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윤 대통령, 탄핵 중단시, 만날 수 있다” 언급]
한국시간으로 21일 오전 2시에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현재 탄핵을 받아 구속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중단된다면 만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CBS 방송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2기 출범을 준비하며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있었던 수주 간 상황에 정통한 인사 10여명과 인터뷰를 토대로 “만약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중단된다면 그를 만날 수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의 탄핵 사태와 관련해 “모두가 나를 '혼돈'(상황)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을 보라”며 농담조로 말한 사실은 알려졌지만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나온 시점은 확실치 않지만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 승리 이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이끌며 측근들과 주고받은 여러 대화의 일부로 소개됐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정국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한국 문제에 대해 논의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내용의 정황상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돼 구속된 최근 상황 이전의 발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의 발언 진의는 무엇인가?]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냉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CBS의 보도 내용을 원문을 통해 그대로 살펴 보자면 “어느 날, 트럼프가 농담을 던졌는데, ‘모두가 나를 혼란스럽다고 하지만 한국을 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한 ‘그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탄핵하는 것을 멈춘다면 당연히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 말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일부 언론들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진짜 만나겠다는 의지보다는 조롱하고 비꼬는 듯한 뉘앙스가 더 강하다면서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한국 상황을 들추면서 자신의 2021년 1월 6일의 의사당 폭동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윤 대통령 탄핵 중단과 관련해서도 현재의 상황을 비꼬아 말하면서 실제 만남 의지보다는 의례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치적 레토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 지금의 한국 상황과 관련해 어떠한 보고를 받았느냐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CBS의 보도 내용에서 10여명의 트럼프 면담 인사들의 내용을 정리해 리포트를 한 것인데 한국 관련 발언이 한 사람의 견해를 쭉 이어 방송한 것인지 윤대통령 만남 발언과 한국의 혼란 상황 내용을 각각 다른 사람에게 듣고 기자가 이어서 설명했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한국의 혼란 상황과 윤대통령 만남 관련 발언은 각각 다른 사람이 발언한 것을 CBS 기자가 한국 관련 내용으로 묶어 소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21년의 1월 6일 폭동을 농담조로 이야기하면서 한국 대통령과의 만남이라는 진지한 외교적 사항을 같이 이야기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트럼프의 특성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한국관련 발언, 누가 보고 했을까?]
여기서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상황에 대해 누가 어떻게 보고했으며 이를 통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단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맷슐랩 보수주의연합 공동의장으로부터 한국상황을 보고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1기 백악관 정치국장을 지낸 맷슐랩(Matt Schlapp)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마다 참석하는 미국보수연합(ACU) 협의체의 회장으로 당시 윤대통령과의 만남에는 CPAC의장을 맡고 있는 배우자 메르세데스 슐랩(Mercedes Schlapp)과 함께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 두 사람이 트럼프캠프에서 갖는 비중과 중요성이다. 언제든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정치적 사안을 논의할 정도이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배경으로 미국 정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런 맷슐랩 의장이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이 가결된 직후 용산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다른 정관계 인사들도 동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는 계엄령 사태 직후라서 당연히 윤 대통령 자신이 계엄령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맷은 네바다 주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이번 선거에서 네바다주에 살지 않는 사람 9000명이 투표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부정선거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지난 총선 부정선거 관련 이슈도 도마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맷슐랩과 윤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 부분 공유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주요 인물로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을 들 수 있다. 정회장은 현재 국내 인사 중 트럼프 당선인 측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달 20일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대화를 나눴고 식사도 함께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달 16일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에 5박 6일 동안 방문했다.
당시 정 회장의 방문은 평소 친분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그를 대면한 인사는 국내 정·재계를 통틀어 정 회장이 유일하다.
정회장은 트럼프 취임식 행사에도 참석한다. 정 회장은 “(트럼프를 만났을 때) 그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였나”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몇 가지 질문했다”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았다”고 했다. 다만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저력이 있는 나라니 조금 참고 기다리면 언제든지 정상으로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회장의 성향에 대해 어느 정도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은 정회장이 트럼프 주니어와의 인연에 대해 “2년 정도 만남을 이어 왔고 서로 좋아하는 것이나 신념이 비슷해 급속도로 친해진 것 같다”면서 “트럼프 주니어와는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만나는 사이이기 때문에 만남을 유지하면서 둘이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는 많은 것을 암시해 준다. 정치성향이 다르면 친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회장은 철저한 반공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정회장이 한국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서도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 조야에서 퍼져 나오는 한미동맹 위기론과 함께 한국의 야당의 정치성향에 대한 우려들이 미국 공화당 및 관련 인사들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전략가·고문으로 활동했던 최측근 스티브 배넌(72)이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팟캐스트(인터넷 방송) ‘워 룸’에서 과거 국방부에서 사이버 안보 등을 담당했던 존 밀스 전 육군 대령과 한국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서 배넌이 “수십만 명이 거리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얼마나 위험한가”라고 묻자, 밀스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얼굴 사진,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과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 등이 표시된 서울 지도까지 보여주면서 상황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이 한국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한국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권력 투쟁의 한가운데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윤 대통령 탄핵 주도 세력과 중국이 연계돼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적극 동조한 것이다. 이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배넌이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갖는 관심은 일단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정치 상황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한국의 정치 상황에 주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공식적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국의 현 사태와 관련해 분명히 코멘트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교적 테두리 안에서 하겠지만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을 봤을 때 한국 국민에게 주는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