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경험 전무 천후이 진급에 상장 4명 이례적 불참]
불과 며칠 전 우리 신문이 중국 공산당과 군부가 충돌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고 설명한 바 있었는데, 결국 시진핑 주석이 군부를 향해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인사조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군부의 대응도 주목을 끈다.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간) “중국이 대규모 지상군(육군)을 관리할 새로운 정치위원을 임명했는데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군 기강을 강화하고 있다는 예상치 못한 신호”라면서 “이에 따라 중앙군사위원회 상장(上將) 진급식이 전날 베이징에서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시 주석이 서명한 천후이(陳喜, 61) 육군 정치위원에 대한 상장 진급 명령서를 낭독했다”면서 “진급식을 통해 천후이가 친수퉁의 뒤를 이어 육군 정치위원에 오른 사실도 처음 알려졌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대장에 해당하는 상장은 군 통수권자인 시 주석을 제외하고 중국 인민해방군 현역 가운데 가장 높은 계급이다. 이 가운데 정치위원은 군에 정치적 충성심을 불어넣고 인력을 관리하는 자리로,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들은 “중국 관영 매체가 육군 정치위원 교체 사실을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천후이의 정치위원 임명은 깜짝 놀랄만한 뉴스”라면서 “시 주석이 군 기강을 강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예상 밖 조치”라고 분석했다.
[육군 출신도 아닌 공군 출신을 육군 통수권자로?]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61세인 천후이가 공군 출신이고 지난 4월 항공우주군 정치위원으로 임명된 지 1년도 안 돼 이번에 육군에서 최고위급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이다. 이는 지극히 이례적이다. 사실 육군 입장에서는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그동안 육군의 최고 책임자였던 61세의 친수퉁(秦利丹)의 사임에 대해 아무런 발표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친수퉁이 어디로 옮겨가는 것인지 등의 후속 인사도 전혀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친수퉁의 전임자가 은퇴 연령인 65세에 사임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친수퉁은 은퇴연령도 아니고 외부로 무슨 비리혐의라든지 교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돌연 교체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 역시 매우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중앙TV(CC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교체된 친수퉁과 지상군사령관인 리차오밍도 천후이의 진급식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는 전통을 깨는 행위라는 것이 블룸버그의 판단이다.
또 하나, 이날 진급식에 친수퉁 전 육군 정치위원과 리차오밍 육군 사령원(사령관)외에도 위안화즈 해군 정치위원, 왕춘닝 무장경찰 사령원 등 상장 4명이 이례적으로 참석하지 않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일단 중국내 다양한 언론들의 보도를 참고하면 친수퉁은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해임된 것으로 보이고, 친수퉁의 동료였던 리차오밍 육군사령관에 대한 부패혐의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일들이 군부의 최고지휘기관인 중앙군사위원회(CMC) 위원 겸 정치공작부 주임인 먀오화(苗華·69)가 '심각한 기율 위반'으로 정직 처분을 받으면서 중국 군부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 가운데 연이어 벌어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홍콩 성도일보는 “작년 로켓군 부패 스캔들로 웨이펑허·리상푸 전 국방부장(장관), 로켓군 사령원을 지냈던 리위차오·저우야닝 등 장성급 인사 수십 명이 낙마하고 최근 먀오화 중앙군사위 위원도 부패 혐의로 정직 처분을 받은 가운데 상장 4명의 불참이 외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짚었다.
[요동치는 중국 군부, 뭔가 대단한 변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중국 군부중 특히 육군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군부 중에서 가장 병력이 많고 또 인민해방군의 중심이 되는 육군 출신들이 최고위급에 자리잡지 못하고 다른 병종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어서다. 심지어 국방부장도 해군 출신이다. 그런데 이번에 육군을 통솔할 책임자로 또 공군 출신이 자리잡았다. 이 정도면 육군은 이미 초토화되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민해방군 행사 가운데 가장 성대하고도 의미가 있는 행사인 진급식에, 또한 시진핑이 직접 참석하는 진급식에 당연히 참석해야할 장성 4명이 불참했다는 것은 사실상 천지가 개벽할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번에 당연히 참석해야 함에도 불참한 4명은 이미 부패혐의로 조사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일이 아니고서야 시진핑이 참석하는 진급식에 불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019년 3월의 전인대 이후 군부내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분명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짚었다.
RFA의 진단 그대로 중국 군부는 지금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지난 23일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의 대충돌, 도전받는 시진핑 체제”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3083회)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이론지인 치우스(求是)와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그리고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당과 군의 충돌로 보이는 이번 사태에 시진핑 주석이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 나갈지, 또한 결국 공산당의 안정적 지위를 위해 군부에 대한 사정의 칼날을 지속할지의 여부가 관건”이라고 진단한 바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국 공산당은 “군은 당을 위해 존재한다”면서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인민해방군은 “시진핑 주석의 단일체제가 아닌 원래 인민해방군의 창설 이념인 집단지도체제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이 상황을 그대로 두다간 자칫 당과 군이 정면 충돌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천후이의 진급식 사태를 보면 일단 당이 군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시진핑도 당의 우위를 확고하게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일어나는 군부의 인사들이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그것도 육군은 사실상 완전 천대받는 그러한 인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그동안 인민해방군의 주도세력이었던 육군의 기를 완전히 꺾어 버리려는 시진핑과 공산당의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인민해방군 인사가 세계 최강의 군대, 미국의 국방력과 맞먹을 수 있는 군대를 만들려는 시진핑의 목표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중국 군부에서 일어나는 인사의 행태를 보면 인민해방군 전력의 극대화라는 방향을 완전히 거스리고 있어서다.
이미 우리 신문도 여러 번 지적했고, 또한 미 국방부도 지난 18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년 중국 국방력 보고서’의 마무리 부분에 ‘특별 토픽’ 3가지를 별도로 첨부했는데 첫 번째가 ‘인민해방군(PLA)) 부패가 주는 충격’이다. PLA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적어도 15명의 고위 군 관계자와 방위 산업 임원이 부패 혐의로 직위에서 해임됐다. 몇몇은 지상 기반 핵 및 재래식 미사일을 현대화하는 것과 관련된 장비 개발 프로젝트를 감독하는 일을 맡았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중국이 방위 산업 내의 부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무기 조달 프로그램이 후퇴하고 군 현대화가 지연될 수 있다”면서 “방위 산업이나 주요 군사 프로젝트에서 부패를 적발하려고 할 때 필연적으로 조사 대상 프로젝트와 관련된 다른 공무원들이 끌려들어가는 ‘나선형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당연히 현대화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PLA의 숙청 효과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비슷한 보복을 두려워하는 하위 공무원들을 마비시킬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반부패 드라이브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지적 그대로 중국군부는 언론의 감시가 전무한 조직인데다 군과 무관한 공산당의 조직이 인사를 쥐락펴락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부패는 필연적인데, 중국 당국이 부패를 강요한 공산당 조직은 그대로 두고 그보다 훨씬 부패 규모가 작은 군부내 인사들만 숙청하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당연히 중국 군부의 군사력이나 방위력을 엄청나게 퇴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군사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사실 러시아와 중국의 군부 구성이나 모든 시스템이 거의 동일한 구조라는 점에서 러시아 군부를 통해 중국 군부의 실상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을 것이다.
변변찮은 무기, 심지어 하늘을 지키는 전투기조차 별로 없었던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음에도 3년째 전쟁을 이기지 못하고 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러시아의 군사력이 얼마나 허상이었는지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모습을 중국 인민해방군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이 보여주는 대결 사태가 바로 중국인민해방군의 실체를 짐작하게 만든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