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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끝장난 북중관계, '北中 우호의 해' 폐막식 중국이 거부했다! - 갈데까지 간 북중관계, 당연한 양국기념행사마저 거부한 중 - 북중갈등이 표면화된 북중우호조약 63주년 연회 - 북중관계의 파탄, 북중우호의해 폐막행사 실종
  • 기사등록 2024-12-31 11: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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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데까지 간 북중관계, 당연한 양국기념행사마저 거부한 중국]


북중관계가 그야말로 갈데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수교 75주년으로 꺾어지는 해인데 정작 관례대로라면 당연히 열렸어야 할 양국간 기념행사가 중국이 거부하면서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양국이 선포한 '中朝(中北) 우호의 해'와 관련해 중국이 어떤 행사에 참여했는지 등의 질문에 대에 “중국과 조선(북한)은 우호적인 가까운 이웃으로 시종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조선과 함께 양국 지도자가 달성한 중요한 공동 인식에 따라 중조 관계를 잘 수호하고, 잘 공고히 하며, 잘 발전시킬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공식 답변만 보면 북중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교적 답변일 뿐이고, 실제 마오닝 대변인의 공식적 발언에 숨겨져 있는 내용들을 보면 지금 북중관계가 얼마나 비틀어져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북중관계에 분명한 이상이 있다는 것은 지난 7월 30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 News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6일 조중우의탑에 헌화하면서 중국의 한국전쟁 지원에 감사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강조한 바 있는데, 다음 날인 27일 밤 정전협정 체결 71주년(북한에선 ‘전승절’)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 왕야쥔 평양주재 중국 대사가 불참했다”고 보도하면서 본격적으로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올해 전승절 행사가 이른바 ‘꺾어지는 해’(5주년 또는 10주년이 되는 해)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의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제까지 중국은 최소한 대사라도 참석시켜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날 전승절 행사에 평양 주재 각국 외교 사절은 거의 모두 참석했다는 점에서 중국 대사의 불참은 더욱 눈에 띄었다.


이와 관련해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이나 중국 매체들은 왕대사가 열병식 행사에 불참했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전날 왕대사가 평안북도 운산의 중국인민 의용군 순교자 묘지를 방문했다는 소식만 전했다.


이에 대해 NK News는 “왕야쥔 대사가 북한 전승 기념일 행사에 불참한 것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면 미국이 역내 활동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우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NK News는 “김정은은 중국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조중우호탑을 찾았고, 이 자리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의 공헌을 치하하면서 ‘피로 맺어진 북-중 우정은 굳건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중국의 왕야쥔 대사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전승절 열병식에 불참했다는 것은 상당히 모순된다”고 짚었다.


[북중갈등이 표면화된 북중우호조약 63주년 연회]


북중관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은 지난 7월 11일, 평양과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기념 연회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다.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북중우호조약 63주년 연회 행사에 북한 최고인민회의 조중(북중)우호의원단 위원장인 김승찬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비롯해 관계 부문 당국자와 대사관 외교관, 북한 주재 중국 기업, 언론, 화교, 유학생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 행사를 바라보는 북한과 중국의 시각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일단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행사에 관해 보도했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 신화통신은 연회 개최 사실을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참석자의 격도 과거에 비해 확실히 낮아졌다. 그간 중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이 우호조약 체결을 기념해 주재국에서 개최해 온 연회에는 북한에선 주로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해왔으나, 올해는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반영하듯 최고인민회의 조중(북중)우호의원단 위원장으로 급이 낮아졌다.


중국 역시 조약 체결 62주년인 지난해 베이징 연회 때만 해도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펑칭화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보냈으나 올해는 허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으로 급을 낮췄다. 그만큼 북중관계가 멀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중관계의 파탄, 북중우호의해 폐막행사 실종]


북중관계가 그야말로 끝장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근거가 바로 조중우호의 해 폐막식 실종사건이다. 올해는 북중수교 75주년이자 두 나라가 선포한 ‘조중 우호의 해’이기도 한데 지난 4월에 평양에서 개막식이 열린 바 있지만 그동안 폐막식 일정에 대해 중국 당국은 함구해 왔다. 개막식이 평양에서 열렸기 때문에 폐막식은 당연히 베이징에서 열리는 게 맞다.


