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에 구멍이 뚫린 아제르 여객기, 러 방공망 오인한 듯]
아제르바이잔에서 러시아로 향하던 여객기가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해 탑승자 67명 중 38명이 사망한 비극적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는 민간항공사의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드론으로 오판한 러시아군이 격추함으로써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26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가던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가 GPS 전파 방해로 수백 마일을 우회하다 동체에 구멍이 난 채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면서 “여객기 승무원은 비상 착륙 전 공중 충돌을 보고했는데, 러시아 당국은 새 떼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했지만, 여객기의 산소 탱크 중 하나가 폭발했으며, 아제르바이잔 항공의 동체에 파편이나 총알자국과 비슷한 구멍들이 있다는 점 때문에 러시아 방위군에 의해 격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이 여객기가 만약 새와 충돌했다면 보통 계속 비행은 못하더라도 가까운 공항으로 비상 착륙을 하게 되지만, 아제르바이잔 여객기는 공항에서 수백마일 떨어진 곳에 갑자기 추락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라이바는 “동체의 손상이 대공 미사일의 타격과 유사하다”고 평했고, 다른 유명한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바자는 “(동체 구멍이) 포격이나 폭발 후 남겨진 구멍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의 러시아 격추설이 더욱 힘을 얻는 것은 여객기가 그로즈니의 공항에 착륙을 시도했을 때 해당 공항은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항공 보안 회사 오스프리 플라이트 설루션의 맷 보리 최고 정보 책임자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잔해 사진과 러시아 남서부 보안 환경의 상황을 보면 항공기가 어떤 형태의 대공포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영상에 나타난 항공기의 움직임은 새떼 충돌로 인한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타임스는 “러시아 독립 군사분석가들은 구멍이 판치르(Pantsir)-S1 대공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면서 “당시 50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이 남부지역을 포함한 러시아 일부지역을 공격한 바 있는데, 이 때문에 러시아가 방공망을 가동시키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최근 체첸 지역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이뤄진 바 있는데, 체첸과 인접한 잉구세티아와 북오세티야 당국에서는 당일 오전에도 드론 공격이 보고됐고, 사고 항공기의 경로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던 카스피해 서쪽 해안 도시 마하치칼라의 공항도 이날 오전 일시 폐쇄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친크렘린 블로거인 유리 포돌리야카도 “추락한 비행기의 형체를 보면 방공 미사일에 의해 폭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존자들은 그로즈니에서 세 번째 착륙 시도 중 ‘쾅’ 소리가 났다고 했는데, 이는 그로즈니 방어 대응에 걸렸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봤다.
또한 오픈소스 정보연구원 올리버 알렉산더도 “항공기의 수직 안정판 한쪽에 진입 구멍이 있고 다른 쪽에는 출구 구멍이 있다는 것은 동체를 뚫을 만한 운동 에너지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해당 여객기엔 아제르바이잔인 42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인 6명, 키르기스스탄인 3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주요 교통 검사관인 티무르 술래이메노프는 “추락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행 데이터가 담긴 항공기의 블랙박스가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검찰도 차장검사를 단장으로 하는 조사팀을 급파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체첸 공화국의 바쿠에서 그로지니로 가던 중 그로즈니의 짙은 안개로 인해 항로가 변경되었으며, 운항중 피격을 받아 카스피해 동쪽 해안의 석유 및 가스 허브인 악타우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 비상착륙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플라이트레이더 24는 “아제르바이잔 여객기의 비행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항공기가 격추 직전 강력한 GPS의 방해를 받았는데, 러시아는 과거에 광범위한 지역에서 GPS 조작을 방해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역시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을 방해하기 위한 것인데 아제르바이잔의 여객기 운항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비극 속 기적”…아제르 여객기 폭발에도 승객 절반 생존]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이 엄청난 비극 속에서도 승객의 절반 가까이가 생존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성탄절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면 이 여객기는 비상 착륙을 위해 완만한 각도로 고도가 낮아지다 기체 중심부가 지면과 미끄러지듯 닿는다. 이어 여객기가 폭발하고, 화염에 휩싸이며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타스 통신은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중간과 앞쪽은 폭발해 완파됐지만 뒷부분은 상대적으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카자흐스탄 구조 당국이 소방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추락 후 신속히 화재를 진압하면서 추가 폭발을 막았던 점도 생존자가 예상보다 많았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타스통신은 이어 “추락 장소가 카스피해 해안의 넓은 해변이어서 기체가 추락 후 건물이나 지상 시설물 등과 추가로 충돌하지 않았다는 점도 절반 가까운 생존자를 만든 기적의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아제르 대통령, 러 방문중 자국 여객기 추락에 급거 귀국]
한편,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국 여객기가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하자 러시아에서 급히 귀국했다.
아제르바이잔 매체 아제르뉴스는 “알리예프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독립국가연합(CIS) 비공식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러시아로 향하던 중 러시아 영공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회항을 지시했다”면서 “그는 기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상황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련 국가 정상들이 매년 새해를 앞두고 만나는 CIS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푸틴, CIS회의서 아제르 여객기 추락 애도…“철저한 조사”]
현재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아제르바이잔 여객기의 추락 원인으로 러시아의 방공망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러시아의 푸틴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의 문제다.
일단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안타깝게도 알리예프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야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그에게 전화해 아제르바이잔 항공 추락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면서 “이번 항공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모든 부상자의 회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관점은 이번 여객기 추락의 원인이 러시아 방공망 떄문인 것으로 드러났을 때 푸틴의 반응과 대응이다. 분명한 것은 이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의 추락 원인이 러시아의 방공망 때문인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푸틴은 국가적 차원에서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동안 푸틴의 스티일로 볼 때 결코 러시아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사과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푸틴이 CIS 회의에 앞선 성명에서 철저한 조사를 다짐했지만 항공기 사고라는 성격상 블랙박스 조사 결과를 완전하게 공개할 것으로 보이지 않고, 발표 시일을 미루다가 만약 사과를 한다해도 매우 형식적인 건조한 몇마디 발언으로 끝낼 가능성이 많다. 그것이 푸틴 스타일이기 떄문이다.
[러시아 방공망에 의한 격추, 후폭풍 거셀 듯]
문제는 이번 여객기의 운항국이 러시아의 동맹인 아제르바이잔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고의 성격으로 본다면 아제르바이잔 정부도 이번 사고에 대한 분명한 내막을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겠지만, 과연 러시아의 방공망으로 인한 격추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발표할지는 역시 미지수다. 만약 사실 그대로 발표했다간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양국간 외교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현재 러시아는 전쟁 교전국이라는 사실을 주변국들이 너무 쉽게 생각해 오던 것에 대한 경종을 이번 기회에 울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제르바이잔을 비롯한 주변의 동맹국들이 당장 모스크바 등의 러시아를 향한 여객기 취항을 보류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안제 어느 때 이번 여객기와 같은 참사를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리안해도 외교적 고립의 길을 가고 있는 러시아는 더욱 더 ‘외딴 섬’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뿐 아니다. 이번에 또다시 확인된 것은 러시아 방공망의 수준이다. 여객기와 드론 떼조차 분간하지 못하고 방공망이 작동되었다는 것은 러시아 방공망의 대응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러시아 방공망을 조작하는 팀의 수준이 항공기와 드론도 분간못하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한마디로 러시아의 군사력 실체가 또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렇게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격추사건으로 인해 더욱 더 외교적으로 고립될 것으로 보이고, 이번 방공망 부실 사태가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