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절박함이 만든 비밀 미사일 프로그램과 무기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 가운데 하나는 잠자던 우크라이나의 기술본능을 깨우면서 새로운 미사일과 첨단 드론 등의 신무기를 개발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소련 시대만 하더라도 첨단 엔진이나 핵무기 등을 제조하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후 모든 것들을 폐기하고 잊이버렸지만 푸틴의 침공으로 상황이 절박해지자 전쟁 개시 3년만에 왕년의 기술력을 회복하고 있어서 푸틴에게는 두고두고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4일, “우크라이나가 외국으로부터의 원조가 불확실해지고 있는 가운데 로켓산업이 부활하고 있다”면서 “최근 우크라이나의 기술 엔지니어들에 의해 펄스젯 엔진의 개발에 성공했는데, 이는 1944년 독일이 만들었던 트렘비타(Trembita)를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이 엔진은 우크라이나 독자모델 신형 미사일에 사용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보통 설계에서 개발까지 수년이 걸리는 이 엄청난 엔진을 개발하는데 우크라 기술진들은 불과 1년반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빨리 엔진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련시대만 해도 우크라이나가 우주 및 로켓 혁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드니프로에 있던 피덴메쉬(Pivdenmash) 공장은 4세대 전략미사일을 생산했었지만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가 발효되면서 모든 것들을 중단하게 되었다”면서 “소위 평화각서라는 이름으로 미국을 비롯한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포기를 조건으로 영구한 평화를 약속했음에도 러시아의 푸틴이 침공을 해 오면서 이 각서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지만, 전쟁 3년차를 맞게 되는 우크라이나는 살아남기 위해 과거의 숨은 기술력을 찾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을 치르면서 우크라이나가 겪는 최대의 약점은 장거리미사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 등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확전을 우려한 이들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지원해 주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는 마음놓고 우크라이나를 향해 중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심지어 극초음속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하면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유린해 왔다.
또한 러시아는 단거리 미사일 사거리 밖인 우크라이나 국경으로부터 300km의 거리밖으로 우크라이나 공격용 전진기지를 둠으로써 마음놓고 우크라이나 전역에 폭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물론 장거리 미사일 대신 장거리 자폭 드론을 이용한 공격도 수행했지만 이들 드론들은 러시아의 방공망에 걸려 10대중 9대 가까이 격추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으로부터의 장거리 미사일 도입이 어려워지자 우크라이나가 독자적으로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11월말 우크라이나가 독자 개발한 미사일이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며,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5년말까지 3000대를 생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미사일의 개발만 제대로 이루어진다 해도 앞으로는 러시아의 화력에 결코 밀리지 않게 되며, 미사일 재고가 바닥나는 러시아에 비해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장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개발 또는 생산에 들어간 미사일은 총 6종으로 지난 2022년 흑해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함을 폭침시킨 넵튠을 비롯해 피덴메쉬 공장에서 개발 중인 전술 탄도 미사일인 흐림-2(Hrim-2, Sapsan이라고도 함)가 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페도로프 부총리는 “2025년은 우크라이나 순항미사일의 해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자 러시아는 이를 방해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향해 끊임없이 폭격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가 여러 대의 순항미사일로 키이우의 넵튠미사일 공장을 포격한 바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드니프로의 피덴메쉬를 오레쉬니크 미사일로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그러한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개발에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핵심시설들이 지하에 있으며 비밀리에 가동되고 있어서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의 한계도 있는데 가장 큰 것은 역시 자금과 시간”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완전히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미사일들을 생산해 내려면 앞으로도 1년 정도는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2025년의 우크라이나는 지금과 같이 그저 러시아에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24일,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에 터보 엔진을 장착해 순항미사일과 경쟁하거나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사거리를 뛰어넘는 로켓드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5년에 장거리 드론 3만대와 순항미사일 또는 미사일드론 3000대를 생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특히 미사일 드론은 우크라이나가 독자 개발한 것으로 서방진영에서도 엄청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일부 전투에 투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최근 우크라가 러시아의 브랸스크와 타간로크를 공격했을 당시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 외에 공중을 나는 비행물체들이 목격되었는데 그들 중 일부가 미사일 드론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로 러시아의 뉴스 텔레그램 채널은 쿠르스크에서 발견된 미사일의 잔해에 제트엔진이 장착되어 있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우크라가 개발한 미사일 드론인 것으로 추정했다”고 지적했다.
