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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술 권하는 사회’·‘자살 권하는 사회’ - 홍준표 전 대표, "자살 미화 세상은 비정상적 사회" 지적 - 주요 정치인 및 언론들 "홍준표 발언은 막말" 비판
  • 기사등록 2018-07-30 10:34:03
  • 수정 2018-07-30 11: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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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


1921년 11월 ‘개벽(開闢)’에 ‘현진건’은 ‘술 권하는 사회’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일제의 탄압 밑에서 많은 애국적 지성들이 어쩔 수 없는 절망으로 인하여 술을 벗 삼게 되고 주정꾼으로 전락하지만 그 책임은 어디까지나 ‘술 권하는 사회’에 있다고 자백하는 내용으로 쓰여져 있다.


거의 매일 밤 1시가 넘어 귀가하는 남편에게 “누가 이렇게 술을 권했는가?”라고 아내가 묻자 남편은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했다오!”라고 푸념한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아내가 질책하자 남편은 “아아, 답답해!”를 연발하며 붙드는 소매를 뿌리치고 또 다시 밖으로 나간다. 아내는 멀어져가는 발자국 소리에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하고 절망을 되씹는다.


사실 대한민국 같이 술에 관대한 나라가 또 있을까?

더불어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주량(酒量)’을 내세우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특별히 정치인을 언론이 소개할 때 말미에 ‘주량’이 얼마인지 꼭 기록한다.

‘두주불사’라고 하면 ‘정말 남자답다’는 의미로 통하는 것이어서 그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술로 인한 모든 잘못들도 관대하게 덮어지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기도 하다.


현진건의 말처럼 아마도 사회가 술을 권했기 때문에 문제의 상당한 원인이 사회에 있기 때문에 범죄까지도 관대해 지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은 ‘술을 권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언제 어느 때든지, 누구라도 술 먹기를 원하면 쉽게 술을 입에 댈 수 있는 ‘술 친화 사회’가 대한민국이고 “술은 좀 먹어야 남자”이고 요즘은 “술도 좀 먹어주는 여자”가 ‘깨인 여자’로 취급받으니 어찌 아니 그럴까?


▲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끝난 후 노회찬 의원의 영정이 의원회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홍준표와 ‘자살 미화론’과 ‘막말 논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자살, 그리고 이어지는 노회찬 추모 붐과 함께 영웅시화 하는 현상에 대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페이스북 글이 ‘노회찬 신드롬’에 찬 물을 끼얹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28일자 페이스북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8일,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또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자살을 택한 건 책임 회피"라고 썼는데 작심이라도 한 듯 거의 대부분의 매체들이 이 발언에 대해 융단폭격을 하고 나섰다. 이 언론들은 한 마디로 ‘막말’이라고 표현했다.


“당분간 정치를 안하겠다”면서 미국으로 떠난 홍 전 대표를 언론들이 다시 뜨거운 정치 현장으로 불러들인 셈이다.


정의당은 28일 홍준표 전 대표의 글에 논평을 내고 “그 누구도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죽음을 미화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라고 비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수많은 막말의 어록을 남긴 홍 전 대표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촌철살인 어록의 정치인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막말을 하나 더 얹었다”면서 “‘자살을 미화하는 사회 풍토가 비정상’이라고 한 것은 무능한 홍 전 대표의 막말”이라고 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노회찬 의원의 사망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은 고인의 생전의 삶의 궤적을 볼 때 상식”이라면서 “죽음을 미화한다느니, 그런 것은 정상사회가 아니라느니 훈계조로 언급하는 것은 한 번도 약자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아보지 못하거나 그런 가치관조차 갖지 못한 사람이 갖는 콤플렉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우리의 오랜 미덕 중 하나는 망자에 대한 후덕함”이라며 “고 노회찬 대표의 비극에 그 누구도 미화한 국민은 없다. 추모객 수만명은 그의 삶에 애도했을 뿐”이라고 적었다.


▲ 홍준표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


이렇게 비판 일색의 말들이 쏟아지자 홍준표 전 대표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홍준표 전 대표는 “같은 말을 해도 좌파들이 하면 촌철살인이라고 미화하고 우파들이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면서 “맞는 말도 막말이라고 폄훼하는 괴벨스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라고 썼다.


