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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수백건의 방화 공격으로 불타는 모스크바, 바짝 긴장하는 크렘린궁 - 혼란에 빠진 러시아, 러시아 전복 계획의 일환인 듯 - 모스크바 동시 다발 화재의 배후엔 우크라이나? - 러시아도 우크라를 상대로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
  • 기사등록 2025-01-14 06: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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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빠진 러시아, 러시아 전복 계획의 일환인 듯]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가 수백건의 화재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동시 다발적 화재가 우연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고의적 의도에 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러한 화재사건이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에서 동시 다발적인 화재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건이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면서 “초기에는 신병모집사무소나 경찰서가 표적이 되었지만 지금은 ATM 같은 현금 지급 단말기 등 다양한 표적들이 불에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러시아의 독립적 미디어인 미디어조나(Mediazona)는 지금까지 방화 공격이 280회나 발생했다고 밝혔다”면서 “얼마전 까지만 해도 방화자가 쉽게 잡혔지만 최근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실제로 한 노인이 ATM 단말기에 신문을 올려놓고 휘발유를 뿌린 다음 불을 붙이고 스마트폰으로 이 모든 장면을 촬영했다. 이 노인은 12월 21일에도 같은 수법을 두 번 더 반복했지만 한 번은 실패했는데, 경찰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콜피노에서 그를 체포했다.


니키포로프라는 이 노인은 며칠만에 테러 혐의로 기소되어 법정에 서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노인의 체포로 방화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같은 주에 은행, 우체국, 경찰차를 표적으로 삼은 수십 건의 유사한 사건이 계속해서 벌어지면서 모스크바 당국은 혼란에 빠졌다. 이러한 동시 다발적인 화재를 일으키는 주체가 과연 누구냐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공안당국에 체포된 니키포로프도 자신의 방화가 소신이나 신념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 자신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로부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압적 전화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방화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모스크바 등지에서의 화재 공격이 과거에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뜻이나 전쟁 동원을 거부하고 반대한다는 시위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판단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12월 하반기에 정점을 찍은 엄청난 수의 방화 사건은 조직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안당국에 체포된 니키포로프 씨는 연금 수급자였는데, 누군가로부터 강압적 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곧, 신원 미상의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거액의 현금을 입금했다면서 그 돈을 찾으려면 특정 지역의 ATM을 불태워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


[모스크바 동시 다발 화재의 배후엔 우크라이나?]


일단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에서의 동시다발적 방화가 우크라이나의 사주를 받은 자들의 소행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기와 수단 모두가 다분히 공작적 냄새를 풍긴다는 이유다. 러시아 당국은 특히 “우크라이나의 키이우나 드니프로 등의 도시가 수상한 전화콜센터를 수백개씩이나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전화 사기 산업의 선두주자”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시작하고 우크라이나 법 집행 기관이 러시아와의 모든 협력을 끊은 이후, 러시아 시민들은 범죄 활동의 주요 표적이 되어 왔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이중 언어 사용과 러시아의 높은 수준의 부패로 인해 다크넷에 대량의 데이터가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크넷은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가 되었다”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법 집행 기관의 한 소식통은 “이러한 콜센터가 최근의 공격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면서 “그들은 취약한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숙련된 심리학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은 주로 수익성에 동기를 부여받지만 때때로 조국을 위해 봉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정보기관 내부의 일부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특수부대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를 향한 이러한 공작은 아주 일상적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도 우크라를 상대로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러시아를 향한 방화 사건이 우크라이나만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러시아의 정보 기관들도 비슷한 수법으로 우크라이나 군용 차량에 대한 방화 캠페인을 벌인 바가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경찰청은 “지난 2024년에만 341대의 차량에 불이 났다”면서 “범인들이 이데올로기적 동기가 있다기보다는 대부분 순진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청은 이어 “대부분 최대 1,000달러의 현금을 주겠다는 약속에 동기가 부여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 현금은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지난해에만 총 184명이 기소되었다”고 밝혔다.


