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장 기업 최고위급 구금, “中지방정부는 날강도”]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부동산 위기 등으로 세수가 부족해지자 관내의 상장기업 최고위급들을 일방적으로 납치 구금해 자산을 몰수하거나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마디로 ‘날강도짓’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기업에 대한 압박 정책 때문에 상장기업들의 해외 이전도 가속화되고 있어 자칫 중국 경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중국 증권 규제기관에 제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82곳의 최고위급 인사가 구금됐다”면서 “이로 인해 기업인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경제 성장 촉진 노력이 훼손될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의 상장 기업들은 지배 주주나 회장, 최고경영자(CEO)의 구금 여부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일반 임원들까지 포함할 경우 구금 이상의 법적 조치를 받은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FT는 이어 “문제는 이러한 상장기업 최고위 임원들을 구금하는데 있어 법적 근거도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정난에 빠진 지방 정부가 과도한 벌금 부과와 자산 몰수로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최대 전기스쿠터 제조업체인 아이마 테크놀로지(Aima Technology Group)의 장젠(張劍) CEO는 지난 10월 청더(承德)의 반부패 전담 부서에 의해 구금됐다. 장 CEO의 자택과 회사 본사는 청더시와 수백km 떨어진 텐진(天津)에 있으며, 청더에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사 관계자는 “청더시에서 구금 사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면서 “구금된 대표들은 대부분 두세 달 안에 풀려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기업의 근거지와 전혀 관계가 없는 지역에서 이들 상장기업의 최고위급 임원들을 체포해 구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최고위급 인사가 구금된 82곳 가운데 절반이 이처럼 사업 근거지와 멀리 떨어진 지방 정부에 의해 진행됐는데, 이에 대해 FT는 “상당수가 지방 정부의 ‘원양포획(遠洋捕撈)’과 관련 있어 보인다”면서 “원양포획은 중국 지방정부가 불법적이거나 과도한 법 집행을 통해 다른 지역의 민간 회사를 구금하거나 조사하는 행태를 일컫는 신조어”라고 분석했다.
FT는 “광둥성의 남부 지방에서 유출된 공식 문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한 도시의 수천 개 회사가 다른 지역 당국의 조치 대상이 되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지방 정부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토지 판매를 통한 수입이 급감하자 민간 기업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자산을 몰수해 재정을 충당하려 한다는 것으로 백주 대낮의 날강도와 같은 짓들을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중국 투자자는 “일부 지방정부가 부유층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위해 그들의 자산을 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하이의 한 변호사도 “일부 의뢰인이 근거지가 아닌 지방 정부로부터 부당한 법 집행을 경험했고, 이런 관행은 중국 내 기업 환경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막상 그런 일을 당하는 기업인의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렇게 지방정부의 기업 옥죄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중앙정부가 직접 나섰다. 리창 총리는 23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불규칙한 기업 관련 행정 감사로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 및 운영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지방 정부의 법 집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감사 대상을 명확히하고 무작위 조사 등 감사 횟수를 줄이는 내용을 포함한 ‘기업 행정 감사에 대한 의견’을 채택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원양포획식의 불법적인 법 집행의 검은 손을 끊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줄 잇는 중국 기업들의 탈주 행렬, 중국경제 기초가 흔들린다]
이렇게 중국의 상장기업들에 대한 당국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글로벌기업들은 물론이고 중국내 기업들도 중국으로부터의 탈주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9일(현지시간) “수년동안 중국은 글로벌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해외 기업들의 활동을 장려해 왔는데, 이젠 중국에 있던 기업들이 해외 이주를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지난 6월까지 중국기업들은 해외의 비금융자산에 177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투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 총 GDP의 1%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중국의 FDI(해외직접투자)는 해외와 국내 모두에서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설 것을 대비해 중국 기업이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생산지를 이전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기업의 해외 이전은 단지 트럼프 정부 출범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내 노동 비용 급등으로 더 이상 중국산 제품의 저가 정책이 통하지 않게 되었고, 동시에 중국내 소비자 지출의 감소와 중국내 기업정책에 대한 불만 등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중국기업들은 신흥시장의 공장에 현금을 쏟아붓고 있으며 여기에는 전기 자동차(EV) 및 컴퓨터 칩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공장도 포함된다”면서 “이러한 중국기업의 탈중국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중국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 장려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이러한 오프쇼어링은 중국내 산업을 공동화시키고 거시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더불어 실업률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상당한 주름살을 안겨다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중국기업의 해외 투자가 극심해지자 중국 정부는 당장 해외 투자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도 이러한 중국 자본의 해외 탈주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면서 이를 철저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고 중국 내부의 공급망과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라고 긴급히 지시하기도 했다.
[경제의 기본 시스템이 무너진 중국, 현 체제로는 회복 불가능]
문제는 중국 경제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중국 당국이 인지하고 있으며 별의별 대책을 다 내놓고는 있지만 중국 공산당이 경제를 지배하는 현 상황에서는 경제의 시스템 개선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 공산당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 16일 발표한 지난 11월 소비통계는 엄청난 충격을 줬다. 중국을 대표하는 두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의 소비증가율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1%, -13.5%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 기간에 최대 쇼핑 시즌인 광군제(11월 11일)가 있었고, 중국당국의 잇따른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소비 쇼크’라 할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좀 더 미세하게 살펴보면 중국 경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다. 화장품(-26.4%), 통신기기(-7.7%), 석유제품(-7.1%), 금은보석류(-5.9%) 등이 하락폭이 컸다는 것은 한마디로 ‘소비 다운 그레이드’(消費降級)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의 최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의 소비증가울은 올해 계속 감소하기는 했지만 11월 들어 두자릿수의 폭락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어서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외국 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서서히 글로벌기업들이 철수하더니 중국내 반간첩법으로 인한 안보적 위기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서둘러 중국을 떠났다. 당연히 외국임직원들도 철수했고 고임금의 중국 직장인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면서 소비가 부쩍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의 중국 철수는 부동산 경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부촌에 속하는 부동산 가격 붕괴가 매우 컸다는 것이 이를 반증해 준다. 거기에다 중국 당국이 중국에서도 잘 나가는 금융기업들에 대한 철퇴가 강화되면서 임금 삭감 등의 일방적 조치를 취했는데 이러한 여파도 베이징과 상하이의 공동화에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기업의 철수가 미친 여파는 또 있었다. 바로 숙박업 매출의 대하락을 가져왔다. 올들어 베이징과 상하이 숙박업의 영업이익이 무려 127.4%나 급감했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 준다. 이러한 위기를 만회하려고 중국 당국이 뜬금없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에 일방적 무비자 여행 조치를 취한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화장품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경기 침체기에는 화장품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립스틱 효과’라 부른다. 자동차, 가구 같은 값비싼 내구재 대신 값싼 화장품 소비로 기분 전환을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 2021년까지 립스틱 효과가 있었다. 코로나 19가 시작된 2020년 중국 소비증가율은 -4.0%를 기록했지만, 화장품 소비는 10%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그 립스틱 효과마저 실종됐다. 중국은 지금 고가의 화장품 소비는 급격히 줄어든 반면 저가 화장품 소미는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여성들의 삶이 ‘다운 그레이드’ 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렇게 중국 경제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은, 특히 지방정부들은 그나마 중국 경제를 버티게 해주는 기업들을 사냥하고 또 흔들어 지갑을 털어내려 하고 있다. 그러니 중국에서 기업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참으로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이끄는 중국이다. 도대체 경제의 원리를 눈꼽만큼도 모르는 작자들이 완장을 차고 나라를 흔들어대니 잘될 턱이 없다. 정말 한심하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