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 긴장하는 중국 경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격동의 한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한해 동안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의 자금 위기, 그리고 노동시장의 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를 악화시켰다. 그런데 올해는 더 큰 위기와 우여곡절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6일, “중국은 지금 1999년 이래 가장 긴 디플레이션 압박에 빠져 있다”면서 “생산은 과잉으로 흐르는데 가계 소비는 절벽을 보이고 있어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어 “눈여겨볼 점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미중관계에 긴장을 높이고 있지만, 상황은 결코 중국에게 유리하지 않다”면서 “시진핑 주석은 올해 4.5%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러한 목표의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닛케이는 올해 중국 경제를 예측할 때 반드시 주목해야 할 5가지를 열거했다.
[1. 트럼프의 관세를 중국은 이겨낼 수 있을까?]
올해 중국 경제를 전망할 때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이미 예고한대로 대 중국 관세부과가 중국에 어떤 타격을 줄 것이며, 또 중국은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월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중국이 미국으로의 불법 마약 유입을 억제하지 아니하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이미 중국에 60%의 관세 부과를 공지한 상황에서 추가 관세까지 부과된다면 중국으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미국은 2025년 상반기에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60%까지 인상하게 된다면 중국의 연간 GDP 성장률을 3.9%로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관세 부과에 베이징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중국 경제에는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가 20% 인상되면 중국의 GDP 성장률이 0.7%포인트 하락하게 될 것이며 올해 성장률은 4.5% 정도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해 중국이 통화를 평가절하함으로써 부분적으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며, 중국의 생산자들이 제3국을 경유하여 수출경로를 변경함으로써 관세를 피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런던에 본사를 둔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미국이 관세를 60% 부과하더라도 중국에 미치는 GDP 감소를 ‘1% 미만’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회사는 “현재 중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의 수요는 중국 GDP의 3% 미만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다른 나라들이 동참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닛케이는 그럴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2.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지난해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밀어내기 수출은 전 세계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를 부추겼다. 닛케이는 “중국의 과잉생산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며 또한 이로인한 밀어내기 수출 역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부동산 위기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밀어내기 수출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닛케이는 이어 “시진핑 주석은 2035년까지 중국을 하이엔드 제조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12월의 연례 경제업무회의에서도 올해의 핵심 우선 순위로 국내 수요를 늘리는 데 둘 것이라 강조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문제는 과잉생산이 제조업체의 수익성을 잠식하고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Natixis)의 수석 경제학자 Gary Ng는 “2년 연속으로 수입으로 이자를 지불할 수 없는 ‘좀비 기업’의 비중은 2023년 8%에서 2024년 상반기 14%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베이징 당국도 과잉생산으로 인한 폐해를 알고 있다”면서 “일부 품목에서는 생산 제한 등의 조치를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압박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 중국은 일본식 디플레이션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중국의 2024년은 한마디로 낮은 소비자 인플레이션과 상품 디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진 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강력한 성장에 반하는 빈약한 소비수요의 경고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닛케이는 “이러한 압박 속에서 중국의 10년 국채 수익률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2% 이하로 떨어져 1990년 이후 일본의 경험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러한 경기 부양 정책이 가격하락과 수요 약세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Pictet Wealth Management의 아시아 수석 경제학자 젠난 리(Zhennan Li)는 “중국 소비자들의 일자리 불안정성이 증가함에 따라 가격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팬데믹 이전의 수준과 비교해도 여전히 높을 뿐만 아니라 임금 성장은 정체되거나 후퇴하고 있어 문제 해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이미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중앙은행은 2024년 1분기에 예금자의 21%만이 2분기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2003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다. 3분기에 대한 예상에 대한 2분기 조사에서 이 수치는 약간 상승하여 23.5%에 그쳤다. 그만큼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면 기업, 특히 민간 기업은 과도한 생산능력과 낮아진 마진을 고려하여 추가 차입을 주저할 것이다. 이에 대해 모건 스탠리는 “소비자의 경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다양한 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디플레이션은 중국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도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 사회적 불안정성은 계속 확대될까?]
컨설팅 회사인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 자산 총액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약 10%씩 증가했다. 하지만 이 성장률은 2022년과 2023년에는 연간 1%로 둔화되어 중산층이 익숙해졌던 시대가 끝났음을 알렸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닛케이는 이에 대해 “가계 재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가치가 다시 상승하지 않는한 지금의 위기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면서 “골드만 삭스는 올해 말까지 중국의 가계 재산 총액이 20~25% 정도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닛케이는 이어 “침체된 경제는 사회적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폭력적인 공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China Dissent Monitor에 따르면 2024년 3분기에 전국에서 900건 이상의 시위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7% 증가한 수치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스콧 로젤과 하버드 대학의 마틴 화이트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을 것이라고 믿는 중국인이 줄었다. 조사에 참여한 중국 가정의 39%만이 지난 5년 동안 경제 상황이 개선되었다고 답했는데, 2014년의 76% 이상에서 급격히 감소한 수치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사회적 불안정성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민을 원하거나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등의 수동적 저항으로 이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9월 이후 중국의 경기 부양 노력은 주로 주요 금리와 모기지 비용을 점진적으로 인하하여 통화 정책을 완화하는 데 집중되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 통화 정책을 ‘적당히 느슨하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는 추가 금리 인하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소시에테 제네럴(Societe Generale)의 분석가들은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베이징이 향후 3~6개월 동안 자국 통화가 미국 달러에 대해 7.5달러 정도로 하락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닛케이는 “중국은 자국 통화가 너무 빨리 약화되도록 내버려 둘 인센티브가 거의 없으며, 자본 도피를 부추길 수 있다”면서 일방적 경기 부양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닛케이는 “재정 측면에서 투자자들은 정책 입안자들이 올해 최대 3조 위안의 특별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재정 적자 비율을 GDP의 3%에서 4%로 높여 기존 관행을 깨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닛케이는 이어 “중국 지도자들은 가계에 현금 지원을 하는 것을 거부해 왔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면서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중국 전역의 공무원들은 약 500위안의 급여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계획을 확정할 때까지 당국이 화력을 아껴두고 있으며, 결국에는 더 많은 화력을 동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맥쿼리 그룹의 중국 수석 경제학자인 래리 후는 “다가오는 2차 무역전쟁은 베이징이 외부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국내 경기 부양책을 사용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중국은 트럼프 2기 정부를 맞으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다양한 경제정책들을 구사하겠지만 그러한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25년은 중국 경제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요한 고비의 해가 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