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황 어떠냐” 트럼프, 주한미군과 영상통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 이후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 통화를 하면서 한국 상황을 언급했다. 취임식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상황에 관심을 갖고 안보상황을 직접 챙겼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미국의 abc News는 “20일(현지시간) 정오를 기해 군통수권을 넘겨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 열린 군 관계자들을 위한 무도회에서 경기도 평택 소재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프로젝터 스크린을 통해 영상 통화를 했다”면서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정은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How’s Kim Jong Un doing?) 여러분은 어떻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금 한국은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김정은을 의식한 듯 “여러분은 매우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를 대하고 있다”며 “나는 비록 그와 매우 좋은 관계를 발전시켰지만 그는 터프한 녀석(cookie)”이라고 말했다.
눈여겨볼 점은 동맹국들의 방위비 부담 확대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 후 군 통수권자로서 해외 주둔 장병과 첫 소통을 하면서 주한미군을 택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한국 상황을 물었다는 것은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캠프 험프리스를 찾은 바 있다.
[트럼프, “김정은 '뉴클리어 파워', 내가 돌아온것 반길 것”]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며 첫 임기 때 김정은과 잘 지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면서 자신과 김정은의 관계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은 그게(북한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다. 우리는 잘 지냈다.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며 향후 미북간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이 용어가 가진 외교적 함의 때문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역대 미국 정부의 당국자들은 '핵보유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자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2017년 백악관을 떠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시 첫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요 안보 위협으로 북한을 지목한 것처럼 이날 퇴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위협을 지목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우리에게 지금 많은 위협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북한은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난 그(김정은)가 엄청난 콘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많은 해안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북한의 부동산 입지가 훌륭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앞서 전력 논란을 빚고 있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도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역대 미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헤그세스 지명자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렇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핵군축이나 핵동결 등 이른바 '스몰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그동안 북한이 실질적으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미국이 핵 군축이나 핵 동결을 목표로 북한과 협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국이라는 용어의 외교적 함의를 인식했는지, 단순히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했는지는 불확실하다. 실제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더는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상원의 인준을 받은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상원 외교위의 인사청문회에서 북핵과 관련, “어떤 제재도 (핵)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서 제재 무용론으로 여겨질 수 있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 앞으로 북한의 위상이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이번 발언으로 “지난 30년간 비핵화 협상은 막을 내렸고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핵 군축 미북 협상으로 가는 로드맵이 펼쳐지게 된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은 미북 정상이 다시 주고받을 '러브레터'를 막을 수도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자강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가 한국의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미북간 핵 군축 협상 등 '스몰딜'이 가시화하면 한국에서도 당연히 자체 핵무장 등에 대한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도발한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의 협상술은 상대방을 압박해 협상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김정은이 화답하지 않으면 북한을 다시 압박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가운데 앞서 헤그세스 지명자의 발언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바로 대응했다.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지속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정부 입장을 트럼프 정부에 설명하고 조율해야 할 중대 국면에서 국내 정치 문제로 리더십이 흔들려 대미 외교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소한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자체를 헌재가 신속하게 기각하고 업무에 복귀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차 타깃' 피한 한국…정부 "미에 필요한 산업파트너"]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를 절대 가치로 내세우는 다양한 통상정책을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일단 한국이 ‘1차 타깃’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1일 “취임사 자체로는 한국에 직접 영향을 줄 부분이 적어 보이지만 이번 주부터 행정명령을 통해서 많은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행정명령이 진짜인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어 “당초 예상보다 신중한 태도도 감지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신정부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먼저 정부 차원의 조사를 거쳐 행정명령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단 우리 통상 당국은 내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관세 강화 등 보호무역주의 원칙을 천명하면서도 구체적인 신규 관세 부과 조치를 당장 내놓지 않았고, 한국을 겨냥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구체적 정책 변화를 가져올 각종 행정명령 방향성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보편관세 부과를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 무역주의 대외 통상 정책이 취임 첫날부터 전격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나타나기보다는 점진적 방식으로 구체화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를 당장 부과하는 대신 미국의 무역적자 및 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는 지시를 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부터 취임식에 이르기까지 한국이 트럼프 신정부의 주요 통상·무역 압박 우선 대상에서는 비켜서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시절부터 보편 관세 부과를 공언하면서도 특히 국경·마약 문제 등을 주된 명분으로 삼아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별도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하는 등 자국의 상위 무역 적자국 중에서도 일부 국가에 압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상과 연계 가능성이 점쳐지는 방위비 압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보다는 유럽연합(EU)을 우선 겨냥해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핵심 당국자는 “트럼프 신정부에 여러 정책의 우선순위가 있는 만큼 한국 관련 의제가 상대적으로 우선권에서 밀려나 있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희망한 조선 협력의 가능성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이 미국의 경제안보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핵심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트럼프 신정부와 협력 기회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 우리가 얼마만큼 필요한지 어필하는 것이 중요한 때”라며 “한국이 조선을 포함해 미국에 가장 필요한 산업 파트너라는 점을 보여줄 많은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