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의미 없는 인해전술 공격...“고기분쇄 인해전술에 소모품”]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투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하는 이들의 참상이 하나둘씩 공개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인간 미끼’나 ‘총알받이’로 내몰면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될 위기에 처하면 아예 사살을 해버리거나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군이 쿠르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대규모 돌진 공격(mass dismounted assaults)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이 같은 인해전술(human wave tactics)로 우리는 지난주 북한군 1000명 이상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커비 보좌관이 밝힌 수치는 최근 일주일 정도의 것이어서 전체 북한군 사상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이미 3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존 커비 보좌관은 이어 “러시아와 북한군 지도자들이 이 병력을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우크라이나를 향해 희망 없는 공격을 명령하고 있다”면서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는 대신 자살한다는 보고를 받고 있으며, 이는 포로로 잡힐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북한군은 위험을 각오했을 것이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러시아군이 북한군에 탄약이든, 포탄이든, 배낭이든 무엇을 주었든 간에 그들은 시체 가방(body bag)이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고 그것을 많이 갖고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북한군이 사실상 '총알받이'로 이용될 것이라는 전망은 파병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전 경험이 없는 데다 러시아어에도 능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한 병사들은 세뇌를 당해 죽을 줄 알면서도 진격에 기꺼이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사살된 북한군 병사의 일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가 28일 공개한 북한군 병사 '정경홍'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일기에는 “이번 작전에서 나는 대오의 맨 앞에 달려갈 것이며,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을 무조건 철저히 따를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급군인인 정경홍의 다른 수첩 메모에는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동료를 '인간 미끼'로 활용하는 방법도 담겨 있어 충격을 더했는데, 메모에는 3인 1조로 1명은 드론을 유인하고 나머지 2명이 드론을 사격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죄수부대 파병 의혹받는 북한군, “죄지었는데 새 기회 받아”]
또한 북한이 죄수부대를 파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제기됐다. 사살된 정씨의 일기에 “제가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지만 조국은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줬습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경홍은 일기에서 “소대 주임상사로 진급할 기회라는 축복이 주어졌지만, 당의 사랑도 저버리고 최고사령관 동지에게 배은망덕한 짓을 저질렀습니다…제가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지만 조국은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줬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승리하고 조국으로 돌아가면 어머니 당에 청원할 것”이라면서 일기를 맺었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일기 내용상으로는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병사 중 일부는 귀국 시 사면이나 감형 등을 약속받은 범죄자 출신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은 러시아 노예나 다름없어, 항복도 마음대로 못해]
이와 함께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거나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커비 보좌관도 언급한 바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에 투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상병을 아예 사살을 해 버리거나 행동이 이상하면 역시 처형을 가한다는 보고도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작전 중 북한군 1명을 생포했다며 초췌한 모습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지만, 이 병사는 부상 악화로 하루 만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27일, 북한군이 동료가 포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투항 의사가 있는 병사를 처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소셜미디어에 연설 영상을 올리고 “오늘 우리 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몇 명이 매우 심각한 부상을 입어 살아나지 못했다는 보고를 들었다”며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 군인들의 생존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러시아군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보호조치만 제공한 채 전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 병사들의 투항을 막기 위해 내부에서 처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을 포로로 잡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면서 “심지어 자기편 병사들이 투항하지 못하도록 처형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군은 포로가 되는 것보다 서로 죽이는 편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군대에 포로로 잡힌 북한 주민이 몇 명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RFA)는 2000년대 인민군 제4군단 포병 정찰대대와 총참모부 직속 15호 격술연구소에서 근무했던 탈북민 이현승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서는 투항하거나 포로가 되는 행위는 국가를 배신한 변절자로 간주되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도 연좌제로 인해 적대 계급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있고, 사회적으로 배척받는 상황을 우려해 포로가 되는 선택을 더더욱 꺼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전쟁포로가 되는 것 자체를 대단한 수치로 여기도록 세뇌를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국가와 당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앞으로 전쟁포로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EFE 통신은 “우크라이나의 한 군사 블로거가 북한군에 대해 ‘김정은이 푸틴에게 팔고 잊어버린 '고기'(meat)이며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 항복하지 않고 있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의 안드리 유소프도 “북한군이 전장과 병원에서 러시아군의 감시를 받고 있다”며 “그들은 노예”라고 주장했다.
유소프는 또한 “러시아가 부상한 북한군을 전장에서 대피시키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피가 불가능하면 때때로 이들을 살해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앞서 “러시아가 북한군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숨진 병사들의 얼굴을 불태우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에는 산속에 사체로 추정되는 물체의 일부분에 불이 붙어 있고, 다른 사람으로 추정되는 실루엣이 곁에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에서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아시아인이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향해 “노, 노”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고는 자리를 피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북한군 부상병들,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한편, 영국의 가디언은 지난 27일, “쿠르스크의 한 병원 의료진은 지난주 부상한 북한 병사 24명이 병원으로 이송돼 경찰이 배치된 특별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다”면서 “이들 북한병사들이 겁에 질리고 긴장한 모습이었다고 북한 부상병을 돌본 러시아 의료진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어 “이들은 통역사 없이는 북한 병사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면서 “특별병동에는 통역사와 의료진만 출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그러면서 “북한 부상병 대부분이 파편 부상자들”이라면서 “일부는 겁에 질리고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들 의료진들은 북한 병사들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실제로 그들을 본 사람이 없어서 믿지 않았었다”면서 “북한 부상병이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두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이어 “가디언과 인터뷰한 쿠르스크 지역 주민 6명도 북한 병사들의 흔적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러시아 당국이 북한 병사들을 외딴 군 막사에 격리하고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러시아는 쿠르스크로 파병된 북한군의 실체를 철저하게 숨기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도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 병사들의 정확한 위치와 생활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온라인 채팅방에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으며 현지인들은 길거리에서 북한 병사를 본 적이 있는지 서로 물어볼 정도”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어 “심지어 러시아가 영토를 되찾기 위해 북한 병사를 받아들였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러시아인들도 있다”면서 “쿠르스크의 한 주민은 북한 병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러시아군은 북한 병사 없이도 충분히 강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아직까지도 북한군의 파병 자체를 공식 인정하지도 않고 있고, 러시아 언론들을 통해 드러나는 것 역시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는 북한군의 파병 자체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경우 후폭풍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러시아 국민들에게 주는 푸틴의 이미지 타격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고, 러시아 영토를 북한군의 지원없이는 수복도 못할 지경이라는 전쟁 상황이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피하고 있어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