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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서방 제재로 러 여객기 '불안불안', 일주일새 4번이나 기체결함 비상착륙 - 적신호 켜진 러시아 여객기, 일주일 새 4건 회항·비상착륙 - 서방의 제재로 부품 공급 차단이 가장 큰 원인 - 러시아 여객 항공사의 26%가 올해 파산 위기에 직면할 것
  • 기사등록 2025-01-10 11: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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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호 켜진 러시아 여객기, 일주일 새 4건 회항·비상착륙]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세계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러시아로의 항공기 부품과 신규 항공기 수급이 전면 중단되는데다 정기적인 점검까지 받지 못하고 있어 러시아 여객기들이 위험 천만한 상태에서 여객들을 수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일주일새에 무려 4번이나 기체 이상으로 회항하거나 비상착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8일, “ 7일(현지 시간) 러시아 유테이르(UTAR) 항공사 소속 보잉 737-8GU 여객기가 승객 173명을 태우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이륙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로 향하던 중 안정장치 이상으로 비상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이와 관련해 “이륙 후 안정장치가 꺼져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비상 착륙했으며, 승객과 승무원 모두 무사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러시아 여객기의 비정상적 운항이 이번이 처음 아니라는 점이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같은 날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 공항에서 이륙했던 국내선 여객기 1대도 기체 이상으로 회항했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 4일에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러시아 우랄 예카테린부르크로 향하던 우랄항공 소속 에어버스(A321)가 고도 4500m 상공에서 여객기 왼쪽 엔진 고장으로 출발 공항으로 회항했으며, 2일에는 러시아 국내선 볼고그라드에서 예카테린부르크로 비행하던 노드스타 항공의 보잉 737기도 고도 1만1300m 상공에서 비행기 왼쪽 엔진 고장으로 볼고그라드 공항으로 회항했다. 불과 이틀 간격으로 러시아 항공사 소속 여객기 2대가 이륙 직후 엔진 고장으로 출발 공항으로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사고 이후 두 항공사 측은 “항공기의 기술 검사 및 상태 평가를 위해 비행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서방의 제재로 부품 공급 차단이 가장 큰 원인]


러시아 여객기의 잇따른 회항이나 비상착륙 등 기체 이상과 관련해 로이터는 “2022년 2월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따른 서방의 제재로 항공기와 부품 공급이 차단되어 국내 생산으로는 대체할 수 없게 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서방국가들이 1만 3천 항목 이상의 제재를 러시아에 부과하면서 항공기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제 한계 상황에 이르면서 문제가 계속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여객기의 문제 징후는 이미 지난 2023년 10월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매체인 이즈베스티야는 지난 2023년 10월 16일(현지시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동부 자바이칼주 치타로 향하던 '수호이 슈퍼젯-100'(SJ-100) 여객기가 전날인 15일 우측 엔진 유압장치 이상으로 하바롭스크주 공항에 비상착륙 했다”면서 “비상착륙에 따른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당국은 항공기 엔진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여객기가 바로 전날인 14일에도 이륙 후 좌측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자 출발지인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으로 긴급 회항해 비상착륙 한 바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023년 10월 2일에도 승객 약 400명을 싣고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튀르키예 안탈리아로 향했던 아에로플로트(Aeroflot) 소속 항공기도 기내 공기를 조절하는 공조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이륙 40분 만에 출발지인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으로 회항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23년 10월 12일 승객 161명을 태우고 남부 소치에서 중부 옴스크로 향했던 우랄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0 기종 여객기가 비행 중 이상으로 노보시비르스크 지역 들판에 비상 착륙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난 2023년 10월 접어들면서 여객기 이상징후가 잇달아 발생했으며 이후 러시아 여객기는 불안불안한 상태로 운항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여파로 지난해 러시아의 항공 사고 건수는 11월 말 기준 208건으로 지난 6년 동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보다 30% 늘어난 것이다.


[제재로 인해 모든 것이 부족한 러시아]


러시아는 지금 서방의 제재로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방은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러시아에 민간 항공기와 예비 부품, 유지보수 서비스 공급을 금지했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 항공사들은 항공기 정비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지난 2023년 가을과 겨울 접어들면서 여객기 운항을 줄였다.