[노회찬 영웅화와 ‘자살 권하는 사회’]


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말처럼 “우리의 오랜 미덕 중 하나는 망자에 대한 후덕함” 문화를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한 시대를 이끌어 온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함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사실 노회찬 의원의 자살은 진보정치의 험로를 가져다 줄 수도 있는 악재였다.


‘정의’를 신조로 한 ‘정의당’의 기본 가치를 흔들 수도 있는 일이었으며, 드루킹 특검의 칼날이 청와대와 민주당의 핵심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 서막‘으로 보았었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의 자살로 상당부분 본질이 흐려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히려 노회찬 의원의 자살로 가장 피해를 보아야 할 정의당이 가장 이득을 보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유명한 기업인 출신인 이 모씨는 앞장서서 정의당 당원으로 가입하겠다고 나섰고, 4000만원 수뢰 혐의를 받았던 노회찬 의원의 이미지를 깔끔하게 정리함으로써 정의당은 이미지 손상없이 정당을 이끌 수 있게 되었다.


그뿐인가?

노회찬의원의 5일장으로 생긴 조의금으로 정의당은 상당한 돈을 포켓에 넣게 생겼다.

5일장으로 생긴 조의금을 처음에는 정의당이 다 가져가고 유족에게 얼마간 나눠주려다 유족의 반발로 3일치는 정의당이 2일치는 유족이 나눠 갖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정의당은 꿩 먹고 알먹는 양수 겹장의 ’노회찬 장례식‘이 되었다.


또 있다!


노회찬 의원을 영웅시하는 사회지도층들의 코멘트가 이어지면서 노회찬 의원의 비리 관련 내용들은 기억에서 완전히 씻어지게 생겼다.


도올 김용옥은 지난 27일 한 방송에서 “노회찬 의원은 너그럽고 품위있어 공자같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면서 “늘 민중의 언어로 비유했던 우리 시대의 예수같은 존재”라고 평했다.


’높은뜻숭의교회‘의 김동호 목사는 24일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라는 SNS 글에서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당하지 못한 돈, 4,000만원을 받은 것 때문에도 힘드셨겠지만 그것에 대한 의혹이 불거져 나왔을 때 자기도 모르게 아니라고 거짓말한 게 더더욱 힘드셨을 것이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은 역경에 강하다. 그러나 수치에 약하다. 불의한 자들은 그 반대”라고 분석하면서 “다윗처럼 견뎌내 주시지, 하는 생각에 하루종일 마음이 안타깝다”는 말로 다윗의 비유를 들어 노의원을 애도했다.


직접적으로 "노회찬=다윗"이라는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글을 보는 이들에게 "노회찬=다윗"이라는 등식을 심어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산하의 오역’으로 유명한 김형민 PD는 노 의원을 “품이 넓고 지치지 않고 힘들어도 티 내지 않고 웃을 줄 알던 드물고 드문 다윗이었다”고 했으며, 고(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준 목사의 경우 유대 민족을 지킨 마커비로 비유했다.


노회찬 의원이 참으로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진보정치의 상징으로 이 시대를 이끌어 온 것만큼은 분명하다.

분명히 공이 있다.


그러나 이미 확인된 바와 같이 과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폐족으로 일컬어지던 그 당시의 노무현 계를 생각해 보라.


그러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후 ‘노무현 신드롬’이 일었고 그 노란 물결은 결국 문재인정권의 탄생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아무리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자살하면 다 덮어지고 오히려 더 좋게 포장되는 이 사회는 홍준표 전 대표의 지적대로 ‘정상은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흘러가는 이 사회에 홍준표 전 대표는 과감하게 돌팔매질을 했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정치인들이 잘못했으면 그 잘못에 대해 죄과를 치루는 것이 당연한데도 자살해 버리면 오히려 명예도 회복되고 그로인한 정치집단이 더 혜택을 받는 사회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정치인의 자살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을 권하는 사회’는 연연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진보좌파 집단에서....


그렇다고 그럴 용기도 없는 보수우파를 탓할 수는 없다.

그만큼 온 우주보다 소중한 것이 생명이기에....


2018년 여름의 대한민국.

‘자살’이라는 단어가 온 나라를 덮었다.

유명인이 자살을 할 경우 이를 따라 하는 ‘베르테르효과’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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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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