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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트럼프 취임도 전에... 책사 배넌과 머스크 사생결단의 정면 충돌 - 트럼프 책사 배넌, “대통령 취임전까지 머스크 쫓아낼 것” - ‘전문직 비자’ 대충돌이 본격적인 갈등의 도화선 - 머스크 “한심한 바보” 배넌 “설교 말라”
  • 기사등록 2025-01-14 11: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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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책사 배넌, “대통령 취임전까지 머스크 쫓아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문이자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악마'로 부르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전까지 쫓아내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측근 두 사람이 대통령 취임도 전에 사생결단의 정면 충돌을 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어떻게 번져갈지 주목된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더힐(The Hill)은 12일(현지시간) “스티브 배넌은 이날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면서 “머스크를 무너뜨리겠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실세였던 최측근 배넌과 '1호 친구'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흥 실세' 머스크의 갈등이 행정부 출범 전부터 격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배넌은 한 발 더 나아가 “취임식 날까지 머스크를 여기(백악관)서 쫓아내겠다”며 “그는 정말 사악한 사람이고 아주 나쁜 사람이다. 이 사람을 끌어내리는 걸 내 개인의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고 발언했다. 또한 배넌은 “머스크가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했던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불리며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머스크는 차기 행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전문직 비자’ 대충돌이 본격적인 갈등의 도화선]


배넌과 머스크간 대충돌의 두 축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IT 업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신주류와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비롯한 ‘마가(MAGAㆍ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위대하게) 강경파’로 대변되는 구주류가 있다.


신주류의 머스크는 지난 12월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을 통해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들을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비자 때문”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구주류의 이민 정책 강경파를 비판하며 전문직 비자 H-1B 확대론을 펼친 것이다.


머스크가 이렇게 이민 정책에 대해 강경하게 나가는 배경에는 자신 스스로가 이민자이기 때문이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1989년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1992년 펜실베이니아대로 편입해 미국으로 이주했고, 학업을 마친 뒤 창업 활동을 하다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렇게 머스크가 구주류에 대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자 이번에는 ‘트럼프 원조 책사’로 불리는 배넌이 발끈하고 나섰다. 배넌은 머스크의 X 글 게시후 하루뒤인 지난해 12월 28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H-1B 비자 프로그램은 미국 시민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외국인 노동력을 선호하는 완전한 사기”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과학ㆍ기술ㆍ공학ㆍ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 종사자에게 주어지는 H-1B 비자는 고용주 보증 하에 기본 3년간의 체류를 허용하며 추가 연장이 가능한데, 발급 건수가 매년 약 8만5000개로 제한돼 있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2월 22일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인공지능(AI) 수석 정책고문으로 임명했다는 점이다. 그는 철저하게 머스크의 뜻을 따라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구주류들이 이에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크리슈난의 정책고문 임명 배후에 머스크가 있다는 점 때문에 구주류들의 반격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크리슈난은 영주권 제한을 없애 외국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좌파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임명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고 공격을 주도하고 나섰다.


그러자 또다른 신주류인 트럼프 2기 백악관 AIㆍ가상화폐 차르 지명자 데이비드 색스가 크리슈난을 감싸고 나섰고, 동시에 머스크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를 함께 이끌 인도계 기업인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역시 “미국 문화는 빼어남보다는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숭배해 왔다”면서 숙련된 전문직 인재 유치 필요성이 큰 IT 업계 출신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대거 H-1B 비자 확대 찬성론을 펴면서 머스크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신주류와 구주류간의 의견 충돌이 거세지자 트럼프는 일단 신주류인 머스크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며 힘을 실어주었다. 트럼프는 28일 보수 성향 매체인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저는 항상 비자를 지지해 왔다”며 “H-1B 비자를 믿어 왔다.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한심한 바보” 배넌 “설교 말라”]


이렇게 신주류인 머스크가 종횡무진 트럼프 2기 정책에 간섭을 하고 훈수를 두는 데 대해 기존 지지세력들의 반발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선인이 화를 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배넌은 지난 12월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전문직 이민 비자 확대를 요구하는 머스크와 IT 업계 출신 트럼프 지지자들을 ‘최근 개종한 사람들’로 비하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개종자를 환영하나 그들은 신앙을 이해하기 위해 수년간 뒷자리에 앉아 공부나 해야 한다”며 “개종한 첫 주에 교단에 올라가 설교하지 말라”고 퍼부었다.


