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달부터 중국에 10% 관세 부과” 시작]
취임식 당일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 딱 한 번만 거론하면서 부드러운 화법을 구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이틀째에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강경 모드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중국이 긴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시점은) 아마도 2월 1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최근 통화시 관세와 관련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관세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 전화통화는 취임전인 지난 17일 전격적으로 성사되었는데, 중국 매체들은 이러한 전화회담에 대해 미중간 긍정적 흐름의 시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전화통화와 관련해 중국 정부 발표문은 당시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 측 요청으로 이뤄졌음을 의미하는 '잉웨'(應約·약속에 응하다)라는 표현을 썼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위대한 관계를 매우 소중히 생각한다”, “계속 대화와 소통을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되도록 빨리 시 주석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미중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항구적 우호를 유지하면서 함께 세계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측의 이러한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과는 상당히 상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무역 균형과 '좀비 마약'으로 알려진 펜타닐, 틱톡 등 미중 갈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국측 발표문에는 이러한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측은 대신 “중미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더 큰 진전을 얻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 “양국 사이에는 광범한 공동이익과 드넓은 협력 공간이 있어 파트너·친구가 될 수 있고, 상호 성취와 공동 번영으로 양국과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다” 등 시 주석의 긍정적 언급을 상세하게 나열했다.
중국중앙TV(CCTV)는 20일 논평 '중미 관계의 좋은 출발을 기대한다'에서 “중국과 미국이 라이벌인가 파트너인가. 이것은 중미 관계의 방향에 관계된 근본적인 문제”라며 “미국 새 정부가 올바른 대중국 인식을 세우고 중미 관계의 첫 단추를 잘 끼우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러한 흐름을 봤을 때 중국 당국은 대 중국 강경모드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의외로 미중관계를 부드럽게 끌어갈 수도 있다고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이러한 기대는 대통령 취임 하루만에 완전히 허물어졌다. 펜타닐과 관련해 1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나섰기 떄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에 관해 사실무근이라 강력히 주장해 왔다.
[트럼프, 美기업 차별국가 '2배과세' 보복 위협]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동안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었는데, 이러한 관세 부과 방침은 현실화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 내에 펜타닐이 유입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취임 첫날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펜타닐과 관련해서는 10% 관세부과를 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너무 조급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설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매기는 국가의 기업이나 시민에 대해 미국 내 세율을 두 배로 높이겠다며 위협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인 20일 밤 공개한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에는 “재무장관은 상무장관, 미국무역대표(USTR)와 협의해 미국법전(USC) 제26권 제891조에 따라 외국이 미국 시민이나 기업에 차별적 또는 역외적 세금을 부과하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FT는 법전 891조에 대해 “'90년 된 모호한 조항'으로, 대통령에게 미국 내 외국인이나 기업에 징벌적 세금 부과로 보복할 권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하면서 “이 조항은 대통령이 자국민이나 기업에 대한 외국의 '차별'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면 그 국가의 기업이나 시민에 대해서는 의회 승인 없이 세율을 두 배로 높이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앨릭스 파커 에이드베일리 세법국장은 “(891조 발동은)가장 극단적 선택지로, 처음부터 이를 쓰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각서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 방지를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고, 미국 기업에 불균형하게 과세하는 국가에 대한 '보복 조치'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OECD 글로벌 조세 합의' 각서에는 “(OECD) 글로벌 조세 합의가 미국에서 강제력이나 효력이 없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미국의 주권과 경제적 경쟁력을 되찾는다”는 선언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재무장관에게 “무역대표부(USTR)와 협의해 미국과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 외국 국가 또는 역외적이거나 미국 기업에 불균형하게 영향을 미치는 세금 조약을 시행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외국 국가가 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60일 이내로 미국이 이에 대응해 채택할 만한 '보호 조치 및 기타 조치' 권고안을 작성해 경제정책보좌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제출하라”고 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관세 전쟁’을 넘어 ‘세금 전쟁’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지만 미국에 대한 차별적 관행을 사실상 도외시해 왔던 그동안의 통상 방식을 완전히 뜯어 고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를 과연 어떻게 시행해 나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서가 가르키는 방향이 단지 OECD 국가들만 향한 것이 아니라 특히 중국 등 글로벌 무역관행을 무시하는 국가들에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기업에 대해 가장 차별적 대우를 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빠르면 4월, 늦어도 6월경이면 선거 운동 기간 동안에 예고했던 60% 관세를 현실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그런 관세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행정적 절차가 뒷받침된 과세 외교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루비오 국무장관을 보면 미중외교 방향도 보인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미중외교의 방향이 어떻게 흐를 것인지 암시해주는 인물이 바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안에 미중정상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일면 미중간 분위기가 해빙 무드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작 미국의 외교를 이끌어갈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행보는 이와 매우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첫 공식행사 일정으로 미국·호주·인도·일본 4국 안보 협의체 쿼드의 외교장관 회의를 미국에서 열었다. 루비오 신임 미 국무장관의 외교 무대 데뷔전으로 미국·호주·인도·일본 4국 안보 협의체 쿼드의 외교장관 회의로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22일, “전날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 루비오 국무장관과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S.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무상이 참석했다”면서 “이들은 법치주의, 민주주의 가치, 주권, 영토 보전이 유지되고 수호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 앞선 NBC와의 인터뷰에서 회의 의의에 대해 “미국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전 세계 동맹국과 협력할 중요성을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상원의원 시절 중국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대중 매파다. 그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중국은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했던 가장 위험하고 강력한 거의 완전한 적대국”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미국의소리(VOA)는 16일(현지시간) “루비오 지명자는 중국이 거짓말, 사기, 해킹, 지위 절도를 통해 글로벌 초강대국을 달성했다고 말했다”면서 “마르코는 미국이 정책 변화를 채택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21세기 미국 번영에 가장 큰 위협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불균형 관계'를 거듭 강조하면서 “수년 동안 우리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인 척하도록 허용했고, 그들이 무역과 상업에서 계속 부정행위를 하도록 방치했으며,지속적으로 확장하도록 허용했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은 이제 신속하고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한 루비오 장관이 자신의 첫 대외 일정으로 대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4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 회의를 잡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트럼프 2기의 주요 외교정책의 핵심에 바로 중국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중국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빙 모드로 진입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국에 관한 한 최 강경론자인 루비오 국무장관이 미국 외교의 조타수라는 점에서 미중관계는 바이든 정부와는 또다른 초강경모드가 될 것임을 암시해 준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