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중국 휩쓰는 호흡기 바이러스 HMPV, “백신·치료제 없지만, 대유행 걱정없다?” - 중국 HMPV 급증, 병원마다 환자 넘쳐 - 전 세계로 확산되는 HMPV에 대한 불안감, 중국이 자초 - HMPV, 감기의 일종으로 무시해도 될까?
  • 기사등록 2025-01-10 04:48:48
기사수정



[중국 HMPV 급증, 병원마다 환자 넘쳐]


중국에서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MPV)’가 빠르게 퍼지면서 병원에서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가 넘쳐나면서 병원 대기실에서 링거를 맞는 모습들이 공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중국발 HMPV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으나 정작 중국 당국은 HMPV가 크게 우려할 만한 감염병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중국내 여러 병원에서 HMPV와 독감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지만 외신의 보도 상황은 상당히 오도되어 있다”면서 “전 세계 언론들은 마치 지금 중국의 병원들이 HMPV 환자 때문에 병원이 마비될 상황이라고 보도하지만 사실은 독감 환자들이 더 많다”고 보도했다.


SCMP의 이러한 보도는 최근 2~3일간 전 세계적으로 언론들이 중국의 HMPV 확산에 대한 우려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때와 같은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는 것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SCMP는 “HMPV가 독감과 비슷한 질병으로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지만 특히 노인 및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들에게 쉽게 전파된다”면서 “중국의 질병통제센터(CDC)의 최근 수치에 따르면 베이징의 어린이 병원들에서 감기 증상을 보인 어린이들이 대거 주사를 맞고 있었지만 이들은 HMPV가 아니라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SCMP의 이러한 보도는 불과 며칠전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 CDC는 지난 1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14세 미만의 사람들 사이에서 HMPV 감염 사례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북부 지방에서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중국은 겨울과 봄에 다양한 호흡기 감염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총 사례 수는 작년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 세계로 확산되는 HMPV에 대한 불안감, 중국이 자초]


사실 HMPV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그동안 중국이 지난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질병 등의 통계나 현실에 대해 지나치게 숨기거나 왜곡해 왔던 과거 떄문에 심각한 불신을 바탕으로 또다시 두려움과 우려의 시선으로 중국의 HMPV 확산을 바라보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는 9일자(현지시간) 지면에서 CDC의 발표 내용을 공유하면서 “중국에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급증했다는 보고는 정확히 5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의 어두운 여운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8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것을 영국에서도 걱정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내에서 인간 메타뉴모바이러스(HMPV) 감염 사례가 급증하면서 일부에서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의 보도도 지난 2020년 3월의 코로나 팬데믹 봉쇄에 대한 두려움과 당시 중국 당국의 은폐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 등에 대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현상에서 아직도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은 중국의 투명하지 못한 정책이 전 세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HMPV, 감기의 일종으로 무시해도 될까?]


그렇다면 HMPV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느 정도 우려할만한 질병일까? 급성호흡기감염증의 일종인 HMPV는 2001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로, 주로 어린아이에게 감염되는 호흡기 융합세포 바이러스(RSV)의 일종이다.


이에 대해 미국 브라운대학교 공중보건대학 팬데믹센터 소장인 제니퍼 누초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HMPV는 살면서 여러 번 걸리는 바이러스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두려워할 질병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HMPV는 호흡기 비말을 통해 바이러스가 직접 전파되거나 감염된 사람의 분비물 또는 오염된 물건 접촉으로 간접 전파된다. 감염되면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기침과 발열, 코 막힘 같은 경증 증상을 동반한다. 이미 수십년 동안 존재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성인은 면역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다만 어린아이나 노인, 면역저하자에게는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위험할 수 있다. 폐렴 같은 중증 증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HMPV는 따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전문가들은 감기나 독감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들을 지키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할 때 입과 코를 가리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식이다.


이러한 설명만 들으면 HMPV에 대해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중국의 HMPV 확산에 대해 우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가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쳤기 때문이다. 일종의 학습효과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중국 병원에서 혼잡한 상황을 담은 사진이 올라오자 실제 상황과 무관하게 공포심이 커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까지 직접 나서서 “이달 초 중국의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이 작년보다 덜 심각하고 확산 범위도 제한적”이라고 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번지는 팬데믹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존스홉킨스 보건안보센터의 감염병 전문의이자 선임연구원인 아메시 아달자(Amesh Adalja)는 WSJ에 “코로나19 이후에는 감염병 관련 이슈가 긴급 사안이 아니더라도 모든 것을 비상상태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HMPV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바이러스지만, 이제 각국 보건당국이 예전보다 더 잘 검사하고 감시하면서 존재가 드러난 것일뿐”이라고 설명했다.


NYT도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거의 없다”면서 “그럼에도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나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저소득 국가에서는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HMPV와 관련, 중국의 투명한 공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더 이상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보여주었던 ‘무조건 은폐’식의 왜곡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도 그때의 못된 습관을 버리지 않고 있어서 염려가 된다.


실제로 중국 내 HMPV 확진자의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15일 중국의 외래 및 응급 인플루엔자 유사 사례 중 HMPV가 남부에선 3위, 북부에선 2위를 차지했다는 정도의 평범한 자료만 공개했을 뿐이다.


또한 중국 당국은 지난 3일 공식 성명에서 “호흡기 감염은 겨울철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도리어 이번 겨울 호흡기 감염자 수는 전년에 비해 규모가 줄어들었고 심각성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런데 진짜 우려해야 할 상황은 중국발 HMPV가 다시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와 미국에서 HMPV 환자가 발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2월 28일, “호흡기 질환 검사를 받은 약 13,800명 중 HMPV에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은 1.94%에 불과하다”면서 “주간 검사 결과의 18.71%는 독감에 양성 반응을 보였고 7.10%는 코로나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유의할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특이동향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질병청은 8일 “HMPV는 전 세계적으로 흔한 바이러스로, 국내에선 2014년부터 제4급 급성호흡기감염증 표본감시 대상으로 지속해서 감시해 온 바이러스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도 “HMPV의 역사에서 훨씬 더 위험한 것으로 돌연변이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팬데믹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팬데믹이 되려면 일반적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 개체군에 유입되어야 한다”면서 “코로나의 경우 동물에서 왔고, 독감도 마찬가지지만, HMPV의 알려진 동물 보유 바이러스는 없기 때문에 '팬데믹' 잠재력은 일단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적 수준에서는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최근 독감이 크게 유행하는 상황에서 영유아 중심의 급성 호흡기 감염증인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에 이어 HMPV 감염증도 증가하고 있어 지속적인 주의가 요구된다”며 외출 전후 손 씻기, 기침예절 실천, 호흡기 증상 발생 시 마스크 착용, 2시간마다 10분 이상 실내 환기 등을 당부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있다. 바로 집단적 히스테리 반응이다. 이번 주 코스모폴리탄의 헤드라인은 “HMPV가 틱톡에 가득하다”고 썼다. 이것이 바로 집단적 히스테리 반응이다. 한마디로 전염병에 대해 과장되고 근거없는 소문들이 넘쳐날 수 있는데 이미 틱톡에서는 그러한 집단적 히스테리가 퍼지고 있어 쓸데없는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언론이나 SNS 등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소문들이나 잘못된 보도들에 의해 휩쓸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2129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북한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