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한반도 핵 재배치 거론할 듯]
트럼프 2기의 상원을 이끌 공화당 의원들이 과거에 한반도 핵 재배치를 주장한 이들 일색인데다 이들의 영향력이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주변의 외교 관련 인물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여서 한국의 핵무장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119대 의회에서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맡게 될 존 튠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은 외교위원회에 짐 리시 의원(아이다호)을 군사위원회에 로저 위커 의원(미시시피)을 배치했는데, 이 두 의원들이 현 118대 의회에서 각 상임위의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공화당이 다수가 되는 119대 의회에서는 각각 상임위의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눈여겨 볼 점은 상원의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가 한미관계와 미국의 대북 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모두 과거에 한반도 전술핵의 재배치를 주장했던 이들이어서 과연 그러한 소신을 이번 트럼프 2기에서 마음껏 펼칠 것인지의 여부가 주목된다.
이중 3선인 외교위원회의 리시 의원은 116대 의회에서 외교위원장, 117대 의회에서 외교위 간사를 맡았을 정도로 전문 외교통이며 성향 자체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하고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대만 방어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미국의 적극적인 대외 개입을 주장해왔다.
군사위원회의 위커 의원 역시 대 중국 강경파이며 우크라이나 지지의 뜻을 밝힌 인물이다. 공군 예비군 중령 출신인 위커 의원은 2008년 보궐선거를 통해 상원에 입성했으며, 지난달 상원 선거에서 승리해 4선 의원이 됐다.
주목할 점은 이 두 의원의 한국과 관련된 견해다. 그런데 이 두 의원 모두 미국이 북핵 위협을 억제하려면 한국에 현재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로는 부족하며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중 위커 의원은 지난 5월 미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 예산을 550억달러(약 75조원) 증액하는 계획을 공개하면서 그 일환으로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한국과 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위커 의원은 또한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계속 개발하는 가운데 외교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국이 핵 공유 협정과 전술핵 재배치 등 한반도에서 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위커 의원은 심지어 당시 의회에서 심의하던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상원에서 최종적으로 합의한 법안에 포함되지는 못했다. 그 정도로 한반도 핵 재배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리시 의원도 같은 달 '군비 통제와 억제력의 미래' 청문회에서 “아시아에서 확장억제가 특히 약하다”면서 “확장억제를 강화할 방안으로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당시 리시 의원은 “유럽과 달리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핵무기를 전부 철수했다”면서 “동아시아 동맹들은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핵무기 수백개의 실전 배치를 진행 중인 북한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시 의원은 이어 “우리는 동맹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이 전구(戰區)에 재배치하기 위한 옵션들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 사안을 논의하는 것을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적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되돌아보는 한국의 전술핵, 다시 반입될 가능성 커져]
사실 한국 영토에 다양한 형태의 전술 핵무기가 배치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주한미군이 주둔하면서 비롯됐다. 1958년에는 자주포에 넣어서 쏘는 M442 핵포탄과 평양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는 사정거리 1천100㎞ 마타도르 크루즈 미사일(MGM-1C)이 반입됐다. 이런 식으로 반입된 핵무기가 1970년대에는 700발에 이르기도 했고, 심지어 군산 공군기지에서는 당시 F4 팬텀 4기가 상시로 핵폭탄을 장착하고 대기 상태에 있을 정도였다.
주한미군이 이렇게 한국 땅에 핵무기를 도입한 것은 사실 북한의 침략에 대비하기보다는 만약 전쟁이 다시 발발할 경우 중국의 참전을 막기 위한 경고적 성격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미국과 중국간 외교관계가 수립되면서 한반도의 전술핵 배치에 대한 무용론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00~200기 수준으로 감축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데땅트 시대가 열리자 미국은 국방전략을 전면 재수정하게 된다. 그러면서 소련과의 합의를 통해 한반도 주한미군의 핵무기를 철수하기로 했고, 북한 핵개발 명분을 막기 위해 전술핵 철수를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1991년 미국은 당시 100여개 남아 있던 주한미군 전술핵을 전면 철수했다.
이러한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에 맞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했고, 한국은 아직까지 이를 준수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라는 것 자체가 북한에 의해 이미 무너진 상황에서 아무리 동맹국인 미국의 핵우산이 있다 할지라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도 그래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미국에서도 일었다. 지난해 10월 미국 랜드연구소와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이미 한국에 실제적인 위협을 가할 핵무기 전력을 확보했고,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할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한미 양국이 미국 전술핵무기 일부를 한국 안보를 지원하는 용도로 지정하고 나아가 한국에 실제 배치하는 단계적 대응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생산 동결을 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보고서는 또한 “미군 전술핵무기가 한반도 핵억지용으로 활용될 경우 핵억지력 차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히려 북핵 억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한국에의 전술핵 재배치를 찬성한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통해 북러 방위조약을 체결하자 미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 방안이 다시 거론됐다. 지난 7월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핵무기 보관 시설을 운영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상원 군사위원회의 위커 상원 의원은 “푸틴의 방북 이후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미국의 핵무기를 과거에 배치했던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다.
[트럼프 2기, 美핵우산 신뢰 저하, 한일 핵무장 가능성]
분명한 것은 그동안 한미정부 모두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와 미국과 중국간 전략경쟁,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 등 다양한 변수가 얽혀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반도 핵억제력 이슈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우선적으로 주목할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엘브리지 콜비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 및 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를 국방부 정책차관에 임명했다.
그런데 콜비 차관 내정자는 그동안 줄곧 “미국은 중국을 상대하는 데 집중하고, 북한에 대한 위협은 한국이 스스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4월, 국내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과의 군사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며 “'일체형 확장억제'를 목표로 하는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운영 등을 통해 핵우산 제공을 강화한다는약속을 미국은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콜비는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강경한 대(對)중국 노선을 핵심으로 한 국방전략문서(NDS)의 기안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5월에도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면 주한미군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서 콜비의 주한미군 발언은 철수가 아니라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보다 중국 견제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재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비현실적 목표라고 단언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 제한 등 군비통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심지어 한국과 미국이 북핵 위협에 한 몸처럼 대응하자는 취지의 ‘일체형 확장억제'를 목표로 하는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운영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핵우산 강화) 약속을 지킬 수 없다”, “미국이 자국 도시들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을 북한 핵 공격으로부터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등의 발언을 해왔다.
그러면서 “한국의 핵무장까지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하며, 한국이 핵무장에 나서도 미국이 제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분위기가 이 정도면 이제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도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한국, 플루토늄·재처리 기술 보유…“6개월내 핵무장 가능”]
그렇다면 한국의 핵무장은 과연 현실 가능한 일일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입장에서는 외교적 문제도 사라진다. 물론 한미간 핵공유 방식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미국이 용인만 해 준다면 한국은 6개월 이내에 기폭 장치·투발 수단을 갖춘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곧 핵무기 1개에 플루토늄 5㎏이 필요한데 국내 원전 등에 보관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경우 100㏏급 핵무기 5000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한국이 핵을 갖게 된다면 일본과 대만도 핵을 원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간에 난마처럼 얽혀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하면서 한반도 전술핵 문제를 풀어갈지 트럼프 2기의 결정에 눈길이 쏠린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