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0개국 이상 15억명 투표에서 우파가 대부분 승리]
스타머의 영국을 제외하고는 냉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좌파정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70여 개국에서 15억 명 이상이 투표한 결과 우파 정당들이 글로벌 승자로 부상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세계를 장악할 것 같아 보였던 좌파 정당이 이렇게 몰락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6일(현지시간) “냉전 종식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좌파 정당의 인기가 떨어졌다”면서 “이러한 분석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전 세계 보수주의자들이 1년 동안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후 나온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2024년 70여 개국에서 1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투표한 결과, 우파 정당이 전 세계 승자로 부상했으며 이는 단일 연도 사상 최다 기록”이라면서 “73개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를 분석한 결과, 좌파 정당은 각 민주주의 국가의 최근 선거에서 평균 45.4%의 낮은 득표율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유럽과 미국에서는 좌파 정당이 42.3%의 득표율에 그친 반면 우파 정당은 55.7%를 차지해 1990년 이후 가장 큰 득표율 격차를 보였다.
한편, 프랑스에서 파나마까지 급진적인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선전하면서 강경 우파 정당은 14.7%라는 사상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수년간의 잔혹한 파시스트 독재 이후 사회주의의 거점인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좌파의 몰락을 확인할 수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상황에서 이번 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캐나다, 호주, 유럽연합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에서도 좌파가 더 큰 패배를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암스테르담 대학교의 정치학자인 마티즈 루두인 교수는 “우파 정당의 지지율 상승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우파 정당의 지지율 확대는 앞으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또한 유럽외교관계위원회 싱크탱크의 편집장이자 선임 정책 연구원인 제레미 클리프는 “전 세계가 우파정당으로 돌아선 것은 서로 연결된 세 가지 추세의 결과”라면서 “세계화에 따른 노동 조직의 쇠퇴, 좌파보다 우파가 더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정체성 정치의 부상, 그리고 좌파 세력이 통합하기보다는 분열하려는 일반적인 경향 등이 그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동안 좌파정당인 민주당이 득세하던 미국 대선에서 우파의 트럼프 후보는 7,700만 표를 얻어 민주당 카말라 해리스 후보의 7,500만 표에 비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캐나다에서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포퓰리스트 피에르 포일리에브르가 이달 초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사임한 후 총리 후보로 가장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서도 올해 말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노동당 정부를 앞섰다. 그리고 유럽의 우파 정당들은 가장 최근 선거에서 좌파 경쟁자들과 거의 14%에 가까운 역사적 격차를 벌렸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에서 좌파정당인 노동당의 압승은 지난 12개월 동안의 좌절 속에서 좌파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영국에서마저 노동당의 인기 지속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텔레그래프는 이에 대해 “2024년 총선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YouGov/Times의 투표 의향 조사에서 노동당(26%)과 개혁 영국당 (25%)이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수당은 22%로 3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서유럽에서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 실시된 투표에서 강경 우파가 평균 16.9%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유럽연합 전역의 유권자들은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중도우파 정당에 전반적인 승리를 안겼지만, 독일을 위한 대안 (AfD), 프랑스의 국민전선, 오스트리아의 자유당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또한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이 프랑스에서 유럽연합 투표에서 승리한 후 에마뉘엘 마크롱이 임시 의회 선거를 소집하기로 결정하면서 프랑스 정치는 혼란에 빠졌고 마크롱은 레임덕에 빠졌다”면서 “국민연합 정당은 모든 좌파 정당의 다연정 연합에 의해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막았을 뿐이지만 르펜의 당은 의회에서 단일 최대 의석을 차지하며 불과 3개월 만에 새로운 소수 정부를 무너뜨렸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는 2월 총선에서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 정당인 AfD는 인기 없는 좌파 총리 올라프 숄츠의 사회민주당에 앞서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함께 텔레그래프는 “2024년은 철의 장막이 무너진 후 민주주의 국가가 된 이후 중부 및 동유럽의 좌파 정당에게 최악의 해였다”면서 “중도우파는 크로아티아와 불가리아에서 승리했으며, 극우파는 현재 부분적으로 무효화된 루마니아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체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모방하려는 포퓰리스트 극우 사업가 안드레이 바비쉬가 올해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의 정당은 33%의 득표율로 19%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좌파 정당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우파 성향 정당의 지지율 상승과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포퓰리즘 우파의 성공은 유럽에서 이민에 대한 태도가 강경해졌기 때문”이라며 “급진적인 정책도 기존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수정된 후 점점 정상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루두인 교수는 이어 “강경 우파 정당이 점점 더 전문화되고 있다”면서 “소셜 미디어 덕분에 외부 정치인들이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남미에서마저도 퇴조하는 좌파정당]
