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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갈 데까지 간 러시아, 50년된 영화 소품 탱크까지 동원했다! - 우크라전서 전투 차량 1만대 넘게 잃은 러시아 - '최전선서 1천㎞' 러 카잔에 우크라 드론 공격 - 푸틴이 서방에 심은 고정간첩들 색출에 10여년 걸릴 듯
  • 기사등록 2024-12-23 04: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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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서 전투 차량 1만대 넘게 잃은 러시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연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2~3년간 더욱 강해졌다”면서 “내가 러시아를 구했다고 믿는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지금 러시아 상황은 그야말로 피폐의 최밑바닥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3년 가까이 치르면서 소련 시절까지의 장갑차 재고마저 동나면서 수십년간 영화 촬영 소품으로 쓰던 구소련 시대 탱크까지 전쟁터에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러시아 최대 영화 제작사인 모스필름 대표가 지난달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제작사가 보유하고 있던 1950년대 제작 탱크 등 군용 차량 50여대를 러시아군에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모스필름이 제공한 군용 차량은 제작사에서 영화 촬영 소품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1960년대 당시 소련 국방부가 제작사에 기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이에 대해 “50년 넘게 전쟁터를 떠나있던 이 장갑차들이 수십 년 만에 러시아군의 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현재 러시아군이 겪고 있는 장갑차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WSJ은 “서방 당국자와 분석가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2년10개월 가까이 진행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탱크 3600여대를 포함해 군용 차량 총 1만1000여대를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는 러시아의 전쟁 전 기준 15년간 생산량에 맞먹는 수치”라고 밝혔다.


WSJ은 또한 “러시아군이 현재 보유한 남은 탱크는 2600여대로 추정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보유한 장갑차가 곧 완전히 동날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이 탱크 희생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전술을 바꾸고 수십년간 창고 속에 있던 구소련 시절의 장비를 꺼내 정비하는가 하면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등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짚었다.


WSJ은 “최근 러시아군이 전쟁터에 동원하고 있는 구소련 시대의 탱크들은 과거 소련이 붕괴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대량 생산한 것들로 추정된다”면서 “대부분은 1960∼197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당시만 해도 전 세계가 보유하고 있던 장갑차보다 수량이 더 많았는데, 이들을 다시 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몇 주간 정비를 거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러시아가 그동안 전쟁의 핵심 무기로 사용해 왔던 탱크가 고갈 직전에 이르면서 전쟁 수행방식도 변경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최전선에서 탱크 대신 소규모 보병들을 가장 먼저 투입하고 탱크를 나무로 위장해 조심스럽게 내보내는 등의 전술 변화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결국 러시아군이 그동안 탱크를 앞세워 전진하는 방식을 주로 채택해 왔지만 지금은 일단 보병부대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전장에서의 사망자나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탱크 등 장갑차 대신 병사를 더 많이 희생시키는 전술로, 실제로 최근 러시아군 전사자 수가 전쟁 초기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올 가을 하루 평균 러시아군 전사자 추정치는 1000여명으로, 대부분 하루 평균 300명 미만이었던 2022년에 비해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서방에서 조달해오던 정밀 부품과 탱크 광학장치와 같은 부품들을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되면서 탱크 추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앞으로 더욱 장기화되면서 서방세계의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다면 러시아는 전쟁 수행 능력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군사정보 책임자인 키릴로 부다노프는 지난해 8월, “전쟁이 더욱 장기화된다면 소련 시절부터 비축해 오던 모든 무기들이 동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푸틴도 전쟁 물자를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그 중 제일 손쉬운 방법으로 북한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는 방법을 택했다. 지금 상황은 한마디로 북한의 지원없이는 전쟁을 치르기도 힘든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북한 의존적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포와 포탄이 부족해지면서 북한제 무기를 대거 공급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포브스는 “러시아군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시작할 당시에는 약 2천대의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34개월이 지난 지금 800대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산산조각났고 수백대 혹은 그 이상이 포신 손상 등으로 투입 불가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니 사실상 북한군의 지원없이는 정상적인 전쟁 수행도 불가능하다는 진단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푸틴은 러시아 경제의 상당 부분을 무기 증산에 쏟아붓고 있다. 군사 지출은 소련 붕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내년에는 총 지출의 30%가 넘는 금액인 1200억 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전선서 1천㎞' 러 카잔에 우크라 드론 공격]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최전선에서 약 1천㎞ 떨어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면서 “이날 오전 7시 40분부터 9시 20분까지 우크라이나 항공기형 드론이 카잔의 민간 시설을 세 차례에 걸쳐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이 주목을 끄는 것은 카잔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최전선에서 내륙으로 약 1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800㎞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AP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심장부에 전쟁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타타르스탄 공화국 수장 루스탐 민니하노프는 성명에서 “카잔이 8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면서 “1대는 산업시설, 6대는 주거용 건물을 겨냥했고 1대는 강 위에서 격추됐다”고 설명했다.


