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시리아 철수 후 아프리카에서 이중 타격 받았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러시아가 결국 시리아에서 철수하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다. 사실상 러시아가 정권을 만들어주고 또 수호해 왔던 시리아마저도 지키지 못했고 또 철수까지 하게 된 것에 대해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면서 푸틴과도 손절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4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시리아에서 전격 철수를 결정한 이후 아프리카에서 이중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우선적으로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맺어왔던 두 나라가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하면서 아프리카에서 모스크바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독립 매체 모스크바타임스는 수단의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에 반기를 든 나라는 수단으로, 포트수단의 홍해 연안에 해군기지를 건설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면서 “러시아는 수단 당국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S-400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서방의 반발을 우려한 수단이 러시아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이어 “그 후 압둘 하미드 드베이베 리비아 총리도 러시아의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어떠한 노력에도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드베이베 리비아 총리는 이어 “우리는 공식적인 합의와 훈련 목적을 제외하고는 어떤 외국군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리비아의 허가나 합의없이 외국군이 리비아에 들어온다면 그들이 어떤 세력일지라도 싸울 것”이라면서 “리비아가 국제적인 전쟁터가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프리카 국가의 반발이 러시아에 주는 타격, 의외로 컸다!]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인 수단과 리비아의 러시아에 대한 저항과 반발이 불러올 파문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시리아의 항구를 아프리카 진출의 거점으로 사용해 오던 러시아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푸틴은 아프리카에의 영향력 지속을 위해 마그레브 및 북동부 아프리카의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초점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사실 러시아는 지난 2020년 시리아의 타르투스 해군기지를 보완 또는 대체할 수 있는 아프리카 기지로 수단을 선택해 거점 항구로 키우려 했으나 내부 분쟁과 내전 발발로 인해 무산됐고, 이번에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붕괴되면서 타르투스 기지의 사용이 어려워지자 푸틴은 긴급하게 이 해군기지를 리비아로 이동 배치하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리비아를 시리아 해군기지의 대체 장소로 고려한 것은 러시아의 우호세력인 리비아 칼리파 하프타르 군벌과의 공생관계를 이용해 보려는 것이었지만 리비아의 총리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 또한 완전 무산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프리카를 향한 전진기지로 사용해 왔던 해군기지가 갈 곳이 없어지면서 러시아의 아프리카 전략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특히 리비아의 해군 및 공군기지 이전 무산은 푸틴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아사드 정권이 붕괴되면서 러시아 관리들은 리비아로의 기지 이전을 확신해 왔다. 그래서 서둘러 언론에 발표까지 해버렸다.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리비아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 비행기가 이미 시리아에서 크렘린의 지원을 받는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가 통제하는 리비아의 기지로 방공 장비를 옮기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리비아의 총리가 국가의 공식 승인이나 협의도 없이 일개 군벌과만 타협해 러시아 기지를 옮겨오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크렘린궁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말을 바꿔 “러시아가 시리아의 새 지도부와 연락을 취하고 시리아 내 군사 기지의 지속적인 주둔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시리아의 반군들은 러시아군이 시리아에 계속 주둔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적으로 미국 등 서방진영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시리아의 새 정부가 러시아의 해군기지가 계속 주둔하는 것을 꺼려할 뿐더러 그동안 반군의 적이었고 아사드 정권의 수호자 역할을 해 왔던 러시아의 군 기지가 계륵처럼 남아 있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공들여왔던 푸틴의 아프리카 전략, 완전 붕괴될 수도]
현재 상황으로는 그동안 시리아에 있던 흐메이밈 공군기지와 서부 타르투스 해군기지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언론들에 의하면 시리아에 있던 일부 무기들을 리비아로 옮기긴 했지만 짐을 풀지도 못하고 또다시 이동해야 할 처지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의 그러나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은 “그동안 지중해에 러시아의 함대와 잠수함이 배치되어 있어서 남부 유럽에 심각한 안보 위험을 제기해 왔었는데, 만약 시리아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면 남유럽 국가들에게도 희소식”이라고 밝혔다.
눈여겨볼 것은 그동안 시리아에 주둔해 있던 공군과 해군기지가 갈 곳을 잃게 된다면 푸틴의 아프리카 전략은 완전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푸틴이 하나 놓친 것이 있다면 그동안 푸틴의 아프리카 전략을 도맡아 왔던 집단이 바로 이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끌었던 용병그룹 바그너 그룹이었다. 그런데 푸틴이 프리고진을 자신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암살하면서 바그너그룹의 위세도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아프리카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력까지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사실상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붕괴에도 바그너그룹의 영향이 컸다. 시리아 역시 바그너그룹이 관리를 해 왔었지만 프리고진이 암살당하면서 시리아에서의 바그너그룹 위세 또한 급격하게 축소됐다. 이러한 바그너그룹의 위세 약화가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가져오는 단초가 된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사실 일주일이면 끝낼 것으로 여겨졌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푸틴은 시리아나 아프리카에 집중할 겨를이 없었고, 거기에다 2인자처럼 자신을 지원해 왔던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까지 사라지면서 그 모든 부담을 푸틴이 지게 되었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뉴스위크는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느라 시리아나 아프리카를 관리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전반의 체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고, 또한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까지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한 것이다. 그런데도 푸틴은 지난 2~3년간 러시아가 훨씬 힘이 강해졌다고 딴소리하고 있으니 듣는 이들조차 기가 찰 노릇이다.
[NYT “러 파병은 김정은 아이디어, 북한군 다수 영양실조”]
한편, 러시아의 전쟁에 북한군을 투입하게 된 것이 러시아의 요청이 아니라 북한 김정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파병 초기엔 러시아의 요청에 따라 북한이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반대였다는 것이다.
NYT는 익명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파병하겠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이 이를 신속하게 수용했다”면서 “이후 김정은은 최소 1만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보냈다”고 밝혔다.
NYT는 이어 “미국 정부는 김정은이 러시아로부터 즉각적인 대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국제 사회에서 외교적 싸움이 벌어질 경우 러시아가 지원하고, 북한에 위기가 발생하면 기술 제공 등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보당국은 “전선(戰線)에 나가 있는 북한군이 실제 위력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북한은 최고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를 보냈지만 많은 병사들이 사실은 영양실조(malnourished)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북한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하다가 사상자 3천명 이상을 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이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으로부터 쿠르스크 전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병력과 군사 장비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NYT는 “부상당한 북한군은 러시아군보다 더 나은 상황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상자들의 경우 전장에서 가까운 소규모 마을 병원이 아니라 쿠르스크 시내의 큰 병원으로 바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정도 많은 수가 사상을 당했다면 현재 파병된 북한군의 30% 정도가 전투에 투입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김정은은 추가 파병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