사실 북중우호의 해의 폐막식 일정을 중국 당국이 아예 거론조차 안하는 것은 그야말로 이례적인 것으로 올해가 간단하게 기념해야 할 해가 아니라 수교 75주년에다 일부러 ‘조중 우호의 해’라고 선포한 아주 의미있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뜻깊은 행사도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는 것은 양국 관계가 그야말로 끝장났음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중국이 폐막식 행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일정 조차 거론도 안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에는 중국이 공식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파견했고, 자오 위원장은 김정은을 만나 우의를 과시한 바 있다.


눈여겨볼 것은 자오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뒤 평양을 찾은 중국 최고위급 인사로,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에 자오 위원장이 참석했다는 것은 그만큼 양국 관계가 든든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고, 당시 자오의 방문으로 인해 올해 북한과 중국 사이의 인적 교류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후 북한과 러시아 사이가 급격하게 밀접해진데다 사실상 동맹관계로 진입함과 아울러 심지어 북한군까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파병되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 버린 것으로 판단된다. 당연히 북러관계 진전에 따라 북중관계는 차디차게 식으면서 현재까지 이렇다 할 고위급 교류가 관측되지 않고 있다. 어찌보면 어예 단절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1월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 관련 질문에 대해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알려 주겠다”고 했지만 끝내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입을 다물었다. 지난 9월 27일에도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 등 양국 간 교류 일정을 소개해달라는 취재진에게 이날과 마찬가지로 “만약 소식이 있다면 우리가 제때 발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중조(북중)는 산과 물이 이어진 우호적 이웃 국가로 양국 관계의 기초는 깊고 튼튼하며 이익이 밀접히 연계돼 있다”면서 “중국은 중조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계속해서 조선(북한)과 함께 양국 지도자의 중요 공동인식을 따라 중조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잘 수호·공고화하고 발전시킬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도 함께 덧붙이며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강조했었다. 그러나 두 달이 흐른 이날 브리핑에선 의례적인 이런 언급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그만큼 양국간 온도가 더욱 차가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북중간 이상기류는 우선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의식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부터 시작됐다. 그게 지난 2022년부터다. 그런데 때마침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고립된 푸틴에게 김정은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러시아와 격하게 밀착하면서 더 이상 중국쪽을 쳐다보지 않게 됐다.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 지원 등에 사의를 표하면서 중국도 꺼려하던 정제유를 보내주기 시작했다. 김정은의 마음이 러시아로 향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정전협정 70주년 열병식에 러시아는 쇼이구 당시 국방부장관을 보냈지만 중국은 리홍중 정치국 위원을 보냈다. 격이 상당히 차이가 난 것이다. 이때 김정은의 기분이 어떠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북중갈등은 이때부터 사실상 겉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시진핑의 김정은을 향한 감정이 매우 불편하다는 것은 지난 11월 1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이때 시진핑은 한국, 일본 등 주변국 정상들과 회담을 하면서 당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화제에 오른 것을 두고 “중국은 한반도의 충돌과 혼란을 용납할 수 없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질타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무조건 김정은을 두둔하던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특히 이러한 시진핑의 발언은 2년전 미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고,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던 그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당시에는 북한을 두둔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시진핑이 이젠 김정은을 더 이상 감싸고 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또한 북중관계가 완전히 틀어졌으며 더 이상 북한을 일방적으로 옹호해 주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이 버린 북한 김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찌되었건 앞으로 1년안에는 마무리가 될터인데 그 후 김정은은 무슨 낯으로 시진핑을 보게 될까? 어찌보면 북중관계의 파탄은 북한정권의 몰락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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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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