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약세, 경기 침체에는 도움되지만 자본 유출 위험]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 하락이 날로 심해지면서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위안화의 약세로 자본 유출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이 통화정책에 날을 세우고 있지만 이 문제가 중국 당국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자(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중국은 통화를 놓고 줄타기를 하고 있다”면서 “경제 펀더멘털은 위안화 약세를 시사하지만, 자본 유출의 유령이 여전히 중국을 괴롭히고 있어 위안화의 급격한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최근 위안화는 작지만 상징적인 움직임을 보였는데, 중국은 최근 몇 달 동안 국유 은행이 위안화 지지를 위해 종종 개입했던 7.3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허용했다”면서 “달러 대비 약 7.33으로 현재 위안화는 일일 거래 밴드의 약세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위안화는 중앙은행이 매일 고정하는 기준환율의 양쪽에서 2%씩 움직일 수 있다.
실제로 15일 거래 환율은 7.1883위안으로 소폭 절하 고시됐다. 전장 은행간 거래 마감가는 7.3303위안을 기록했다.
물론 중국 당국이 이러한 환율 하락에 대한 다양한 대비책과 대응책들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실제로 중국 중앙은행은 통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기록적인 양의 단기 화폐를 발행하여 홍콩의 위안화 유동성을 조절하는 등의 조치로 그 약속을 뒷받침했다. 또한 규제 당국은 해외 자금 조달에 대한 규정을 조정하여 중국 기업의 해외 차입을 용이하게 하고 위안화를 외화로 환전할 필요성을 줄였다.
그렇다면 위안화는 왜 이렇게 평가절하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WSJ은 “위안화가 특히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WSJ은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와 트럼프 행정부의 잠재적 인플레이션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으로 채권 수익률이 급등한 반면, 중국에서는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현재 중국보다 약 3.1%포인트 높은데, 이는 1년 전의 약 1.4%포인트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WSJ은 이어 “임박한 무역 전쟁도 위안화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위안화는 달러 대비 약 10% 절하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에서의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이다. WSJ은 “2015년 중국 당국이 국내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 대비 위안화의 급격한 3% 절하를 허용하자 자본 이탈이 더욱 심해졌다”면서 “자본 유출의 지표인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조 달러 가까이 감소했는데, 결국 중국이 자본 통제를 강화하고 경제가 다시 안정을 찾으면서 자본 유출은 마침내 중단되었다”고 분석했다.
WSJ은 “중국이 트럼프의 잠재적 관세에 대해 관망세를 취할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위안화는 다소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특히 트럼프가 위협한 60%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그 충격을 완전히 상쇄할 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위안화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한다면 중국 경제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내에서 경기 부양책을 펼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중국의 자본 통제 효과는 2015년 이후 가장 혹독한 시험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국내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고 외국의 도전자들이 대담해진 상황에서 중국은 쉬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수출 호조로 위안화 약세가 진정될 가능성?” 속지말라!]
중국의 위안화가 이렇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 언론들에서는 중국의 지난해 무역 흑자가 1조 달러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수출 호조가 위안화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진정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중국의 수출 호조가 과연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는 추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의 수출 호조가 중국 경제의 회복을 예견하는 지표로 삼을 경우 매우 부적절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의 수출 호조가 이뤄진 배경을 따져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수출이 4분기에 급격히 상승한데는 미국의 선거와 관련이 있다. 중국에 적대적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60% 관세 부과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가 이루어지기 전에 미리 대대적 수입과 수출을 하려는 욕구들이 맞물리면서 일시적 반등을 보인 결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지난해 4분기의 수출 급증이 올해 2분기 들어서면서부터는 수출 급감의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지난해 수출 호조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게 되고 동시에 중국 경제가 다시 진작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오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미 최저치로 떨어진 위안화 가치, “영향 심각할 것”]
우리 신문은 지난 9일에도 “새해 벽두부터 무너진 中, 위안화 가치 16개월만에 최저”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3113회)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중국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16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 더욱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 위안화의 대량 매도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동향이 주목된다”고 상황을 정리한 바 있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관세 인상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가운데 세계 제2위 경제대국 중국의 성장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 달러화대비 위안화 역내 환율은 전일대비 0.1% 상승한 7.34위안을 기록했다”면서 “이는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으로 이는 202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8일, “11조 달러 규모의 중국 국채 시장의 투자자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중국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일부는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한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시진핑 정부가 발표한 수많은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10년 만기 중국 국채 수익률은 최근 몇 주 동안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미국 국채와 전례 없는 300bp(베이시스포인트)의 격차가 벌어졌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중국 수익률의 급락은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이 수십 년간 지속될 수 있는 경제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시장 전망이 맞다면 그 영향은 심각할 것”이라면서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성장 동력 중 하나가 흔들리고,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이 나라의 사회 안정에 새로운 부담이 가중되며, 지난해 말 중국 금융 시장에서 기록적인 자금 이탈로 이어진 자본 유출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경제의 지표; 전기자동차 미래가 너무 어둡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그리고 환율 시장이 안정될 것인지 등의 전망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분석 지표 중의 하나가 중국 수출을 주도하는 전기자동차 시장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4일(현지시간),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최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는 중국의 최신 전기차 모델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이들 전기차는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관세 제한에 직면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어 중국의 전기차 과잉 생산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어 로이터통신 보도를 인용해 “중국 승용차 협회의 추이 동슈 사무총장은 13일 중국의 전기차 수출이 2024년 24.3%에서 2025년에는 '제로 성장'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중순, 기술 대기업 바이두와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Geely)가 합작한 중국의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지위에(吉越)'가 두 번째 모델 출시 후 대규모 해고 발표를 단행해 외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차 수출이 역풍에 직면하면서 내수 판매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RFA는 “내수 시장의 수요 촉진으로 촉발된 가격 전쟁으로 인해 업계가 도태되고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2024년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산 전기차 보이콧에 나선 유럽, 미국, 캐나다 외에도 브라질, 태국,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들도 중국산 수입품의 유입으로부터 자국 시장을 선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 조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산 전기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본다면 중국의 전기자동차 수출이 2025년에는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하고 이로인해 중국의 수출에도 마이너스적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출 약세라는 치명적 결과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는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당연히 위안화 약세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지금 상황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