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中, 보조금 업고 과잉생산품 물량공세]
지난해 중국이 전례없는 무역 흑자를 기록했는데 그 배경에는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을 주변국 및 경제 약자국 등에 무차별적으로 밀어내기 수출을 함으로써 이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수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의 저가 수입품으로 엄청난 피해를 봤다”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들이 중국 상품을 표적으로 조사를 시작했으며, 여기에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급증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중국의 거대한 산업체계가 상품들을 지나치게 많이 생산함으로 인해 이들을 소화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개발도상국에 떠넘기고 있다”면서 “과거와는 달리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의 이러한 행태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장벽에 부딪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강력히 반발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해 무역조사를 실시한 건수가 지난해 무려 160건이나 됐는데 이는 지난 2023년 69건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것”이라면서 “이 수치는 2023년 10월에 발표한 전기자동차에 대한 EU의 조사는 제외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중국이 전례없는 무역 흑자를 기록한 배경에는 이렇게 중국산 저가 수입품의 무차별 공습이 자리잡고 있고, 이로 인해 신음하는 전 세계의 산업 생태계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선포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중국은 수출 분야에서 미국의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그 여파는 선진국만이 아닌 개발도상국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를 맞아 미중간에 무역갈등이 고조된다면 중국은 내수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잉 생산은 이어지면서 당연히 무역분쟁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가 21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의 지난해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7% 넘게 증가한 25조5천억위안(약 5천101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로인해 무역 흑자도 7조위안(약 1천400조원)을 넘기면서 전례 없는 성장을 보였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물론 이러한 수출 확대는 트럼프 2기가 출범하기 전에 무역 제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평상시보다 더 많은 중국산 제품의 수출이 늘어났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식이 되었던 전 세계에 값싼 중국 상품들이 넘쳐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특히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불문하고 중국산 저가 상품의 밀어내기식 물량 공세가 불러오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깊어지면서 이젠 제조업 기반까지 흔들리는 공포가 더해지자 세계 각국은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중국 무역구제정보망(CTRI)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 세계 각국의 무역구제 조사건수는 총 199건으로 집계됐다”면서 “2023년(87건)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SCMP는 “이를 분야별로 보면 반덤핑 156건, 상계관세 26건, 세이프가드 17건 등이었다”면서 “국가별로 보면 인도 37건, 미국 31건, 유럽연합(EU) 21건, 브라질 19건 등이었다”고 전했다.
SCMP는 또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무역구제 조사를 제기한 국가의 수도 2023년 18개국에서 2024년 28개국으로 증가했다”면서 “특히 여기에 태국, 페루, 파키스탄 등의 개발도상국이 추가된 것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윌라멧대학교의 량얀 이코노미스트는 SCMP에 “다수의 무역조사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들”이라면서 “중국이 미국 대신 이들 국가에 진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중국산 수입품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中, 철강·배터리·전기차·태양광 등을 과잉생산]
그렇다면 국제 무역 구도를 흔들고 있는 중국산 저가 상품은 어디까지 영역을 뻗어나가고 있을까? 일단 핵심 품목으로 거론되는 품목들은 철강,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화학제품 등으로 사실상 중국의 주력 수출품목들이 다 해당된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이 침투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8월 발간한 '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을 보면 중국은 이 분야들에서 두드러지게 과잉 생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의 철강 생산 설비 규모는 2014년 고점을 찍은 뒤 감소하고 있으나, 가동률이 증가하면서 철강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기도 한 중국은 2000년 15%의 기준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2020년에는 무려 세계 점유율이 57%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중국의 부동산 산업이 완전 침체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철강 수요가 늘어날 리도 없는데 왜 이렇게 철강 생산은 확대된 것일까? 이유는 생산확대분을 수출확대를 통해 밀어내기를 할 요량이었다고 보면 된다.
철강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분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배터리를 보더라도 중국의 생산능력은 이미 전 세계의 수요를 초과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전기차도 2023년의 경우 954만대가 생산됐으나 841만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또한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3대 신사업’으로 선정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태양광도 이미 공급 과잉상태다. 그러다보니 태양광 업계는 이미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다. 2023년에는 태양광 웨이퍼 가격이 전년 대비 75% 급락했고, 모듈 가격 또한 전년 대비 50%나 급락하는 등 태양광 시장 가격이 전체적으로 폭락했다.
그런데도 중국산 제품들이 이렇게 과잉생산을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유는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의 신에너지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은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천730억달러(약 239조원)에 달했다.
이렇게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배터리 기업은 생산량이 중국 내 수요를 초과하자 남아도는 배터리들을 아주 저가로 남아프리카,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으로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이러한 중국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글로벌 시장마저 초토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로 수출하는 중국의 디플레이션, 국제경제문제로 확대]
이렇게 중국 당국의 보조금 정책으로부터 비롯된 과잉생산과 저가의 중국산 제품 수출은 이제 글로벌 교역의 장에서 '공공의 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 무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이제 주요 의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뻔뻔하게 “아무런 근거가 없는 보호무역주의일 뿐”이라면서 “특히 신에너지 관련 분야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과잉생산이 아닌 오히려 부족한 상태”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반성할 생각도 전혀 없고 막무가내로 글로벌 경제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로 '무역전쟁 2라운드'가 펼쳐질 것이란 관측 속에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등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사실 글로벌 사우스 시장은 겉으로 보면 중국의 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이지만 먹잇감 정도로 전락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5년 신년사에서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 단결·협력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긴장 관계에 있던 일본이나 인도를 향해서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시진핑의 미소 속에는 음흉한 흉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과의 무역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을 밀어내기할 대상자를 찾고 있어서다.
SCMP는 이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 수출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한 2019년 19%에서 지난해 13%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트럼프식 관세 협박이 양국 간 경쟁 구도에서 지난 정부 때만큼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CMP는 이어 “글로벌 무역 구도에서 입지가 더욱 복잡해진 중국이 무역 장벽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지역을 대상으로 한 더 많은 현지 투자나 무역협정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책에는 한국도 당연히 포함된다. 최근들어 중국이 한국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한국인들에게 일방적 무비자를 허용하고 한중관계의 발전을 강조하는 데는 이젠 한국 시장을 더욱 더 중국의 손아귀에 넣겠다는 시진핑의 의지가 숨겨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국이 혼란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젠 중국산 전기차도 한국에 공식 상륙했다. 그동안 침만 꿀꺽 삼키고 있던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도 중국이 숟가락을 얹으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이미 중국산 태양광으로 인해 초토화된 적이 있다. 한국의 주요 산업들이 저가의 중국산으로 인해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도 신경써야 하겠지만 우리 국민들도 각성해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