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학생 추락사에 ‘은폐 시도’ 경찰과 시위군중 대충돌]
중국에서 최근들어 가장 대규모의 폭력 시위가 일어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국 산시(陜西)성에서 직업학교에 다니는 10대 학생이 학교 기숙사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당국이 사건 실체에 대해 은폐한 것에 분노한 청년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대규모 시위로 확대된 것이다.
영국의 BBC는 10일(현지시간) “중국 북서부의 산시성 푸청(蒲城)현의 직업교육센터에서 지난 5일, 10대 학생이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폭력적인 시위가 촉발됐다”면서 “당국은 이 학생이 기숙사에서 사고로 떨어져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이 소식을 들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사건이 조작·은폐되었다면서 강력한 항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는 10대 등 어린 나이로 보이는 시위 참가자가 ‘진상을 알고 싶다’고 외치며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 학교 관계자와 시위대가 대치하는 모습, 시위대가 학교 입구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밀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는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막대, 안전고깔(라바콘) 등 물건을 던지고 경찰이 곤봉으로 시위 참가자를 구타하며 연행하는 모습도 나왔다. 일부 참가자는 머리와 얼굴에서 피를 흘리기도 했다. BBC는 “이들 영상이 시위 발생 시기에 푸청 직업교육센터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BBC는 “최소 수백명이 모였다”“고 전했지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수천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코로나 봉쇄정책 폐기와 관련한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이고 또한 폭력시위로 확대된 것은 최근들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일부 시민들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중국중앙TV(CCTV)는 “사망자 당군은 지난 2일 오전 3시께 푸청 직업교육센터 신축 캠퍼스 내 기숙사 밖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푸청현 당국도 지난 5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군이 1일 오후 10시께 잠을 자다가 다른 룸메이트들의 대화 소리에 깼고, 이들 중 한명과 말다툼을 벌이다 학교 관계자가 와서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푸청현 당국은 경찰이 조사와 부검을 진행했으며 범죄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정현 당국자는 이어 “당군이 높은 곳에서 추락해 숨졌으며 그에 앞서 기숙사의 같은 방을 쓰는 다른 학생들과의 사이에서 ‘말싸움과 신체적 충돌’이 있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당국자들의 설명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는 당군이 괴롭힘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학교와 당국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설이 퍼졌다.
특히 당군의 몸에 난 상처가 당국이 발표한 내용과 일치하지 않으며, 시신을 살펴볼 시간도 길지 않았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유족 발언도 유포됐다.
이와 관련해 BBC는 “당국의 조사 결과에 분노한 시민들은 이번 주 초까지 여러 날 시위를 벌이다 진압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시위에 대해 관영 언론은 당국의 사건 조사 결과 외에 시위 등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또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시위 관련 영상은 대부분 삭제됐다.
BBC는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괴롭힘 등 학교폭력은 민감한 이슈로, 일부 학폭 사망사건은 시위를 촉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왜 진상 발표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일까?]
그렇다면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왜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미국의소리(VOA)는 “중국 경제가 계속 침체되고 대중의 불만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억압적인 안정 유지 방식이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VOA는 “인터넷에 유포된 동영상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학생이 추락한 산시성 푸청현의 직업교육센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수천 명에 달하는 인파가 현장에 모였다”면서 “군중은 학생들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며 소란을 피웠고, 일부는 봉쇄를 뚫고 캠퍼스 안으로 진입하려다 질서 유지를 위해 출동한 공안과 한때 충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을 추적해 온 중국 인권 책임 데이터베이스의 설립자 린 성량(Lin Shengliang)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학생의 추락이 우연과 필연에 의해 경찰과 대중 사이의 충돌로 바뀌었다”면서 “우연은 그들(당국과 학교)이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고 용감하게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필연은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오랜 불만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필연성을 낳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눈여겨볼 점은 사망한 학생이 실수로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니라 학교의 괴롭힘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VOA는 이에 대해 “이 사건을 기록한 한 온라인 계정은 사건 당일 사망자의 어머니가 직접 장례식장에 가서 고인의 시신을 조문했는데, 아들의 몸에 여러 개의 멍이 든 것을 발견했고 학교 측에서 사건 현장을 볼 수 있도록 주선하지 않았으며 사건을 녹화할 카메라 프로브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망한 학생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에 다른 이유가 있으며 아들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의심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구심을 더욱 키우는 것은 사건이 계속 전개되는 가운데 현지 당국이 사건을 목격한 학생들의 휴대전화와 스마트워치에서 영상 기록을 삭제하는 등 정보를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망한 학생의 가족들은 진실 규명을 요구하면서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사건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학교 밖에 모여 연대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가 날이 갈수록 확대되자 지난 6일 당국은 특수 경찰의 개입을 요구했고, 정부 당국은 ‘푸청’이라는 단어 자체가 인터넷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VOA는 “고인의 가족이 중국 당국에 의해 협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족들의 휴대전화가 모두 도청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심지어 장례가 끝난 가족들을 자택이 아닌 별도의 장소로 유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VOA는 “가해자가 공산당 간부의 자녀라는 소문이 이미 돌고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 “실제로 이번 사건 자체를 철저하게 사망한 학생 개인 탓으로 치부하면서 가해 학생에 대해 조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해학생 두 명이 공산당 간부의 자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결국 이번 사건이 철저하게 은폐되고 있는 것은 사건의 배후에 공산당 간부의 자녀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는데, 만약 공산당 간부 자녀가 가해자라는 사실이 공개된다면 이 문제는 엄청난 반발심을 심어주면서 대규모의 시위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이 사건의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시위 불러온 사건 은폐, 중국사회에 중요한 의미]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초중등학교 캠퍼스에서는 의문의 죽음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12월 허난성 샹추우에서 14세 중학생이 학교 운동장에서 폭행과 구타의 흔적이 있는 시신으로 발견됐지만 당국은 그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주장했다. 그 당시에도 사건을 은폐하려는 당국에 맞서 가족들이 반발했고 나중에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전직 언론인 자오란젠은 “이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언론 보도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중국에서는 기본적으로 푸청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없었고, 감히 현장에 와서 취재하려는 언론도 없었다”고 짚었다.
자오란젠은 이어 “심지어 중국 당국은 학생들이 아예 SN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또한 인터넷에서 관련 사진과 영상들이 돌아디니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면서 “이는 심각한 범죄이며 미국사회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자오란젠은 “중국 체제가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은 이러한 제재 자체를 공안당국이 아닌 학교 차원에서도 행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학생의 폭력적인 죽음에 대한 은폐가 사회적 불의와 관련이 있으며, 이것이 이번 항의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이번 대규모 시위는 2025년 들어 중국 내에서 첫 번째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자오란젠은 “중국 경제가 계속 흔들리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것”이라면서 “모든 산업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오란젠은 “이번 사건이 발생했던 직업학교가 중국 사회에는 널려 있는데, 수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쉽게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과 절망감이 분노를 폭발시키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더더욱 눈여겨볼 점은 최근들어 중국 사회의 대중적 분노를 과거와 같이 참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발화점만 보이면 대규모 시위로 폭발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철저한 감시사회에서 수천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공안당국에 항의 시위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적 분노가 바닥에서 들끓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중국의 2025년은 대단한 위기의 한 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