심지어 사실상 친중파인 머스크의 존재가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러셀 오너리 예비역 육군 중장은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머스크는 백악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테슬라가 전체 생산량 과반을 중국 공장에 의존하는 점, 국방부와 계약한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국가 기밀 중국 유출 가능성 등을 경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허니문은 끝났나’ 기사에서 “당선인이 ‘모든 것에 관여하는’ 머스크의 행동과 언론 보도 폭풍에 100% 화가 났다”고 한 대선 캠프 소식통의 발언을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처음에는 (머스크가) 매력이 있었을지 몰라도 추악해질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심지어 배넌은 “머스크가 남아공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왜 지구상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남아공 백인들을 이곳에 있게 해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언급하게 하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머스크는 어린 소년(little boy)”이라면서 “자신의 부를 증식하는 데에만 관심 있다”고도 했다.


배넌은 극우 언론인 출신으로, 트럼프 1기 임기 초반 백악관 수석 전략가 및 선임 고문을 지냈다. 극우 성향과 내부 권력 갈등으로 2017년 8월 퇴출당했지만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를 회복했다.


[머스크, 구주류의 반발을 이겨낼 수 있을까?]


사실 머스크는 트럼프의 당선에 지대한 공을 끼친 것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2기의 핵심으로 역할을 한다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문제는 머스크가 자신의 영역이 아닌 부분까지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머스크는 최근 유럽 선거 개입 논란에도 휘말렸다. 사실상 트럼프의 외교정책에까지 휘젓고 나선 것이다. 머스크의 말 한마디가 트럼프 2기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2기 외교진이 공식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머스크가 사실상 트럼프 2기의 외교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나섰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머스크는 이미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 지지해 독일 연방정부의 반발을 불렀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외부 영향력은 민주주의에 위협”이라며 머스크를 겨냥했다. 그러자 머스크도 지난 12월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슈타인마이어는 반민주적 폭군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구주류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머스크의 월권을 트럼프가 제지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다. 이미 날이 갈수록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있다고 보는 구주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머스크가 방종하지 못하도록 제어할 필요를 느꼈다고 볼 수 있다. 그 전면에 바로 트럼프의 책사 배넌이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유럽의) 극우들은 포용하고 있지만 (미국의) 극우들과는 사이가 틀어지고 있다”며 “미국의 저명한 우익들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은 언제든 입막음할 수 있음을 보여준 머스크에 의해 자신들의 의제가 외면당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9·11 테러가 미국 정부의 소행이라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등의 기행으로 악명이 높은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부채가 되고 있다”면서 “그가 행정부에 위기를 초래하기 전에 트럼프가 개입할 것인지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루머는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일정에 동행할 정도로 손꼽히는 측근기도 하다.


스티브 배넌도 “머스크가 선거 기간 받았던 숭배에 중독된 것 같다”며 “머스크가 MAGA(트럼프 지지층)를 게으르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받았던 찬사는 조롱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변호사로 알려진 마이크 데이비스도 머스크를 향해 “자신의 영역에 머물라”며 그의 도 넘은 영향력 행사에 견제구를 날렸다.


이와 관련해 NYT는 “이전에도 머스크 CEO의 '대통령 행세'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사람들은 있었지만, 최근 머스크 CEO가 엑스를 통한 대내외적 내정 간섭으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화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신주류 머스크와 구주류간의 충돌은 이제 한계점에 이르렀다.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서는 어느 누구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도 없는 입장이지만 현재의 상황을 봤을 때 결국 머스크의 역할을 어느 정도 통제하는 수준에서 두 집단간의 갈등을 마무리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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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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