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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두손든 후티반군, 인질 석방 및 홍해공격 전면 중단선언 - 예멘 후티반군, 홍해 통과 선박 공격 전면 중단 선언 - 강경한 미국, 후티반군을 테러집단으로 지정 - 중동 앞다퉈 트럼프 구애…사우디 ‘860조 투자’
  • 기사등록 2025-01-24 11: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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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후티반군, 홍해 통과 선박 공격 전면 중단 선언]


드디어 홍해에 평화가 찾아왔다. 후티반군은 그동안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과 이를 보호하려는 군함 등에 무차별 공격을 가하면서 홍해를 통한 물류 수송이 상당한 지장을 받아왔는데, 가자 지구 휴전과 함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압박이 강해지자 돌연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 중단은 물론이고 그동안 억류해 왔던 인질들도 전면 석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갤럭시 리더호를 나포한 지 1년이 넘은 상황에서 선원들을 석방했으며,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정 이후 선박 공격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면서 “후티반군은 그동안 100척 이상의 선박을 공격하면서 항해를 방해하자 컨테이너 선박들이 남아프리카 희망봉 노선으로 돌아가는 항로를 택하도록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후티반군이 일단 공격 중단을 선언했지만 대형선사들은 안전 보장이 확고해질 때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즉각적인 홍해 운항 재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23년 11월 후티반군에 의해 납치된 갤럭시 리더호는 일본 선적으로 이스라엘 해운재벌 아브라함 운가르가 지분 일부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나포되어 그동안 예멘 해안에 정박되어 있었는데 25명의 선원들도 함께 억류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후티 지도자 압둘 말릭 알-후티는 성명에서 “갤럭시 리더 승무원의 석방은 가자와의 연대와 휴전 협정 지지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면서 “휴전 협정이 실패하면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티는 이번 석방을 술탄국 오만이 중재했다고 밝혔다. 선사에 따르면 억류된 선원은 불가리아·우크라이나·필리핀·멕시코·루마니아 등 국적의 25명이다.


후티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 19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이 발효되자 미국과 영국 선박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선언했다.


[강경한 미국, 후티반군을 테러집단으로 지정]


이번 후티반군의 홍해 운한 상선에 대한 공격 중단 선언과 나포된 선원 석방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석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유화 메시지로 해석했다.


예멘 전문가 모하메드 알바샤는 “테러조직 지정을 늦추려는 속셈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단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친(親) 이란 예멘 후티 반군을 '해외테러단체'(FTO)로 재지정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예멘 후티 반군을 '해외테러단체'로 재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면서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에 후티를 지원하거나 옹호하는 단체에 대한 원조와 지원 사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로이터는 이어 “백악관은 후티 반군이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항을 포함해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수많은 공격을 감행했으며,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300발 이상의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는 것으로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1월 19일 임기 마지막 날 후티 반군을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와 '해외테러단체'로 지정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예멘 내 인도적 지원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후티 반군을 ‘국제테러리스트’와 '해외테러단체'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후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등 위협이 고조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테러리스트’로 재지정했으나 '해외테러단체' 명단에는 여전히 올리지 않았다.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되면 미국에 있는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 거래가 금지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의 관할에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해외테러단체’에 "물질적 지원이나 자원"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는 무기뿐 아니라 통신장비와 시설, 교통, 훈련, 금융 등 각종 서비스를 포함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의 활동은 중동에서 미국 민간인과 병력의 안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역내 파트너들의 안전, 세계 해상 교역의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역내 파트너들과 협력해 후티의 역량과 작전을 제거하고, 자원을 박탈하며 미국 병력과 민간인, 미국의 파트너, 홍해의 해상 운송에 대한 공격을 끝내는 게 미국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때는 유엔과 구호단체 등이 예멘의 큰 부분을 장악한 후티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면 예멘 주민 구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고, 이에 동의한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2월 ‘국제테러리스트'(SDGT)와 '해외테러단체'(FTO) 지정을 둘 다 해제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도 후티의 상선 공격이 계속되자 2024년 1월 후티를 국제테러리스트로 다시 지정했지만, '해외테러단체’는 해제된 상태로 뒀다.


[중동 앞다퉈 트럼프 구애…사우디 ‘860조 투자’]


사실 후티반군의 태도 변화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자세와 함께 4년 만에 권좌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중동이 앞다퉈 구애의 손짓을 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 때는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와 무역 확대 의향을 밝혔고, 이란은 핵 협상 재개를 촉구하면서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통신은 23일,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취임을 축하하고, 향후 4년간 투자와 무역 확대에 6천억 달러(860조 원)를 투입할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개혁 조치가 ‘전례 없는 경제적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기회를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기회가 추가로 생긴다면 투자 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측은 거론한 금액이 공공 자금인지, 민간 자금인지, 또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등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식 후에 “지난번(1기 임기 초인 2017년)에는 사우디가 우리 상품 4천500억 달러(650조 원)어치를 사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사우디를 선택) 했다”면서 “이번에도 미국 상품 5천억 달러(720조 원)어치를 사주기로 한다면 1기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사우디를 해외 첫 방문지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동의 대표적 반미 국가이자 그동안 후티반군을 지원해 왔던 이란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전략담당 부통령은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대화 세션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가지려고 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새로운 핵협상에 합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자리프 부통령은 이어 ‘미국이 새 협상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란이 판단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미국이 트럼프 1기 때 이란 핵합의에서 이탈할 때 외교정책을 주도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이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2기에는 기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자리프 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더욱 진지하고, 더욱 목표에 집중하고, 더욱 현실적이기를 희망한다”면서 “이란과 상대할 때 '합리성'을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국 친화적 발언을 한 자리프 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집권기인 2015년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독일, 유럽연합(EU)과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도달할 당시 이란 외무장관으로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출범 이듬해인 2018년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에서 이탈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겨냥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도 제재 기조를 유지하고 강화했다. 수년간 미국 주도의 제재에 반발한 이란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왔다.


이란의 미국을 향한 유화적 태도는 후티반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후티반군도 일단 이란과 보조를 맞추면서 허리를 숙인 것으로 판단된다.


[후티의 화해 제스처에도 불안은 계속]


문제는 후티반군 지도부가 미국을 향한 화해 제스처를 보냈음에도 과연 홍해에 진정으로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휴전이 성사된 이후에도 예멘 사나에서 반미·반이스라엘 시위가 열려 대형 팔레스타인 깃발 틈으로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모형 로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불안불안한 휴전이 시작되었지만 이들간의 갈등이 다시 폭발한다면 후티반군도 다시 홍해 상선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로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휴전 협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그중 이스라엘 우파는 유대인 한 명 당 팔레스타인인 30명의 인질 교환 비율에 강하게 반발하며 네타냐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렇게 하마스가 여전히 수십명의 인질을 억류하고 있고 이들을 모두 찾을 때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불안한 휴전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힘을 통한 평화를 제창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일단 당분간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이스라엘의 강경 우파들이 어떻게 반발하고 나서느냐에 따라, 또한 하마스의 강경세력들이 또다시 결집해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는 당분간 이렇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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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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