문제는 항공기의 부품들이 이미 부품 수명을 다했지만 이를 교체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계속 운항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러시아 항공 산업은 상업용 항공기에 차질을 빚고 공군력 유지에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격적인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러시아가 서방제재로 여객기 부품이 바닥나자 멀쩡한 여객기에서 뜯어낸 부품을 다른 여객기에 쓰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은 지난 2023년 8월 8일 “러시아 국영기업인 아에로플로트는 에어버스 320, 에어버스 350, 보잉 737, 수호이 슈퍼제트 100 등 다수 항공기를 이런 목적으로 해체했다”면서 “이 같은 부품 돌려막기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 항공업계를 겨냥한 서방제재에 대처하기 위해 내린 권고에 따른 결정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의하면, 러시아 정부는 2025년 말까지 외국산 항공기 3분의 2를 계속 운항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단 일부를 부분적 해체 대상으로 정해 부품을 구하라고 권고했다.


러시아의 대표적 국적기인 아에로플로트는 보잉 134대, 에어버스 146대, 수호이 슈퍼제트 80대 정도를 보유해 외제 항공기의 비율이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제재로 인한 부품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전체로 봐도 우크라이나 전쟁 전 러시아 항공기는 1031대였으며, 그 중 3분의 2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제조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EU(유럽연합)의 제재로 부품 조달은 물론 신규 항공기 도입마저 금지됐다. 이로 인해 상당수 항공기의 유지 보수에 애를 먹게 되면서 아예 이륙하지 못한 채 부품 교환용으로 전락해 버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러시아는 중국이나 아랍에미리트 등을 통해 우회 수입도 고려해 봤지만 항공기 부품 하나하나가 모두 고유번호가 있어 추적되는 상황에서 부품 종착지가 러시아로 기록된다면 모두 세컨더리보이콧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물론 러시아는 제재 회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아프리카 가봉을 통해 러시아가 약 15억 달러(2조 497억원; 당시 환율) 상당의 항공기 부품을 수입했다. 러시아는 가봉의 한 회사를 통해 산소마스크, 와셔, 파이프, 볼트, 너트, 브래킷, 연료 조절기, 중고 컴퓨터, 지상 충돌 경고 및 연료 수준 측정 시스템 등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용 예비 부품을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잉737과 에어버스 A320·A321용 중고 엔진 15대(5800만 달러 상당)가 포함됐다. 엔진은 미국 회사인 허니웰 인터내셔널 등이 제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 수입 경로도 들통나면서 미국은 또다시 제재를 가해 이를 막았다.


러시아는 고육지책으로 자체 항공기 부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항공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2026년까지 러시아 항공기는 절반 이상 비행을 못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러시아에 비행 안전 수준 지표를 낮은 단계에 해당하는 ‘적신호’로 지정했는데, 이는 러시아 외에 부탄, 라이베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정도에 해당한다.


[러시아 여객 항공사의 26%가 올해 파산 위기에 직면할 것]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물론이고 외국 항공기 임대에 따른 미지급 채무도 늘어나면서 러시아 항공사들의 파산 위기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키이우포스트는 “2025년에는 서방의 제재로 인한 간접적 영향으로 러시아의 항공사 30여 개가 파산할 수 있다”면서 “이들 항공사의 러시아 여객 점유율은 26%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이즈베스티아도 러시아 노르드스타 항공의 CEO 레오니드 모코프를 인용해 “이 문제는 외국 항공기 임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2022년 4월 러시아에 부과된 서방의 제재로 인해 부채를 러시아 루블로의 지불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서 “그 결과 부채는 외국 임대인에게 지불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이어 “러시아 항공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카자흐스탄 여객기를 러시아 국내선 운항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만큼 러시아의 여객기 사정이 심각하다는 것이고 결국 외국 항공사를 빌려서라도 운항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상당수의 항공사가 파산 위기에 내몰려 있고 또한 운항을 하고 있는 여객기들도 언제 무슨 사고가 날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지금 러시아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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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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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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