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거리 고체연료 미사일 260기 연료 사용 분량 이란행]
중국이 미사일 추진체와 관련된 중요한 원료를 이란으로 보내려다 들통났다. 중국의 이러한 행동은 이란의 미사일 개발에 도움을 주려 했다는 점에서 이란과 적대적인 이스라엘은 물론, 이란의 미사일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이를 지원하는 유럽과 미국에 대해서도 사실상 적대적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서방 2개국의 보안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사일 추진체 중요 원료를 실은 이란 화물선 두 척이 중국에서 이란으로 항해 중이거나 항해 예정”이라면서 “이란 국적 선박 '골본' 호와 '자이란' 호가 앞으로 몇주일 안에 과염소산나트륨 1천t 이상을 중국에서 이란으로 운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과염소산나트륨은 고체연료 미사일 추진제의 주성분인 과염소산암모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미사일 기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의체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통제 대상”이라면서 “당국자 중 두 명은 두 이란 선박이 운반하는 과염소산나트륨 1천t으로 과염소산암모늄 960t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분량의 과염소산암모늄은 미사일 추진제 1천300t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FT는 그러면서 “추진제 1천300t은 카이바르 셰칸이나 하즈 가셈 같은 중거리 고체연료 미사일 260기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면서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 선박들은 과염소산나트륨을 이란 혁명수비대로 운송하고 있으며, 중간 기항 없이 3주간 이란으로 항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FT는 “골본호는 중국 상하이 인근의 타이창항에서 이 물질이 담긴 컨테이너 34개를 실은 뒤 다이산섬에서 며칠 머물렀다가 지난 21일 출항해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항으로 향했고, 자이란호는 컨테이너 22개를 싣고 내달 초 중국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선박 위치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자이란호는 22일 새벽 현재 다이산섬 남쪽으로 75km 떨어진 저장성 닝보시 앞바다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은밀하게 이란과 러시아를 지원해 온 중국]
사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이 이란과 러시아를 은밀하게 지원해 온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해 왔다. 미국은 2023년 이란의 주요 탄도미사일 개발 주체들의 부품·기술 조달을 도왔다는 이유로 베이징 주재 이란 방위공사를 포함해 중국, 홍콩, 이란의 관련 단체와 개인을 제재했다. 미국은 지난해 7월에도 비슷한 이유로 이란, 중국, 홍콩에 거주하는 개인 5명과 단체 7곳을 제재했다.
FT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1986년 이라크와 전쟁 중이던 이란에 '실크웜' 대함 미사일을 공급하는 등 1979년부터 이란에 무기를 광범위하게 수출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고위 분석가 출신인 데니스 와일드 조지타운대 교수는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은 이란군의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광범위하게 지원해왔으며 전문지식, 기술, 부품, 훈련 등을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와일드 교수는 “현재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위해 이란이 미사일을 생산하도록 은밀하게 돕고, 미국 패권에 맞서는 공동 대의를 공고히 하며, 매년 할인된 가격에 이란산 원유를 대량 구입하는 등의 동기에 따라 이란을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지원 사실 전면 부인하는 중국, “모른다” 부인]
이와 관련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기사에 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구체적 상황을 모른다”면서 “중국은 줄곧 중국 수출 통제 법규와 국제적 의무에 따라 이중용도 물자를 엄격하게 통제해왔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또한 어떠한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에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는 관련 내용에 대한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중국과 이란의 위험한 만남, “이란 적극 지지”]
중국이 이란과 밀착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2023년 2월, 시진핑 국가주석과 국빈 자격으로 방중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확실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이구동성으로 '일방주의' 반대를 강조하며 미국 견제에 의기투합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는 각종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의 시련을 견뎌 냈다”고 강조한 뒤 “중국은 이란이 국가 주권과 독립, 영토의 완전성, 민족 존엄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하고, 일방주의와 괴롭히기에 저항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과 중국은 모두 일방주의와 패권주의 괴롭힘에 반대하고 외부세력의 내정간섭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이란 측은 중국이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 모두 미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과 이란이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대표적 국가라는 점에서 이날 일방주의와 패권, 괴롭힘 등에 대한 반대를 거론한 것은 다분히 미국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핵개발도 지지한다는 시진핑, “美 제재 해제 요구”]
중국과 이란 정상간 만남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과 이란이 이란의 핵 개발과 관련한 모든 제재를 전면 해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당시 발표된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합의가 공중에 뜬 현 상황이 미국의 일방적 탈퇴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은 정작 이란측의 불성실한 태도로 진척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란은 사실상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물질 조사를 거부하면서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고, 핵무기 보유를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이란핵합의 협상 당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국가들이 이란과의 협상 진전에 회의감을 나타냈고, 미국 역시 이란의 핵개발 능력 진전에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이란핵합의 복원을 반대해온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거두절미하고 무조건 이란 핵합의 복원과 함께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미국에 요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본심이라 할 것이다.