[대량생산 되는 페클로(Peklo) 미사일드론]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드론과 관련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도 24일, “페클로(Peklo) 미사일 드론의 개발과 체계화가 완료되었으며, 곧바로 대량생산에 돌입했다”면서 “지난 3개월동안에 벌써 100여개를 생산했으며 현재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이어 “단일 미사일의 생산 비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산 자폭드론보다 생산단가가 오히려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폭드론의 생산단가는 약 20만 달러”라고 추정했다.
[우크라 개발 모델 중 가장 신비한 루타(Ruta)]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또한 “현재 테스트 중인 드론 중 가장 신비스러운 것은 루타”라면서 “항속거리가 750~2,000km에 이른다”고 밝혔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어 “루타는 생김새가 (미국산) 토마호크와 비슷하며, 엔진은 동체 내부에 있고 공기를 빨아들이는 공기 흡입구만 있으며, 그 공기는 압축되어 엔진 내부의 연료와 섞인 다음 점화되어 배기 스트림을 생성한다”면서 “은밀함이 뛰어나다는 점이 최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그렇기 때문에 “적군의 레이더를 회피하는데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깊숙한 곳까지 공격하는데 유리한 강점이 있다”고 풀이했다.
[기관총과 자폭드론 장착한 로봇특공대 선보인 우크라]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기관총과 자폭드론을 장착한 원격조종차량, 곧 로봇특공대를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24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과 대치하고 있는 지점에 소수의 병력만 투입해 로봇특공대를 활용한 첫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은 기관총을 장착한 수십 대의 원격 조종 차량과 무인 자폭(가미카제) 드론을 사용해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리프치 마을 인근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이 공격에는 지원 역할로 공중 감시 및 지뢰 설치 드론도 사용되었다”면서 “이러한 전투방식은 병력이 러시아군에 비해 태부족인 우크라이나군으로서는 전장의 흐름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현재 전장 상황은 러시아군 대 우크라이나군의 비율이 3 대 1 수준인데 이번에 처음 투입한 로봇특공대를 활용한다면 병력 부족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고, 사상자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이유 떄문에 우크라이나군은 전장에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봇 기관총, 지뢰 매설 장치, 전자전 시스템을 갖춘 차량을 배치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번에 제13국민방위여단의 공격은 로봇만으로 구성된 합동군작전의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 여단은 하르키우 지역의 러시아가 점령한 도시인 흘리보케 근처 최전선 5마일 구간을 방어할 책임을 맡고 있으며, 국경에서 남쪽으로 약 5마일 떨어져 있다”면서 “러시아는 해당 지역으로 진격을 시도하기 위해 4개 연대를 투입하고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가 약 6,000명의 군대에 단 2,000명의 병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렇게 우크라이나군의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로봇특공대의 투입은 매우 적절하면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면서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벙커속의 지휘센터에는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전장의 실시간 영상이 표시되었으며, 실제 전투 현장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의 기술 혁신과 비대칭 타격 능력을 활용해 인력 한계를 상쇄하려는 노력을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미미한 영토적 이득을 위해 지속 불가능한 사상자율을 감수하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적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우크라이나는 무인시스템을 활용한 로봇부대를 운용한 세계 최초의 군대”라면서 “최신 모델 중 일부는 러시아의 전자전 방해를 극복할 수 있는 첨단기술까지 동원되고 있어 그 기술의 발전이 놀라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