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푸틴, 진짜 승리자로 판단?]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팀이 만든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안을 전면 거부했다. 한마디로 푸틴이 제안한 휴전 방식이 아닌 어떤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취임 하룻만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 장담했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도 푸틴과의 정면 대결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미국의 전쟁연구소(ISW)의 보고서를 토대로 “러시아의 푸틴이 지난 11월 초 트럼프팀이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을 최소 10년 연기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쟁 종식 방안을 명백히 거부했다”면서 “푸틴의 이러한 발언은 26일 한 기자의 논평 요청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전쟁연구소(ISW)는 “푸틴은 종전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영구 중립국이 되어야 하며, 우크라이나 군대의 규모에도 엄격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의 우크라이나 정부는 붕괴시키고 러시아가 인정하는 새로운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불법 정부’라면서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도 완강하게 펼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6일에도 러시아 및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거도 없이 대통령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젤렌스키 정부는 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라브로프의 이러한 주장은 젤렌스키의 임기가 이미 끝났음에도 전쟁을 이유로 선거를 연기한 것에 대해 합법적 선거를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으로서 협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러시아가 이렇게 젤렌스키 대통령을 불법 정부로 규정하는 것은 크렘린이 젤렌스키 정부와 대면하여 종전협상을 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고, 또한 협성의 전제조건으로 키이우 정권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 다른 꿍꿍이가 숨겨져 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의 종전 조건으로 현재 러시아가 장악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그대로 러시아에 복속시키고, 수도 키이우를 중심으로 한 1/3의 영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동으로 연립정권을 수립해 운영하도록 하되 사실상 친 러시아 정권이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나머지 1/3 영토만 우크라이나가 독립국가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종전방안을 이미 트럼프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푸틴의 러시아가 제시한 종전 방안은 한마디로 뭔가 대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전국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막강한 군사력을 가졌다고 하는 러시아가 무기조차 변변하게 갖추지 못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3년이나 질질 끌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자신들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완전한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비정상적 국가라고 단정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푸틴은 왜 이렇게 기고만장할까? 바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철저하게 푸틴의 입장에 서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가 푸틴과 친하게 지낸다고 했고 말도 잘 통한다는 브로맨스적 언어들을 구사해 왔기 떄문에 자신이 요구하는 사항을 미국의 트럼프 2기 정권이 그저 받아들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두고 해 왔던 발언들을 보면 푸틴이 그럴만도 하다. 선거 중에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단 하룻만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고, 또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였으니 푸틴이 그렇게 착각할만도 하다.
그러나 선거 유세 중에 하는 말과 실제 현실을 맞닥뜨렸을 떄의 의사결정은 확연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일,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프랑스 파리 회동과 관련,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원하고 있다”면서 “세부 사항은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70만명을 잃은 상황이라면 이젠 전쟁을 끝낼 때가 됐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평화가 오기 전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더불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이후 “아사드 정권이 무력화된 것은 러시아가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는 바람에 관심을 갖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쇠약하게 만들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러한 관점을 갖게 된 배경 중의 하나는 마크롱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우크라이나의 패배가 미국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미국 라이벌에게 미국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패하고 미국이 승리하는 시나리오는 없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식통 2명이 전했다.
이러한 발언을 종합해 보면 트럼프는 결코 푸틴이 일방적으로 원하는 방안으로 종전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트럼프가 푸틴을 압박하면서 종전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시진핑을 통한 압박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이미 시진핑에게 전달되었고 시진핑은 곧바로 러시아와의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현실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트럼프는 요즘 조 바이든 정부로부터 모든 기밀사항을 보고받고 있다. 당연히 러시아의 현재 상황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분명한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최근들어 트럼프의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관련된 발언들이 선거 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데, 트럼프가 이렇게 생각이 바뀌는 것은 바이든 정부로부터의 국가기밀 브리핑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동, 그리고 유럽연합(EU) 지도부와의 만남 등을 통해 분명한 현실 인식을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현재 가장 강력하게 맞닥뜨리는 집단이 바로 유럽연합(EU)이다.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지난 19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을 의제로 논의한 끝에 우크라이나와 유럽 없는 평화협상은 없다는 결론에 대체로 동의했다.
이들 EU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없이 평화협상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을 한 달께 앞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스스로의 동의와 EU의 동참을 전제로만 논의·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미국에 통보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언급해 온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는 탓에 EU가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EU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숄츠 총리는 “유럽과 미국 간 사이좋은 협력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머리 위에 어떠한 결정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항상 존재한다. 이는 당연히 유럽 국가의 결정보다 우선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의 평화나 항복을 논한 것이 아니다”면서 “우크라이나만이 침략받은 국가로서 평화의 의미와 신뢰할 수 있는 협상 조건이 충족되는지를 정당하게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추측할 때가 아니라 모든 시나리오를 놓고 우크라이나를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실 트럼프 2기가 중국과의 패권전쟁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유럽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미국이 중국을 향해 무역보복을 한다해도 EU가 중국과 경제적 우호관계의 방향으로 전환해 버린다면 미국은 헛발질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의 위상 추락도 당연히 예견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2기의 ‘강력한 미국을 위한 정책’을 예정대로 수행해 나가려먼 EU와 자유동맹 우방국들과의 끈끈한 연대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영국이 갑자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할 수도 있다면서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바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바로 트럼프 2기의 유럽 배제 외교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지난 15일, “미국의 대선 결과는 우크라이나에 환영할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은 오히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일단 트럼프 당선인이 주유엔 미국 대사에 엘리스 스테파닉, 국무장관에 마르코 루비오,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월츠를 선임했는데, 이들 모두 세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미국의 역할에 대해 깊은 의무감과 함께 책임감을 믿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모두 매파로 그들 어느 누구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려는 트럼프의 견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조건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푸틴이 미국이 원하는대로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젤렌스키기 원하는대로 다 해 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분명한 것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감에도 푸틴은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마치 자신의 편에 서서 러시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줄 것이라 믿고 기세등등하다는 것이다. 푸틴에게 있어 최악은 전쟁이 하염없이 지속되는 것이다. 전시 경제체제인 러시아는 앞으로 1년 이상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정권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 그렇다고 패배를 선언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푸틴 정권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푸틴은 지금 이렇게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그런데도 푸틴은 허세를 부린다. 그러한 블러핑은 역으로 푸틴의 종말도 그리 멀지 않았음을 말해 준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