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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7-26 10:56:26
  • 수정 2018-07-27 1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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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필 [Flicker]


“만년필로 글을 쓰면 속도에 맞춰 글을 쓸 수 있지만 볼펜으로 글을 쓰면 속도가 생각을 앞서 가므로 거짓된 글을 쓰게 된다.”


돌아가신 법정 스님의 만년필 예찬론이다.

스님은 만년필과 인연이 깊다.


스님의 그 유명한 무소유 정신을 만년필 하나와의 인연으로 간명하게 설명한다.


“원고를 쓰기 때문인지 만년필을 좋아하지요. 그런데 누가 선물해서 만년필이 두 개가 됐어요. 두 개가 되다 보니 한 개를 가지고 있을 때 보다 살뜰함과 고마움이 사라져요. 그래서 선물한 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만년필 한 개를 다른 이에게 주어 버렸지요.”


만년필의 원래 서양이름은 파운틴 펜(fountain pen)이다.

우리말로 하면 샘물처럼 솟아오른다 해서 “샘물 펜”으로 번역 됐다.


후에 잉크만 넣어주면 오래 쓸 수 있는 펜이라는 뜻의 “만년필”이 된 것도 오래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동양에 처음 소개 될 때는 영어명을 직역해 ‘천필(泉筆)’, 또는 토해 낸다 해서 ‘토묵필(吐墨筆)이라고도 했다.


1884년 보험 외판원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이 잉크가 흘러나와 계약을 망치는 일이 반복되자 만년필을 발명하게 됐다고 한다.


나이드신 분들은 만년필 하나쯤은 선물로 받은 기억이 있을 법 하다.

아마도 20세기를 통털어 설문 조사를 해보면 만년필은 선물 목록 열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것이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만년필은 선물로서는 더없이 인기 짱이었다.


그러던 만녈필이 학생들 가방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컴퓨터 자판이나 스마트폰 문자 판 때문이었다,

손가락으로 연신 누르면 끝인 세상에 만년필은 고리타분한 옛 물건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러나 옛것이라 해서 무시해서는 안된다.

만년필은 글을 쓸 때 사람을 대단히 섬세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만년필은 기본적으로 집중력과 세심함을 요구한다.

안써본 이른바 엄지족들은 그 기분을 알지 못한다.


요즘 학생들은 글을 손수 종이에 쓰는 경우는 숙제나 시험 보는 것 말고는 보기가 드물다.

그래서 그런지 글씨를 예쁘게 쓰는 학생도 많지 않아 보인다.

좀 심하게 말하면 대학생들도 초등학생 글씨체를 벗어나지 못한 학생들도 많다. 삐뚤 빠뚤 이다.


대학생들 채점 하다 보면 꼭 초등학교 입학생 같다.

이렇게 학생들의 예쁜 글씨 보기가 어려운데는 “문자질” 때문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엄지족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요즘은 글은 쓰는 것이 아니라 누르는 것이라고 오해할 정도니 이것도 시대 상을 반영하고 있다.


전국 각급 학교가 주중으로 방학이다.

부모님들은 방학 선물로 만년필을 하나씩 선물하면 어떨까 한다.

여름밤 은하수를 보면서 선물 받은 만년필로 소망을 적어 엽서를 띄워 보게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글씨를 예쁘게 쓰게하니 시험 성적에 좋고 인성 교육에도 좋을 뿐아니라 부모님에게 고마움도 느낄테니 일석 이조 아니겠는가.


때로는 불편한 기억도 지나면 추억이 된다.

만년필도 처음 사용하면 불편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옛것이라고 무시하는 것도 현명한 일은 아니다.


만년필은 어쩌면 샘물 같은 지혜를 가져다 주는 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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