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공식발표…3단계로 시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전쟁 발발 467일 만에 3단계 휴전에 전격 합의한 후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뒤집으면서 또다시 파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19일(현지시간) 휴전이 발효된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내각 일부가 하마스와의 휴전협정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질 석방을 포함한 휴전협상안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결국 승인했다”면서 “19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가 낮 12시 15분에 발효되며, 오후 4시 여성 군인 3명을 포함해 첫 인질이 석방된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와이넷(Ynet)은 “이번 휴전 합의에 따라 석방될 예정인 팔레스타인 수감자 명단이 이날 오전 내각 회의 후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휴전 합의안을 최종 승인할 이스라엘의 전체 내각 회의는 현지시간으로 18일 저녁에 열린다.
사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휴전이 타결된 것은 지난 16일이었다. 이에 대해 영국의 BBC는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15개월간의 전쟁 끝에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 협정에 합의했다고 중재자 카타르와 미국이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카타르 총리도 이날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며 “휴전은 이스라엘 내각의 승인을 받아 오는 19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휴전 당사자인 하마스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불이행 때문에 불거졌던 걸림돌이 오늘 아침 중재국 노력 덕택에 해소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협상이 타결됐다”며 “인질들이 곧 석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최근 휴전 및 인질 석방에 합의한 데 대해 “우리가 이 합의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합의는 결코 없었을 것이고, 인질은 풀려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넷 방송 '댄 봉기노 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뒤 “바이든이 자기가 했다고 하는 건 불쾌한 일”이라며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내가 (20일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기 전에 그것(휴전 및 인질석방 합의 시행)이 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이번 합의 도출시 상황이 카터-레이건 상황과 매우 닮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발생한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인질 사태가 1980년 대선에서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현직이었던 카터 당시 대통령에 승리한 뒤 해결됐던 상황을 상기시킨 것이다.
일단 양측이 합의했던 내용에 따르면 양측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될 휴전의 첫 단계에서 교전을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한다. 이 기간에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남은 모든 여성과 어린이, 50세 이상의 고령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천여명을 풀어준다.
휴전 다음 단계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 기간에 진행된다. 양측은 휴전 발효 후 16일째 되는 날부터 남은 이스라엘 남성 군인 인질 석방과 영구 휴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의 의제를 포함하는 휴전 2단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휴전 3단계에 이르면 숨진 인질 시신을 포함한 모든 인질의 송환과 가자지구 재건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하면서 민간인과 하마스 대원 등 4만6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가자 억류 이스라엘 인질, “60명은 생존, 34명은 사망”]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 전쟁의 2차 휴전에 조만간 합의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가자 지구에 억류되어 있는 이스라엘 인질 규모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CNN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2023년 10월 7일 남부 기습침입의 하마스 및 가자 무장 조직에 의해 가자로 끌려간 인질은 총 251명이며 이 중 157명은 이스라엘로 돌아왔고, 현재 94명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계속 억류되어 휴전 협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가자 내 인질 94명 중 34명은 사망했고 60명만 살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60명 중 42~60일 간 이어질 휴전 1단계에 33~34명이 석방되고 나머지가 그 다음 2단계에 풀려날 예정이었다.
[‘지옥될것’ 트럼프 강력경고에 휴전…우크라전에 영향주나]
사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휴전 협상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도 한몫한 것이 사실이다. 대선 과정에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던 그는 지난달 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2025년 1월 20일 이전까지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는다면 중동 지역과 인류에 반(反)하는 만행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대가가 있을 것(there will be ALL HELL TO PAY)”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현재 억류 중인 미국인 포함 인질을 자신의 취임때까지 석방하지 않을 경우 “중동에서 전면적인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그것은 하마스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 네타냐후 총리와 남다른 '브로맨스'를 과시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휴전이 트럼프 당선인을 위한 네타냐후 총리의 '선물'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협상에 미국의 강경대응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자지구 통치권’ 불씨 남긴 휴전안]
이번 휴전안에 가지지구 통치권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다는 점에서 휴전안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전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누가 통치할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추후 갈등의 소지가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철수하기는 하지만, 가자지구 최남단과 이집트 국경을 잇는 ‘필라델피 통로(회랑)’ 철수는 휴전 발효 후 50일간 점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면서 “1단계 안에 모든 병력을 철수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이스라엘이 휴전 1단계가 끝난 후에 군사 작전을 재개할 가능성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불안한 요소는 2단계와 3단계에 대해선 큰 얼개만 잡혀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2단계에서 하마스는 남은 인질을 전부 석방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이스라엘도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3단계에서는 숨진 인질들 시신까지 하마스가 전부 송환하고, 3~5년간 가자지구 재건이 이뤄질 예정이다. 2, 3단계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는 휴전 발효 16일째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기 떄문에 언제 이 휴전안이 깨질지 불안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가자지구 통치권을 놓고 하마스와 이스라엘간의 의견 차이가 커서 언제든지 휴전안은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 그래서 나온다.
[힘빠진 '저항의 축'…중동 친이란 세력 위축]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은 결국 중동 지역 내 이슬람 세력이 힘을 잃는 경향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및 이란과 시리아의 여러 시아파 이슬람 무장세력 모두가 상당히 약화된 상태로 가자 전쟁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어 “전쟁의 당사자인 하마스의 경우 명목상으로 '휴전'을 얻어냈으나 실질적으로는 팔레스타인에서 지배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면서 “야히야 신와르, 이스마일 하니예 등 지도자들이 줄줄이 제거됐고, 15개월간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을 받으며 수많은 지휘관을 잃고 군사력도 축소됐다”고 짚었다.
가디언은 또한 “하마스가 야히야 신와르의 동생 무함마드가 지휘하는 가자지구 내부의 강경론과 외부 지도자들의 온건론으로 사실상 쪼개진 상태”라면서 “특히 2023년 10월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촉발해 장기간 큰 피해를 초래한 탓에 상당수 민심이 하마스에 등을 돌린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가자지구 알아자르 대학의 음카이마르 아부사다 교수는 “가자 주민들은 하마스에 지쳐 있다”며 “그들은 재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고, 하마스가 집권한다면 국제사회가 한 푼도 쓰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하마스의 쇠퇴는 주변 중동 지역의 정세 급변과도 맞물려 있다. 이른바 '저항의 축'의 주축이자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세계 최강의 비정규군'이라고 평가받았던 헤즈볼라도 실질적으로 무너졌고, 이란의 헤즈볼라 지원 통로 역할을 하던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했으며, 레바논에서는 친서방 성향의 조제프 아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렇게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잇따라 사실상 패배한 것은 이란의 후원 아래 세를 키우던 다른 군소 이슬람 세력에도 직간접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미국 플로리다주 글로벌 국가안보연구소의 중동 전문가인 아르만 마흐무디안은 “이란, 이라크, 레바논 등의 주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질문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저항의 축이 사기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들의 쇠퇴가 중동 지역의 평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자 전쟁의 끝에서 새로운 이슬람 극단주의 물결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또한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휴전이 팔레스타인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