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로 산업체 전면 올스톱, 심각 수준에 도달]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와 원유매장량을 보유한 이란이 지정학적 위기를 겪으면서 본격적인 에너지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전 산업들이 사실상 셧다운에 들어갔으며, 정부기관마저도 문을 닫거나 운영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저항의 축’ 운운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강력하게 저항했던 이란이 이렇게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이란이 수년간의 제재, 부실 경영, 노후화된 인프라, 낭비적인 소비,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 등으로 인해 본격적인 에너지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이란은 수년간 인프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마수드 페제스키안 대통령은 결국 이란의 에너지 위기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페제스키안 대통령은 최근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우리는 가스, 전기, 에너지, 물, 돈, 환경에서 매우 심각한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이 위기로 변할 수 있는 최악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NYT는 “지난 주 대부분 이란은 에너지가 부족해 사실상 폐쇄되었다”면서 “평범한 이란 국민들이 분노하고 산업 지도자들이 수반되는 손실이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경고하는 동안, 페제스키안 대통령은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외에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NYT는 이어 “공무원들에 의하면 국가 운영에 필요한 가스량의 부족분이 하루에 약 3억 5천만 입방미터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공무원들은 가스 배급을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야 했다”면서 “정부는 두 가지 선택의 갈래길, 곧 이란 각 가정에 대한 가스 공급 전면 중단과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 대한 공급 중단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결국 발전소에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는 대신 이란의 각 가정에 에너지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겨울철을 맞아 난방 공급원을 중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상공회의소 에너지 위원회 위원인 세예드 하미드 호세이니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 정책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가정에 가스와 난방을 끊는 것을 막는 것”이라면서 “이란은 지금 최대 위기에 몰려 있는데, 만약 가정에 대한 에너지 공급 중단 사태가 온다면 전국적으로 불안이 극대화되면서 민심이 폭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이에 따라 지난 주말 현재 17개의 발전소 가동이 완전 중단됐으며 나머지도 부분 가동만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태로 말미암아 국영 및 민간 산업들이 대혼란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실상 이란의 전 산업들이 정전으로 인한 대 위기를 맞고 있으며, 그동안 이란의 산업계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대재앙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번 주에 발생한 정전 등으로 인한 손실이 제조업의 경우 30~50% 감소했고, 수천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모든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특히 중소기업들이 받는 타격은 막심하다”고 전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겹친 이란의 재앙, 통화가치도 대폭락]
NYT는 “특히 이번 이란의 에너지 위기는 지정학적으로 특히 어려운 시기에 이란을 강타했다”면서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부가 붕괴되고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몰살시킨 이후 이란의 지역적 파워 플레이어로서의 지위는 심각하게 약화되었으며, 여기에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는 정권에 최대의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란 경제는 더욱 위기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NYT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이 나라의 통화인 리알도 이번 주에 폭락하여 달러 대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이렇게 재앙적 사건들이 겹치면서 이란 정부는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란 핵 협상이 진행 중이었던 2015년에는 리알의 가치가 1달러당 32,000에 달했지만, 지난 18일에는 무려 777,000리알로 거래되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엄청난 폭락을 한 것이다.
NYT에 따르면 이란이 이렇게 에너지 위기를 맞게 된 배경에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이란의 가스 파이프라인 두 개를 폭파시킨 바 있었는데, 이로 인해 이란 당국의 에너지 수급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해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직을 맡았을 때 이미 이란의 에너지는 고갈되어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국제 에너지 연구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이란 에너지원의 약 70%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이란 당국은 작은 마을을 포함한 이란의 모든 구석에 가스를 공급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행했고, 현재 이란 가정의 약 90%가 난방과 조리를 위해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이란이 가스에 의존하는 국가이면서도 생산 및 공급망에 걸친 인프라가 너무나도 허약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데 소위 ‘저항의 축’ 세력들과 연대하여 이스라엘과 미국을 압박하는데만 치중했던 이란 당국이 정작 국민들의 에너지 수급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전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위기를 만나자 당국은 지난 11월부터 각 가정에 대한 2시간 정도의 정전을 시행하고, 또 정전 시간도 늘리면서 에너지 절약을 시도했지만 이러한 방법들이 근본적 해결과는 전혀 무관하다는점에서 일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젠 학교마저도 온라인으로 전환된다. 역시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또한 모든 관공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근무 시간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란 국민들은 직장에 제대로 출근할 수 있을지, 엘리베이터는 제대로 가동되는지, 신호등은 작동할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불안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젠 인터넷까지 끊기는 최악의 상황마저 우려되고 있다.
NYT는 이런 상황과 관련해 “이란은 지금 지나치게 혼란스럽고 스트레스가 많은 나라가 되어 버렸다”면서 “민간 부문에서 불확실성이 대폭 확대되고 있으며,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위기 역시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을 정도로 이란은 지금 미지의 영역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美, 대 이란 최대 압박정책 강화될 듯, 또다른 위기]
이렇게 이란이 대 위기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트럼프 2기의 미국은 대 이란 정책을 최대 압박 기조로 펼쳐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이란과 악연을 가지고 있다. 올해 11월 미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 후보를 겨냥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암살 모의가 발각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이란 해커들이 트럼프 후보 자료를 해킹해 민주당 선거 캠프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이란의 거부감과 부담감을 보여준 동시에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기떄도 버락 오마바 행정부때 체결했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으로 명명되는 핵협정에서 공식 탈퇴했고, 또한 협정에 따라 유예된 제재를 재개 및 강화하는 동시에 협정에서 허용한 핵 활동 제재에도 들어갔다.
그런데 2기 때는 아예 이란의 핵시설 자체를 제거해 버리는 방향으로 틀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의 군사적 행동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팀의 이러한 계획은 경제적 압박을 포함한 외교와 제재만으로는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강공책을 펼치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팀은 당선인 측근들이 경제적 압박만으로는 테헤란을 봉쇄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란 핵 프로그램 중단을 위해 공습을 포함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 중”이라면서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 옵션은 테헤란의 동맹국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의 몰락, 역내 미군의 미래, 이란을 호위해 온 헤즈볼라 및 하마스 격멸 상황에 따라 지금이 바로 이란의 핵야망을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최근 사태들로 인해 이란의 지역적 입지가 약화되고 최근 테헤란의 핵 개발 야망까지 폭로되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면서 “물론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란의 현재 상황은 트럼프 당선인의 이란 핵 제거 계획을 더욱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임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이란 핵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이란은 내우외환의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국내는 경제 상황 자체가 최악 수준인데다 에너지 위기까지 겪고 있어서 민심이 흉흉하고 외부적으로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붕괴에 이은 이스라엘의 강한 압박까지 버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2일(현지시간) 시리아의 젊은이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축출 이후 등장한 새 정부에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국제정세에도 눈이 어두운 자가 오로지 강압적 종교의 힘만 믿고 최고지도자 자리에 있으니 이란이 저렇게 재앙적 위기를 맞이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렇게 이슬람 독재국가 이란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져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