[반미동맹의 핵심축 자처하고 나선 시진핑]
그런데 이란의 라이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만남에서 결론적으로 남는 것은 결국 ‘반미동맹’이다. 어찌보면 미국으로부터 각각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과 이란이 정상회담을 통해 '반미 동맹'을 강화하고 나섰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란과 중국의 정상간 만남에 대한 중국의 본심은 당시 이를 보도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고글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라이시 대통령은 인민일보 2면에 2천500자 분량으로 실은 '오랜 친구는 미래 협력의 가장 좋은 동반자'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중동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 정상답게 미국을 견제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라이시는 “양국은 패권주의와 일방주의를 반대하며 모든 국가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한다”고 강조했고, “의롭지 못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인식한다”며 “국제 메커니즘을 남용하고 난폭하게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며 다른 민족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어떠한 행위도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시의 이러한 주장은 한마디로 미국과의 '핵합의 복귀 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미를 연결고리로 중국과의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이란의 라이시와 중국의 시진핑간 만남은 갈수록 양국 모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미국에 정면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고, 이러한 반미 행동에 양국이 힘을 합치겠다는 선언으로 읽혀진다.
사실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이란 입장에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중국은 경제제재로 원유 수출이 막힌 이란의 유일한 판매처”라며 “이란 입장에선 중국이 생명줄과도 같은 교역 파트너”라고 전했다.
[중국이 주도권 쥔 악의축 국가들의 결집]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중국이 제3세계를 포함해 반미동맹 국가들의 핵심국가로 주도권을 쥐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사실상 러시아가 주도해 왔던 주도권을 이젠 중국이 행사하겠다는 의도라고 읽혀진다.
지금 러시아는 외부에 도움을 주고 동시에 이끌어가는 주도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이란으로부터 무기지원을 받는 하류국가로 추락했다. 경제적 지원도 이란을 포함한 반미국가 및 제3세계 국가들에 전혀 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러시아가 이끌던 반미 전선의 주도권을 중국이 쥐고 나아가려 하는 것이고, 동시에 그러한 힘을 바탕으로 마국을 역으로 압박하려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란과 핵심적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와 북한이다. 러시아와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사일과 드론 등을 러시아에 지원해 주고 있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도 돈독하다. 이란 미사일의 핵심기술을 북한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는 보고들도 여러차례 있었다. 핵시설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게 이란과 북한은 완전히 하나로 묶여 있다.
이러한 이란-러시아-북한으로 이어지는 관계에 중국까지 더해지면서 막강한 악의축 국가 라인을 형성하고 있고, 동시에 이들 국가들끼리 외교적 유대 강화를 통해 미국 및 서방과 맞서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로 아주 위험한 도박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란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폭격으로 미사일 생산 기능이 마비되면서 부족한 미사일 원료를 중국이 지원해 복원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고, 러시아에게도 자폭드론의 엔진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 공격을 은밀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을 악의 축을 이끄는 핵심국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