루두인 교수는 또한 “2000년대 후반 이후 라틴 아메리카 정치에 대한 좌파의 지배력은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와 같은 지도자들의 승리 이후 약화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4년 선거 이후 좌파의 득표율은 51.6%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우파의 평균 득표율은 2018년 이후 40퍼센트를 유지하고 있다. 핑크타이드의 본산인 남미에서마저도 좌파의 물결이 퇴색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2023년 파라과이는 보수 성향의 산티아고 페냐를, 에콰도르는 중도 우파 후보 다니엘 노보아를 선출했다”면서 “같은 해, 전기톱을 휘두르는 트럼프의 동맹 밀레이는 공공 부문 삭감을 약속하며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 되었는데, 2025년에 중간 선거를 치를 예정이지만 현재까지는 그의 정당이 여론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채텀하우스의 라틴 아메리카, 미국 및 미주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인 크리스토퍼 사바티니 박사는 “좌파 정당은 무능과 과잉 공약, 부패로 인해 득표율이 하락하고 있다”면서 “지난 20년 동안 범죄와 폭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가 급증했는데, 이는 좌파가 많은 결과나 실행 가능한 답을 내놓지 못한 분야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텔레그래프는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2022년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그의 정당은 여전히 브라질 의회에서 가장 큰 정당”이라면서 “라틴 아메리카는 전통적으로 미국이 실질적인 개입주의적 태도로 접근해 왔지만 우익과 포퓰리즘 지도자가 더 많이 등장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사바티니 박사는 “앞으로는 ‘미니 트럼프’를 선호하는 훨씬 더 당파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와 호주 지역에서도 약진하는 우파정당]
텔레그래프는 “우파는 아시아와 호주에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평균인 55.6%의 득표율로 정치권을 장악했다”면서 “뉴질랜드의 좌파 총리 재신다 아던은 2023년에 사임하고 중도 우파 국민당의 크리스토퍼 룩슨이 그 자리를 대신했으며, 호주에서는 올해 선거를 앞두고 우파 자유-국민 연립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는 또한 “작년에 일본의 우파 자유민주당은 과반수를 잃었지만, 신생 소규모 극우 정당의 부상으로 일본의 우파 득표율이 63.87%로 상승했다”고 짚었다.
텔레그래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서는 나렌드라 모디와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이 6월에 세 번째로 총선에 당선되었다”면서 “그러나 야당인 중도 좌파 인도국민회의 연합은 득표율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BJP의 의석 점유율은 감소했지만, 선거 전 연정 파트너와의 협상 결과 전체 득표율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일부 비평가들은 힌두 민족주의적 수사로 인해 BJP를 강경 우파라고 묘사한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도 몰락하는 좌파정당]
텔레그래프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8개 민주주의 국가에서 좌파의 득표율은 2024년에 사상 최저치인 54.2%로 떨어졌다”면서 “지난 30년 동안 좌파 정당의 평균 점유율은 항상 60%를 넘었지만, 수년간의 경제 관리 실패로 인해 하락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경제 대국인 남아공에서는 중도 좌파 아프리카 국민회의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첫 선거에서 의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이스라엘에서는 2020년부터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정당 리쿠드가 집권하고 있다. 다음 선거는 2년 후로 예정되어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가자지구 대응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테러 공격에 따른 인질 위기에도 불구하고 극우 정당 4개와 연합한 리쿠드는 여론조사에서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다.
[좌파정당이 집권중인 영국, 흐름은 우파로 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전 세계가 우파 정당의 집권으로 가고 있지만 영국만큼은 좌파 정당이 집권중이다. 그렇다면 영국은 앞으로도 좌파정당의 집권국가가 될까?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영국에서 노동당의 압승은 2024년 좌파가 거둔 몇 안 되는 승리 중 하나였다”며 “하지만 일시적인 승리”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총선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YouGov/Times의 투표 조사 결과 노동당과 영국 개혁당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노동당은 26%, 개혁 영국당은 25%의 지지율을 보였다. 또한 보수당은 22%를 차지하며 근소한 차이로 3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전 세계의 좌파정당들은 몰락의 길을 가고 있는데 반해 우파 정당들은 날이 갈수록 승리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좌파정당이 한때는 신선하게 보였지만 우선적으로 지금 시대의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해 나갈 능력이 없다는 점들이 점차 확인되고 있으며, 지나친 이상주의적 정책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이러한 흐름이 과연 한국에서는 어떻게 펼쳐질까?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