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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계륵이 된 쿠르스크의 북한군, 서방에 “미사일 결투하자”고 제안한 푸틴 - 4시간여 회견에도 북한군 언급 회피한 푸틴 - 러의 北 무기 의존 심화, 北 도움 없이는 전쟁 수행도 불가? - 러시아, '북한군 드론 무지해 오히려 짐 된다' 불평
  • 기사등록 2024-12-21 04: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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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여 회견에도 북한군 언급 회피한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북한군 참전을 언급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으며, 러시아군들도 북한군에 대해 “오히려 짐이 된다”면서 불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서방세계를 향해 “미사일 결투를 하자”는 엉뚱한 발언까지 내놓아 도대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9일(현지시간)자 전쟁보고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연말 연례 기자회견 내용을 분석하면서 “4시간 30분에 걸쳐 전쟁 상황과 러시아의 경제·외교 정책 등을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정작 쿠르스크에 파병되어 있는 북한군과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태평양함대 155해병여단 병사들의 메시지가 담긴 깃발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ISW는 “푸틴 대통령이 자국 영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는 데 북한군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끄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가 북한군의 전공을 숨기려하는 정황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일부 군사블로거들은 “최근 155해병여단과 북한군 병력이 쿠르스크주의 플레호보 지역을 수복했는데,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점령한 것에 대해 155해병여단 측 일부가 이를 자신들의 공로라고 주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ISW는 “북한군의 전투 기여도를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 '참전의 증거'를 지우려는 노력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는 북한군의 지원 범위를 제한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분명한 것은 푸틴이 세계 최빈곤국인 북한으로부터 전쟁물자를 지원받고 여기에 병력까지 파병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러시아 국민들에게 아예 숨기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한 사실이 러시아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 자체가 그동안 푸틴이 거대하게 포장하고 화려하게 주장해 왔던 ‘대러시아제국의 부활을 위한 전쟁’의 이미지가 완전히 산산조각 날 수 있으며 “북한같은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는 전쟁도 제대로 치를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퍼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푸틴의 러시아는 북한군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지우고 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 병사들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전사자의 얼굴을 소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ISW는 “나아가 이런 푸틴의 '의도적 외면'을 고려하면, 더 많은 수의 북한군이 쿠르스크를 넘어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도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사실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러의 北 무기 의존 심화, 北 도움 없이는 전쟁 수행도 불가?]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북한 무기 의존 심화는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북한의 지원없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치르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포와 포탄이 부족해지면서 북한제 무기를 대거 공급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북한제 자주포가 러시아 화물열차에 실려 운반되는 모습이 지난달에 이어 6주만에 두번째로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이어 “러시아가 170㎜ 포탄을 쓰는 북한제 M1989 '곡산' 자주포를 최근 추가로 대거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122㎜ 혹은 152㎜ 등이 주력인 러시아 포탄 규격과 호환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포브스는 “이번 겨울까지 북한은 러시아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구경의 포탄을 주로 공급해 왔지만, 전선에 투입되는 M1989 자주포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170㎜ 포탄을 쓰는 곡사포는 전세계를 통틀어 북한제 M1989와 관련 모델밖에 없으며, 북한은 이를 러시아와 이란에 공급했다. 그렇다면 이 170㎜ 포탄을 만드는 공장은 북한에만 있을 가능성이 크다.


포브스는 “러시아군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시작할 당시에는 약 2천대의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34개월이 지난 지금 800대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산산조각났고 수백대 혹은 그 이상이 포신 손상 등으로 투입 불가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니 사실상 북한군의 지원없이는 정상적인 전쟁 수행도 불가능하다는 진단인 것이다.


