 새 집을 지어주고 평화롭게 살게 한다"는 생각이란 것이다.
대담한 발상의 전환처럼 보이지만 15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다는 것을 돌려 말한 데 지나지 않는다.
한 나라에서 150만 명의 이재민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 현지인과 함께 살게 한다는 것도 큰 문제일 텐데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100여 만 명을 가자 아닌 다른 곳으로 내보낸다는 것은 중동의 지축을 흔드는 대격변이라 할 수 있다.
가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독립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지역의 반쪽에 해당된다. 이곳에서 팔 인들이 떠나면 팔 독립국가 창설은 헛꿈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 수십 만 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요르단과 이집트에게 악몽과 같다. 중동 전역에 가자와 서안 지구를 제외한 곳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모두 600만 명이며 이 중 240만 명이 요르단에 살고 있으며 요르단 인구의 반 이상이 팔 계통이라고 한다.
1967년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에게 각각 서안지구를 빼앗긴 요르단과 가자지구를 빼앗긴 이집트는 1970년 대와 1980년 대에 미국으로부터 거대한 재정 지원을 받고 이스라엘과 우호적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팔 인 대량 이주는 이스라엘만 쌍수로 환영할 일이지 이집트나 요르단은 온 몸으로 막고자 하는 '레드 테이프'이다.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 개시 보름 후에 가자 북부 침입 지상전을 앞두고 북부 가자 시티의 110만 주민들에게 목숨이 아까우면 남쪽으로 피난가라고 강권했을 때 이집트는 즉각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시나이 반도로 넘어오도록 밀어내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서안 지구 밑으로 이스라엘과 접해 있는 요르단도 이스라엘의 북부 가자인 소개령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전쟁 중 가자인들을 가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 이집트와 요르단을 안심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쟁이 다 끝나갈 것 같은 순간에 난데없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 만 명의 팔 인들을 받아들이라고 강권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