[즉각 대응에 나선 러시아, 인터넷 차단까지 감행]


모스크바에 대한 방화 사건이 끊이지 않자 러시아 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위기 의식을 느낀 크렘린궁은 곧바로 유튜브를 차단했고, 러시아 선전물이 아닌 다른 소스들에 대한 방화벽을 세우고 차단했으며 심지어 인터넷 전화까지 전면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모스크바의 잇따른 화재사건이 잠잠해질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일단 모스크바로서는 철저한 예방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러시아의 회색지대 전술, 이미 유럽지역에 본격화]


사실 모스크바 전역에서의 동시 다발적 화재사건은 전형적인 ‘회색지대’ 전략 혹은 하이브리드 전술이라 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물리적 전쟁의 문턱을 넘지 않는 선에서 치고 빠지는 양상들을 보이는 것이 회색지대전술인데, 특히 러시아는 지난 2014년 무력으로 크름반도를 점령할 때부터 우크라이나를 향해 회색지대 전술, 곧 하이브리드 전쟁을 지속해 왔다.


전쟁 발발전인 2022년 1월에는 ‘두려워하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라!(Be afraid and wait for the worst)’는 문구를 우크라이나 정부와 기관 등 70개 홈페이지를 해킹해 올리면서 우크라이나에 공포를 조장하고 사이버 심리전을 전개했다.


또 전면 침공 전에는 우크라이나 공공 정부기관망과 위성, 광역통신망, 금융망 등을 무력화시켰으며, 전력과 원자력 시스템을 공격했고, 우크라이나 군사지휘통제 등을 교란시켰다.


이러한 일로 인해 러시아발 하이브리드 공격의 심각성을 인지한 유럽연합(EU)과 미국,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주도로 우크라이나의 사이버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사이버신속대응팀이 활성화되기도 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어나니머스(ANONYMOUS) 등 자발적인 해커집단이 주도해 러시아 보안, 은행 및 미디어 시스템을 교란하는 반격 작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최근들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지원을 방해하기 위한 회색지대 전술을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 등의 국가들을 향해 대담한 방화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유럽과 미국을 겨냥한 러시아의 '회색지대 공격'이 더 대담해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술을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를 공격할 수 있도록 승인하자 3일 뒤 영국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포착됐다. 이 드론은 취미로 날리는 것보다 더 크고 나쁜 기상 상황에도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 드론이 특정 국가의 지원을 받는 정찰 임무에 투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 드론은 러시아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브리드 전술은 드론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리투아니아에서 발송된 것으로 표시된 소포가 영국과 독일, 폴란드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방 국가와 폴란드 당국은 러시아 군사정보기관(정찰총국)이 캐나다와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기에 폭발물을 심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유명 인사에 대한 암살 시도나 방화 등도 하이브리드 전술에 포함된다. 지난해 7월 미국과 NATO 정보기관은 우크라이나에 수백만 달러의 무기를 판매한 독일의 방산기업 '라인메탈'의 최고경영자(CEO) 아르민 파페르거를 암살하려는 시도를 적발했다. 6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사제폭탄을 제조하려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중국적자가 검거됐다.


이러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술에 대해 제임스 아파투라이 나토 부사무차장보는 "러시아가 전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전술을) 우려할 수준까지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서는 유럽 지역에서의 해저케이블 절단 사건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 배후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발트해 케이블 절단은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해 벌인 공작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러시아가 원유 밀수출에 동원하는 '그림자 선단'을 동원해 통신 케이블만이 아니라 전력 케이블이나 가스관 등의 사보타주에 나선다는 의심도 크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전술을 최근들어 중국과 북한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전술이 자주 일어나게 되면 대응 역량이 약화되거나 경각심이 느슨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오물 풍선도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그렇게 관심이 낮아지고 이로인한 피로감이 커질 때 진짜 공격은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등의 회색지대 전술, 곧 하이브리드 공격에 지속적으로 민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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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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