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들, 중국 정부 발표 전혀 신뢰하지 않아]
중국의 인민들이 정부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를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경제 부문에 대한 통계는 불신의 대상이라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중국 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5%에 이르렀다는 공식 발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수치가 현실과는 너무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중국 정부는 2024년 GDP가 약 5%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할 예정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경제가 침체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 정부의 공식 성장률 발표에 대한 중국인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중국은 17일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가 2024년에 약 5%의 빠른 속도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경제 데이터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많은 중국인들은 이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베이징에서 인쇄 및 광고 회사를 운영하는 하오는 FT에 “이런 성장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며 “당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말할 수 있겠지만 당국의 공식 데이터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4년은 20년 넘게 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최악의 해였다”며 “경제학자들은 물론 고위 관리들조차도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중국 GDP 수치의 정확성에 대해 오랫동안 의문을 제기해 왔으며, 거의 항상 정부의 연간 목표치를 기이할 정도로 정확하게 달성했다고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2년 연속 전년 대비 약 5%의 GDP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중국의 목표는 지난 수십 년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대국, 특히 중국처럼 심각한 부동산 부문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라면 이 정도 수치에 사실은 감격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중국인들의 체감 성장률이 실제 성장률 수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은행, 지방 정부, 식당, 차량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을 경기 침체처럼 느낀다고 말한다. 실제로 FT가 취재한 다양한 소스들에 의하면 중국 당국의 5% 성장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저 굶지 않고 버틸 수 있을만큼 버티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이 FT의 평가다.
FT는 이에 대해 “베이징 대학의 한 경제학자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이 공식 GDP 성장률 데이터가 최대 2% 포인트까지 부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그 왜곡이 커졌다”면서 “수개월째 1% 미만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2년 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생산자 물가 상승률이 수요 약화를 나타내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그러한 기초적 통계가 지금의 중국 경제 상황을 말해 주는데도 당국이 버젓이 5% 성장이라고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경제학자는 FT에 “중산층이 처음으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중국 역사상 지금과 같은 현실을 본 적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가오산원, “실제 중국경제 성장률은 2%에 불과”]
지금 중국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중국 경제에 대한 실체가 까발려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인민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시진핑 정권, 곧 중국 공산당 정권에 대한 존재 이유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어서다. 그래서 중국 정부 당국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경제 수치 이외의 경제관련 통계나 추계 발표를 철저하게 막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 '5% 안팎' 달성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가오산원 중국개발투자집단유한공사(SDIC) 수석 경제학자에게 조사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징계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일단 가오산원에게 내린 징계는 모든 대외적 발언 금지다. 한마디로 입에 족쇄를 채웠다고 보면 된다.
가오산원에 대해 중국 당국이 이러한 조치를 내린 것은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WSJ은 “가오산원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와 중국 싱크탱크 공동 주최 포럼에서 중국 당국의 경제성장률 발표와 관련해 비판적 발언을 한 것이 시 주석의 분노를 자아냈다”면서 “가오산원은 당시 중국의 실제 성장률 수치가 정확히 몇 퍼센트인지 알 수 없으나 제 추측으로는 지난 2~3년 동안 실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약 2%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가오산원은 그러면서 “그러나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수치는 약 5%에 가깝다”면서 “내 추측이 맞다면, 앞으로 3~5년 동안 3~4%의 성장률을 기대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다. 하지만 공식 수치는 항상 5% 정도일 거라는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중국 당국이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숨기기 위해 실제보다 부풀려 발표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가오산원은 또한 “중국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경제를 자극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매우 기회주의적일 것이며, 결국 그들이 약속한 것을 자신 있게 이행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런데 가오산원만 이렇게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여러 외국의 경제학자들도 중국 당국의 수치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 싱크탱크 로디움 그룹의 분석가들은 연구 노트에서 “지난해 성장률이 공식 목표치의 절반 정도인 2.4~2.8%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붕괴로 인해 2024년에 두 가지 중요한 경제 동력인 지방 정부의 투자와 소비가 부수적으로 영향을 받아 중국당국이 일련의 긴급 부양책까지 나섰다”며 “중국의 공식 데이터가 가계 및 정부 소비와 총자본 형성 또는 투자를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작년에 1년 전에 비해 마이너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FT는 “로디움 그룹의 이러한 분석 평가는 중국 내부 전문가들의 견해와 일치한다”면서 “안후이성 중부의 한 은행의 한 신용 담당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대출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올해 20%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은행 담당자의 경우 최근 부유한 이웃 저장성의 주도인 항저우를 방문했을 때, 1년 전 1,700명을 고용하던 고객사의 공장이 현재 1,100명으로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그러다보니 많은 수의 공장들이 투자보다는 대출금 상환에 집중하고 있으며, 투자보다 부채를 줄이는 것이 기업의 생존 효율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증언했다.
기업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일반 대중들도 외식과 같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심지어 국영기업들마저도 씀씀이를 대폭 줄이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FT는 “푸젠성 남부의 한 국유 그룹 직원은 베이징 당국이 4분기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면서 “이에 따라 이 회사는 25년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을 앞당겼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 통계를 조작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자금 끌어쓰기가 과연 중국 경제성장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그 국영기업은 자금 부족을 채우기 위해 직원급여를 20% 이상 삭감했다.
FT는 “한 중견 인쇄 및 광고회사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에 무려 40%나 감소했다”며 “이렇게 버티기도 힘든데 경제성장률 5%가 웬말이냐?”고 짚었다.
[중국기업 이익률 3년 연속 감소, 과잉공급이 원인]
중국 경제성장률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사실은 중국의 기업 이익률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입증된다. FT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면서 중국 기업이익률 감소는 202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가통계국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매출이 2000만 위안(270만 달러)을 넘는 중국의 기업 이익은 1월에서 11월 사이에 전년 대비 평균 4.7% 감소했는데, 이는 국가가 팬데믹 봉쇄를 받았던 2022년 전체 기간 동안 나타난 4% 감소보다 더 크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50만 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1월에서 11월 사이에 매출을 조사한 결과 2,000만 위안을 넘는 중국 기업의 25%가 전면적 손실을 냈는데, 이는 팬데믹 전인 2019년 전체 연도의 16%에 비해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건 스탠리의 중국 주식 수석 전략가인 로라 왕은 “그 둔화의 가장 큰 이유는 디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
FT는 이어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은 시진핑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통계국 기업 이익 데이터에서 가장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면서 “이들의 이익은 1월에서 11월 사이에 전년 대비 8.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 개발연구그룹의 전 수석 경제학자이자 중국 기업 전문가인 리신 콜린 쉬(Lixin Colin Xu)는 “지금과 같이 국유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다면 이들 국유기업들을 통한 일대일로 사업도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특히 “중국공상회사협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본토 상장기업 5,368개 중 23%가 2024년 첫 9개월 동안 전년 대비 순손실을 보고했고, 40%는 이익이 감소했으며, 45%는 매출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중국 당국은 2024년 경제성장률이 5%를 이미 달성했고, 2025년에도 5% 성장을 자신한다고 허풍떨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14일 “경제 운용은 마라톤에 가깝고 체중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체질을 테스트하는 것인데, 중국 경제는 좋은 체질을 갖추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인민망은 좋은 체질의 근거로 혁신력 증강을 꼽았다.
이에 대해 영국의 가디언은 “중국의 5%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엄청난 행운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 가능성을 비꼬았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