민니하노프는 이어 “산업시설 인력들은 대피했고,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지만 드론 공격을 받은 주거용 건물과 고층 빌딩에서 불이나 화재 진압 작전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성명은 현실을 상당히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에는 유리로 된 고층 빌딩의 상층부에 충돌한 후 폭발하는 대형 드론이 보인다”면서 “121m 높이의 라주르니예 네베사 타워는 카잔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연방항공교통국은 이날 오전 “보안상 이유로 카잔 공항에 일시 제한이 도입돼 출발·도착편 운항이 모두 중단됐다”고 밝혔다.


[푸틴이 서방에 심은 고정간첩들 색출에 10여년 걸릴 듯]


한편, 러시아의 푸틴이 서방세계 곳곳에 심어 놓은 고정간첩들을 색출하는데 앞으로도 10년 이상이 걸릴만큼 어마어마하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WSJ은 20일, 미국과 영국, 슬로베니아 등의 정보기관들이 8월에 맞교환된 이 러시아 고정간첩들을 색출하기 위해 10여년간 벌인 첩보전을 상세히 보도했다.



WSJ은 “소련은 모든 면에서 서방에 뒤졌지만, 미국에 없는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신분을 위장해 적국에서 수년, 수십년을 살면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 고정간첩이었다”면서 “이들은 외교관 등의 ‘합법적인(legal)’ 신분으로 대사관에 속한 정보요원들과는 달리, 신분 자체가 모두 가짜이고 ‘불법인(illegal)’ 존재였다”고 보도했다.


WSJ은 “합법적 신분의 정보요원들은 간첩 활동이 적발되면 대개 추방되지만, 모든 것이 불법인 고정간첩들은 형사처벌을 면치 못한다”면서 “영국 첩보영화의 제임스 본드가 살인 면허를 소지하고 가끔 허세를 부리며 적의 심장부에 스며드는 것과 달리, 러시아 고첩(固諜)은 마치 수도승 같은 인내와 희생 정신으로 잠복하며 조국 러시아에 헌신했다”고 전했다.


WSJ은 “러시아의 고정간첩 역사는 1917년 러시아 혁명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러시아는 위조 여권으로 신분을 바꾸고 제2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스파이들을 적국으로 보냈다”면서 “미국에서 원자폭탄의 비밀을 빼낸 소련의 전설적인 고정간첩 루돌프 아벨(러시아 본명 빌리얌 겐리코비치 피셔)이 이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WSJ은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KGB 기능은 분산ㆍ약화되자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고정간첩 프로그램도 종료될 것으로 추정했지만, 소련이 해외에 구축한 광범위한 스파이 네트워크는 사라지지 않고 방치된 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2000년 5월 대통령이 된 푸틴은 이 고정간첩 양성 프로그램을 다시 활성화했다”고 짚었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러시아의 관계 ‘재설정(reset)’을 외치며, 미국 대도시 근교에서 미국인으로 사는 러시아인 고정간첩들의 색출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2010년 미 연방수사국(FBI)의 대대적인 ‘유령이야기 작전(Operation Ghost Stories)’으로 러시아 간첩 10명이 붙잡혔다. 이들과, 서방을 위해 이중첩자 노릇을 했다가 러시아에서 붙잡힌 러시아 정보요원 출신 4명이 맞교환됐다. 당시 이 교환도 냉전 종식 이래 최대 규모였다.


WSJ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러시아 고정간첩들을 색출하는 부서인 일명 ‘러시아 하우스’에선 ‘마치 바늘 산더미 속에서 어느 한 바늘을 집어내기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렇게 러시아가 서방세계에 엄청난 고정간첩들을 풀어 놓고 지금도 수많은 공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러시아 뿐이겠는가? 북한은 당연하고 중국도 호시탐탐 대한민국의 수많은 정보들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자나깨나 스파이 조심...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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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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