[서방에 “미사일 결투하자”고 제안한 푸틴]


이렇게 4시간 27분간의 연례 기자회견을 한 푸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됐다”면서 “러시아는 서방의 예상과 달리 지난 2∼3년 동안 훨씬 더 강해졌으며, 러시아 군대의 전투 준비 태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러시아가 약세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한마디로 또한번의 허세를 부린 것인데, 그러한 푸틴의 궤변 속에는 북한군의 지원없이는 전쟁 수행도 사실상 힘들다는 현실을 감추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푸틴은 그러면서 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로 시험발사한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오레시니크'(개암나무)의 성능에 서방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창과 방패 대결 형식의 '21세기 하이테크 결투'를 제안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푸틴의 기자회견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멍청이같은 발언’이라며 일축했다. 키이우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의 연례 TV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을 강력하게 비난했다”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흥미로운 일’이냐? 푸틴은 정말 멍청한 놈이라고 응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북한군 드론 무지해 오히려 짐 된다' 불평]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드론 공격으로 북한군을 사살하는 장면이라고 주장하며 1인칭 시점의 흑백 영상을 또 공개했다.


RBC-Ukraine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이날 페이스북 계정에 북한군을 격퇴하는 모습이라며 2분45초 분량의 영상을 게시했다”면서 “공개된 영상에는 눈 쌓인 전선에서 나무 사이 등에 숨어 있던 북한군 추정 병사들이 드론 공격에 쓰러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공중에서 찍은 영상 속에서 한 병사가 있던 자리에 돌연 공격으로 인한 섬광이 일자, 이 병사는 이내 옆으로 나뒹굴며 쓰러진다. 또한 몇 명의 병사가 일렬로 눈밭을 걸어가던 중 뒤쪽에서 폭발과 함께 포연이 자욱하게 일어나는 장면도 있다. 이후 눈밭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듯 다리를 더듬는 한 병사의 모습이 카메라에 클로즈업으로 포착된다.


이어지는 다른 장면에서는 두 명의 병사가 눈밭에 앉아 있던 중 뭔가 낌새를 느낀 것처럼 황급히 자리를 피하자, 곧바로 그 자리에 포탄으로 추정되는 공격이 이뤄진다. 달아나려던 두 병사 중 한 명은 이내 집속탄의 새끼 폭탄에 당한 듯 그대로 쓰러져 눈밭에 나뒹굴고 만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북한군을 향한 공격이라는 점을 알 수 있도록 화염 옆에는 인공기 표시를 했다.


RBC-Ukraine은 이에 대해 “특수작전군은 북한이 쿠르스크에서 전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특수작전군에 따르면 MK-19 유탄발사기와 드론 투하 등을 동원해 북한군을 공격, 12명을 사살하고 2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전했다.


[갈수록 러시아에게 짐만 되는 북한군]


이렇게 전장에서 매일 수백명씩 북한군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이들을 처리하는 러시아내 병원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자신의 남편과 통화하는 내용을 도청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 간호사는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으로 배치돼 참전 중인 남편에게 병원으로 실려온 북한군들에 대해 설명했다.


통화에서 이 간호사는 “쿠르스크에서 열차를 타고 온 부상병들을 병원으로 옮겼다”며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이미 차 있던) 병동을 비워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만섞인 목소리로 “그 사람들은 엘리트도 아니고 북한에서 왔는데 왜 특혜를 주냐”고 토로했다. 통화에서 여성은 전날 100명, 이날 120명을 합해 약 220여명의 북한군 병사가 병원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을 하면서 점점 격앙된 이 간호사는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는데, 통화에서 여성은 “(언어도 안 통하는데) 진통제가 필요한지 어떻게 알겠느냐”며 “그들은 러시아어를 전혀 모르고, 번역기를 써서 소통하려 해도 오역이 된다. 다 똑같이 생겨서 구분도 못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국가정보원은 “북한군이 전선 돌격대 역할(총알받이 역할)로 소모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러시아에 추가 병력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의 투항을 권고하는 전단지를 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9일(현지시간) 친(親)우크라이나 국제시민단체 ‘인폼네이팜’이 공개한 영상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이용해 북한군에 투항 전단지를 살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RFA는 “이 전단지에는 ‘오늘 항복하고 남조선에서의 내일을 맞이하라!’라는 한글 문구와 함께 북한 병사가 태극기를 배경으로 양팔을 벌린 채 환하게 웃는 그림이 담겼다”면서 “또 다른 전단지에는 ‘당신은 돈으로 팔렸다!’라고 적혀 있으며, 김정은 얼굴과 러시아 군복을 입은 군인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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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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