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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크라이나의 통쾌한 복수, 러시아는 제발등 찍었다! - 러시아 가스관 잠근 우크라, 유럽시장 지배 막 내려 - 러시아가 입게 될 재정적 손실, 대체 불가능 -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제 발등 찍은 러시아
  • 기사등록 2025-01-03 04: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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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스관 잠근 우크라, 유럽시장 지배 막 내려]


우크라이나 영토를 거쳐 유럽에 공급되던 러시아산(産) 천연가스 공급이 새해 첫날인 1일, 전면 중단됐다. 전쟁 발발 3년만에 사용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러시아는 유럽시장에서의 가스 시장 지배력도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고,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벌어들이던 막대한 수익 창출도 전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두 나라 간 운송 계약이 만료되면서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러시아의 가스 흐름이 1일 이른 아침부터 전면 중단됐다”면서 “파이프라인은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3년이 지난 지금도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운반하는 마지막 두 경로 중 하나였는데, 이로인해 EU 국가들은 겨울 중반에 전체 가스 수입양의 약 5%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FT는 “러시아 가스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도록 허용하는 거래는 지난 2019년말에 합의된 것으로 특히 수혜자인 유럽국가들이 강력히 원하면서 성사되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가스관 사용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가스관도 문을 닫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벌어지자 러시아의 가스관은 적국인 러시아의 전비(戰費) 마련을 위한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특히 러시아의 무기를 사고 전쟁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는데 우크라이나의 설비와 인력이 이용된다는 비판이 커졌다.


그동안에도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유럽 각국의 천연가스 수요와 관련 기업 간 복잡한 계약 구조 때문에 공급이 유지되기는 했지만 더 이상 우크라이나 정부의 결정을 막지 못하고 결국 폐쇄 조치에 이른 것이다.


이날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 가스 경유를 중단했다”면서 “이는 역사적인 일로 러시아는 시장을 잃고 재정적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도 “모스크바 시간으로 1일 오전 8시를 기해 러시아산 가스의 우크라이나를 통한 공급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가스프롬과 우크라이나 나프토가스가 2019년 12월 맺은 5년짜리 천연가스 수송·공급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이날부터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이 ‘0’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한때 유럽 가스 시장을 장악했던 러시아가 이번 계약 만료로 유럽 시장 지배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말 러시아와의 전쟁 개전 뒤에도 이 계약을 유지하면서 자국을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연간 약 15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여러 유럽 국가로 보냈다. 계약 초기였던 2020년엔 연간 약 650억㎥ 였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밀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인 가스 판매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 시장은 러시아 에너지들로 인해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전 지배적 구조였다. 실제로 러시아는 1970년대부터 독일 등 유럽의 자금과 기술력을 들여와 시베리아 가스전을 개발하고, 여기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등을 거쳐 공급하며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러시아는 1984년 완공된 우크라이나 우렌고이 가스관을 시작으로 1993년에는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향하는 야말 라인, 2011년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잇는 노르트스트림 Ⅰ, 2020년 흑해를 통과하는 투르크스트림 등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잇달아 건설하며 2021년엔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40%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지배력을 키웠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3월에는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액이 53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의 유럽 지배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도 워낙 유럽 시장에서의 에너지 지배력이 크기 때문에 다른 유럽 국가들이 반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푸틴의 생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은 많은 유럽 국가들이 손해를 무릅쓰면서 더 이상 러시아 에너지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


당장 전쟁 발발 2개월 후인 2022년 4월에는 폴란드와 연계된 아말 가스관이 끊어졌고, 우크라이나를 통하는 육로 대신 발트해 루트를 만들며 러시아와 독일, 두 나라의 밀착 관계를 보여주던 노르트스트림 Ⅰ도 그해 8월 공급이 중단된 데 이어 9월엔 가스관이 폭파되면서 더는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가스관까지 막히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보내는 가스관은 2020년 개통된 투르크스트림 하나만 남게 되는데, 이는 크름반도 동쪽 아니파에서 출발해 흑해를 가로질러 튀르키예와 그리스 남동부 유럽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생산량을 바탕으로 산업 생산, 난방·취사 등에 필요한 천연가스를 공급하며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러시아 가스의 시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막을 내렸다.


[러시아가 입게 될 재정적 손실, 대체 불가능]


눈여겨볼 것은 유럽 시장에서의 러시아 에너지 지배력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만큼 러시아의 수입도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이번 계약 종료로 러시아 가스프롬의 손실은 연간 50억달러(약 7조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와 올해 우렌고이와 투르크스트림을 통한 수출 규모가 비슷했던 것을 감안하면 러시아의 대(對)유럽 천연가스 수출이 절반으로 쪼그라드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사태로 러시아만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으로 인해 러시아는 가스 수출 수입을, 우크라이나는 운송료 수수료를 챙겨왔다. 계약이 종료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서 연간 약 8억달러(약 1조1천774억원)의 운송료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입게 될 손실에 비하면 1/6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로서는 당연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로서는 유럽 시장으로의 수출 중단을 회복할만한 다른 시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고민이 있다. 중국으로의 천연가스 수출이 2021년 170억㎥에서 2023년 220억㎥로 늘고, LNG(액화천연가스) 수출도 같은 기간 20억㎥가 늘었지만, 유럽 시장에서 줄어든 물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결국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스스로가 가장 큰 피해를 감수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이다.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폐쇄로 분통을 터뜨리는 국가들이 있다.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특히 친러시아 성향 회원국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강력히 반발했다.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피초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 수송 중단은 러시아 연방이 아닌 EU의 우리 모두에게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몰도바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이날 일반 가정의 난방·온수용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따뜻하게 옷을 입고 가족이 한 방에서 지내고, 창문과 발코니 문에 담요나 두꺼운 커튼을 걸고 전기 히터를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몰도바는 러시아-우크라이나-트란스니스트리아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통해 연간 천연가스 20억㎥를 공급받아왔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내 러시아계 주민이 밀집한 곳으로, 분리·독립 요구로 몰도바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번 중단은 예상된 일이어서 이에 대비해왔다”며 “유럽의 가스 인프라는 충분히 유연해 러시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생산된 가스를 대체 루트를 통해 중·동부 유럽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해 “이날 가스공급 중단으로 유럽에서 러시아산 가스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하면서 “노르웨이, 미국, 카타르산 가스가 대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제 발등 찍은 러시아]


분명한 것은 러시아의 푸틴은 이렇게 러시아 에너지가 유럽 시장에서 힘을 잃는 지금의 이 상황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만해도 러시아 에너지의 유럽 시장 지배력 때문에 다른 유럽국가들이 반발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더라면 노르트스트림 II까지 연결되면서 러시아 에너지의 유럽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대되었을 것이고 당연히 러시아의 경제력도 더욱 튼튼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푸틴이 일으킨 전쟁은 푸틴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전쟁도 푸틴은 길게 가야 일주일이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를 하나의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마치 2014년에 크름반도를 점령했을 그 당시를 연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더 이상 푸틴의 야욕에 대해 유럽 각국들이 분개하면서 똘똘 뭉친 것이다. 결국 지금의 사태는 순전히 러시아가 제 발등을 찍은 결과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푸틴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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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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