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병 북한군, 추세대로면 4월 중순 궤멸]
파병 북한군 사상자가 지금처럼 속출할 경우 4월 중순이면 12,000명 규모의 전체 북한군이 죽거나 다칠 것으로 보이며, 이렇게 몰살 당하듯 사상자를 내는 북한군을 보며 김정은도 푸틴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면서 추가 파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미국 군사전문가로부터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군사전문 매체인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파병돼 우크라이나군 상대 전투에 투입된 북한군이 손실 추세로 볼 때 올해 4월 중순에 궤멸될 수 있다”면서 “작년 12월부터 북한군 부대가 전투에 본격적으로 투입된 이래 최근까지 하루 평균 9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12주 만에 궤멸당할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이어 “이런 암울한 전망치는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북한이 가담한 것이 모험적 행위라는 점과 이로 인해 가혹한 인력 손실을 겪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을 분석해온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16일 ‘러시아 공세 평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이 지금과 같은 높은 사상 손실을 계속 겪을 경우, 올해 4월 중순이면 1만2천명 규모의 북한군 전체가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롭 바우어 나토(NATOˑ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위원장은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국방총장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은 대규모 인원이 전사하게 될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바우어 위원장은 특히 “언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러시아 군과 북한 군 사이의 조정이 실제로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러시아가 유리한 상황에 북한군을 투입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큰 병력 손실은 불가피하다”면서 “이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약 1만2천명의 북한군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다치거나 전사했다”고 확인했다.
바우어 위원장은 그러면서 “북한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런 방식으로 참전시킨 건 (러시아의) 전략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푸틴에 대단히 배신감을 느꼈을 것"]
이런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빌어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북한군을 파병할 때 이들이 매우 정교한 전술과 기술을 배우길 바랬는데, 현실은 북한군들이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 방위안보부서장과 미 해병대 대학의 벤자민 젠슨 교수는 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북한군을 단순한 총알받이로 취급하는 점을 부각시켜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금이 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도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에 주로 엘리트 군대를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은 성분이 좋은 군인들”이라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어 “이들 다수가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으면 북한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이를 우려해 추가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보’를 주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의 증언은 북한군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으며 소모품처럼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이들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배치된 사실을 몰랐으며 단지 훈련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준국 대사는 이어 “북한군이 현재 상당수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고 추정하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최전선에서의 비인도적 전술 때문”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는 파병된 북한군 관련 소문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북한 전역에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황 대사는 또한 “파병 군인들의 가족들은 아들과 형제가 노예 군인(slave soldiers), 대포밥(cannon fodder)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도 17일 RFA에 “북한은 1만2천명의 북한군을 파병함으로 러시아와의 ‘혈맹’을 보여주는 주된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로 군대로 파병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RFA에 “추가 북한 병력이 파병되는 움직임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군, “살아 돌아오면 영웅 대우” 통보가 유일한 파병 혜택]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번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파병 급여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받지 못한 채 “살아 돌아오면 영웅으로 대우한다”는 통보만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최근들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군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물적 증거들이 속속 입수되고 있는데, 지난 3일 사살된 북한군 13명의 유류품 가운데 ‘정경홍’이라는 병사의 메모에는 “우리는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된 것이고, 이번 파병에서 미래전에 대비한 전투 경험을 쌓으라는 지침을 받았다” “고향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서도 목숨 아까워하지 말고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북한군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러시아가 파병 북한군을 시종일관 ‘총알받이’로 소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지난해 11월 초 “러시아 지휘관들이 북한 병력을 옛 소련 시절 형벌대대(штрафной батальон)처럼 편제한 것을 파악했다”면서 “형벌부대란 정규군이 공격하기 전 앞서서 적 방어선을 흔들고 탄약을 최대한 소진시키는 선두 부대로 쉽게 말해 ‘총알받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이어 “옛 소련 때부터 러시아군의 전통 군사 교리는 ‘지상군 기동성 확보’였다”며 “광활한 국토에서 빠르게 병력을 이동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늘날 러시아는 일부 특수전 부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상 전투부대가 기계화·차량화돼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금도 러시아군은 기동성을 무척 중시한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어떻게든 탈 것을 준비해 돌격작전에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기갑차량이 파괴되면서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자 승용차에 철판을 용접해 쓰거나 오토바이, 심지어 전동킥보드라도 타고 움직인다. 그러나 북한군에게는 이러한 기동수단이 지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북한군은 군사 상식인 보병-전차-포병의 제병 협동 전술도 없이 그저 드넓은 벌판에서 총을 들고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희생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군의 움직임은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는 토벌하기가 아주 쉽다. 드론으로 전장을 감시하다가 북한군이 화력 지원과 기동장비 없이 투입될 경우 그때그때 공격하면 되기 떄문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 제8특수목적연대의 경우, 쿠르스크 돌출부 동부 지역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연대 단독으로 15km가 넘는 전선을 도맡아 방어하고 있다. 지난 11일과 12일에는 북한군 수백 명의 돌격을 단 1명의 부상자도 내지 않고 격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공격과정을 드론으로 촬영까지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사실 지난해 북한군 파병 소식이 전해지자 대다수 군사 전문가는 이들이 총알받이로서 일방적으로 소모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는데, 최근 전황을 보면 이 같은 예측은 이미 현실화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러시아군이 파병 북한군을 일방적으로 ‘소모’하는 전략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급박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과 함께 러시아 특유의 인종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러시아는 다민족국가임에도 인종차별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러시아인들은 몽골계 유목민족이나 그들과 외견상 비슷한 동양인에 대해 반감이 아주 심하다. 그 대상에 북한군도 포함된다. 그러니 북한군은 여러모로 소모품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전 세계 최대 고립국 북한 참전, 인태·유럽 연결 의미”]
한편, 나토의 바우어 군사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중 하나인 북한이 갑자기 플레이어가 된 것은 여전히 놀랍다”면서 “중국이 기본적으로 이 같은 일이 일어나도록 용인하는 점도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바우어 위원장은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유엔 안보리 결의와 관련해 유엔에 대한 지지를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바우어 위원장은 또한 “이는 엄청난 변화”라며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였던 북한이 이제 갑자기 플레이어가 돼 유럽에서 러시아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인도태평양이 갑자기 유럽 무대(theater)와 연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불어 “러시아는 지금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무기를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며 “그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그곳에 병력이 있는 미국에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