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진보정치 아이콘서 트럼프의 놀림감으로...캐나다 트뤼도 총리 결국 사임 - 10년 집권한 ‘장수 총리’, 동맹세력 등돌리며 '사면초가' - 고물가 여파 가계 고통 …이민자 문제로 인기 하락 가중 - 트럼프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트뤼도, 결국 사임까지..
  • 기사등록 2025-01-08 11:38:08
기사수정



[10년 집권한 ‘장수 총리’, 동맹세력 등돌리며 '사면초가']


야권 연합의 내각 불신임으로 총리직을 위협받아 온 쥐스탱 트뤼도(53)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집권 10여년 만에 ‘진보 정치의 아이콘’에서 역대 캐나다 총리 중 가장 인기 없는 인물로 정치 경력을 마무리 짓게 됐다. 특히 트뤼도 총리가 낙마하게 된 배경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의 불편한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자(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화려한 진보적 정치인으로 드라마틱한 역사를 써왔던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측근들의 농담거리로 전락하면서 급기야 정치 인생도 끝나게 됐다”면서 “2015년 캐나다의 새로운 정치 지도자로 등장한 트뤼도는 10여년의 집권 기간 동안 페미니스트, 환경운동가, 난민 및 원주민 권리 옹호자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면서 버락 오바마와 같은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추구해 왔다”고 보도했다.


사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누르고 10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 국내외에서 연예인급 인기를 거머쥔 스타 정치인이었다. 그의 부친도 무려 17년간 총리를 지낸 바 있어서 정치 명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부친의 후광을 업고 사교적 성품과 진보적 가치를 앞세워 2013년 자유당 당수로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켰으며, 2015년 11월 총리에 취임하기에 이르렀다.


총리 취임 당시 '캐나다의 오바마'로도 불렸던 트뤼도는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았고, 취임 직후 미국을 국빈 방문하며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하며 '브로맨스'(남성 간 우정)를 과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40대의 젊은 나이에 지도자가 됐다는 공통점에 더해 진보적인 정책 기조,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이념 성향 등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많았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트뤼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며 우정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부 장관이 비리 수사를 받은 캐나다 최대 건설사 SNC-라발린을 선처하도록 자신에게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하면서 정치적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고물가 여파 가계 고통 …이민자 문제로 인기 하락 가중]


트뤼도의 인기 추락을 불러온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팬데믹 이후 나타난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가계의 고통이 커진 점이 꼽힌다. 더불어 고물가 상황에서 탄소세 인상을 야당과 지방정부의 강력한 반대 속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도 지지율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나아가 트뤼도 행정부 기간 늘어난 이민자 유입이 주택 부족 등을 야기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민의 피로도가 커졌고, 이는 보수 야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동맹 세력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집권 여당이 다음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트뤼도 총리는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중도 좌파 성향의 집권 자유당은 지난 2021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단독 과반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2022년부터 제3야당인 신민주당과 정책 연합을 맺고 의회 협력 체제를 구축해 하원 내에서 입지를 보장받아왔다.


이렇게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국민 불만으로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하락세를 보여왔고, 이에 따라 트뤼도 총리의 당 안팎에선 일찌감치 그를 향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지난 1년 6개월간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유당은 선거 시 야당인 보수당에 패배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뤼도 총리의 지지율은 약 20% 수준으로 떨어졌고, 보수당과의 지지율 차이는 2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핵심 지지 세력이었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재정 정책을 두고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충돌하며 지난달 16일 전격 사임한 이후 트뤼도 총리의 퇴진론은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프리랜드 장관의 사퇴는 트뤼도 총리 취임 후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라며 “다음 총선에서 야당인 보수당에게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핵심 동맹을 잃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집권 자유당과 정책 연합을 맺어왔던 진보 성향 신민주당(NDP)이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고 나선 것은 트뤼도 총리에게 결정타가 됐다. 그렇게 되면 조기 총선 실시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크리스마스 및 새해 연휴가 끝난 6일 트뤼도 총리는 추운 겨울 날씨 속 관저 앞 야외에서 기자들 앞에 서며 “이제는 리셋할 시간”이라며 사임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트뤼도, 결국 사임까지...]


특히 트뤼도 총리를 향한 퇴진 압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한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사실 트뤼도와 트럼프 당선인과는 악연이 상당히 깊다. 지난 트럼프 1기 때는 그와의 정치적 차별점을 부각하며 대립각을 세웠고, 이로써 진보 성향 지도자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이렇게 트럼프와 적대적이었던 트뤼도에게 트럼프의 대통령 재당선은 사실상 치명적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가 국경 문제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캐나다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폭스뉴스는 “마음이 급해진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11월 29일 트럼프의 마러라고 자택을 찾아가 고율 관세 부과 시 캐나다 경제가 죽을 것이라고 호소하자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뤼도 총리는 결국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의회에서 대선 승리를 최종적으로 공식 인증받는 날 사임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이날 대선 승리를 공식 인증받은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SNS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의 많은 사람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한다면 관세는 사라지고 세금은 대폭 인하될 것”이라며 또다시 조롱성 발언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은 캐나다가 버티기 위해 필요로 하는 막대한 무역적자와 보조금을 더는 감내할 수 없다”며 “트뤼도도 이를 알고 사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미국과 캐나다가 합병하면) 끊임없이 주변을 맴도는 러시아와 중국 선박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하게 안전해질 것”이라면서 “함께라면, 얼마나 위대한 국가가 될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미국-캐나다 관계,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트럼프 2기의 미국과 전통적인 우방국이었던 캐나다와의 관계는 어떻게 펼쳐질까?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첫 행정부 동안 양자 관계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하에서 개선되었는데, 백악관 대변인 카린 장피에르는 6일 오후 트뤼도를 ‘미국의 충실한 친구’라고 칭찬했다”면서 “그러나 캐나다의 많은 경제학자와 전직 정부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존재적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분석가들은 캐나다의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있는데다 트럼프 2기 대응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이어 “만약 트럼프 2기에서 예고한 대로 캐나다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캐나다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국가를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WP는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국경 문제와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제기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트럼프 2기 팀에 제출했지만 해결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사실 트럼프 당선인의 캐나다에 대한 협박은 단순하게 국경 문제나 무역 불균형 치원이 아닌 실제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시키려는 야망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7일, “올해 트럼프 팀의 일원으로 MAGA 기반에서 이미 지지기반을 확보한 푸일리에브르(Poilievre)는 트뤼도의 사임을 계기로 캐나다 유권자들에게 제안을 했다”면서 “캐나다인은 자신의 삶과 국가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출을 제한하고, 세금을 폐지하고, 노동에 대한 보상을 하고, 주택을 건설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범죄를 근절하고, 국경을 보호하고, 군대를 재무장하고, 자유를 회복하고, 캐나다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푸일리에브르의 캐나다에 대한 발언은 트럼프의 속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등에 대해 지배 의욕을 밝혔던 트럼프 당선인인지라 앞으로 캐나다와도 여러 문제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많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의 대 캐나다 정책이 주목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2127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북한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