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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 생화학방어 사령관 ‘스쿠터 폭발’로 사망, 크렘린궁에서 불과 7㎞ 거리 - 모스크바 한 복판서 스쿠터 폭탄으로 러시아 고위 장군 사망 - 연이은 러시아의 고위급 지도의 암살, 배후는 우크라이나? - 푸틴, 우크라전쟁에서 러시아가 우세하다고 자화자찬
  • 기사등록 2024-12-18 04: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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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한 복판서 스쿠터 폭탄으로 러시아 고위 장군 사망]


러시아군 화생방전 방어사령관인 이고르 키릴로프 중장이 모스크바에서 폭탄테러로 숨지면서 러시아가 발칵 뒤집혔다. 이 사건은 모스크바 중심부, 그것도 크렘린궁으로부터 불과 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크렘린궁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7일(현지시간) “이날 아침 크렘린궁에서 가까운 모스크바의 랴잔스키 대로에서 전기 스쿠터에 숨겨진 폭발물이 터지면서 핵 방호부대를 지휘하는 키릴로프 사령관과 그의 비서 겸 운전기사가 현장에서 숨졌다”면서 “키릴로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본격적인 침공 이후 암살된 러시아 최고위 장성으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 게시된 사진에는 부서진 건물 입구가 잔해로 흩어져 있고 시신 두 구가 피로 얼룩진 눈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잔해들 사이에는 부서진 전기 자전거와 스쿠터도 발견되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이번 사건에 TNT 300g에 해당하는 고성능폭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날 사건으로 여러 대의 차량과 1~4층에 해당하는 아파트 건물도 파손되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인 바자는 “폭탄은 근처에 널려 있던 킥보드에 묶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키롤르프가 운전기사에 의해 차에 태워지는 바로 그 순간에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타스통신은 이에 대해 “폭탄은 원격으로 작동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모스크바에서 전례없는 범죄가 저질러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키릴로프가 러시아군의 방사능, 화학 및 생물학전을 이끌고 있는 화생방방어부대(RKhBZ)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이 부대는 방사능, 화학 및 생물학 오염 조건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 부대로 알려져 있다.


눈여겨볼 점은 키릴로프 사령관이 사망하기 바로 전날인 16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키릴로프가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한 금지된 화학무기 대량사용의 책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는 점이다. SBU 측은 “개전 이후 키릴로프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사례가 5000회 이상 기록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키릴로프가 CN 및 CS 독성 자극제가 포함된 K-1 전투 수류탄과 관련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영국도 지난 10월 키릴로프와 화생방방어부대가 전장에서 폭동 진압제를 사용하고 독성 질식 작용제인 클로로피크린을 사용했다는 여러 보고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클로로피크린은 질식제로 알려진 매운 냄새가 나는 기름진 액체로, 1차 세계 대전 당시 최루가스 형태로 널리 사용되었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특별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더 이상 군사용 화학 무기고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러시아는 독성 무기 사용 혐의에 대해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월, “러시아가 금지된 유해물질을 사용해 최전선 공격을 늘리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한 키릴로프는 영국 정부에 의해 상습적으로 러시아의 수치스럽고 잔혹한 전쟁범죄들을 가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도 받고 있었다,


러시아는 또한 우크라이나 외에도 지난 2018년 솔즈베리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2020년에는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물론 모스크바는 이러한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한 국가조사위원회는 키릴로프 사령관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며, 이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키릴로프는 국방부에서 전장 상황을 정기적으로 브리핑하는 것을 통해 러시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라면서 “키릴로프의 사망으로 인해 러시아에게도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키릴로프를 암살한 배후에 대해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날 우크라이나 정보국이 행했던 발언 등을 엮어 이 사건의 배후를 우크라이나로 지명하면서 보복전을 벌일 가능성도 상당히 커 보인다.


[연이은 러시아의 고위급 지도의 암살, 배후는 우크라이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영국의 더타임스는 “키릴로프는 크렘린이 거의 3년 전 우크라이나에서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한 이래 모스크바에서 암살된 가장 고위 러시아 군 장성”이라면서 “지난달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공세를 펼치는 동안 염소와 기타 독성 물질이 포함된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고 짚었다.


더타임스는 이어 “작년에 그는 미국이 황열병과 같은 열대성 질병을 옮기는 모기로 가득 찬 드론을 러시아 군대에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면서 “그의 죽음은 키이우와 다른 도시들을 향해 발사된 순항 미사일을 현대화하는 러시아 무기 전문가인 미하일 샤츠키가 모스크바 바로 외곽에서 우크라이나 암살자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총격을 받고 사망 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는 또한 2022년 모스크바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로 인해 극우 작가인 알렉산더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사망한 사건에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푸틴을 지지했던 전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일리아 키바도 작년 모스크바 근처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는데, 그는 SBU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그러면서 “키릴로프의 죽음은 작년에 크렘린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무인기 두 대가 폭파된 이후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가장 주목받는 공격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국 GUR의 수장인 키릴 부다노프는 7월에 그의 요원들이 푸틴 대통령을 죽이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고 말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푸틴, 우크라전쟁에서 러시아가 우세하다고 자화자찬]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이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더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푸틴은 전날 열린 러시아 국방부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올해는 '특별군사작전' 목표를 달성하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해가 됐다”며 “올해에만 우크라이나 마을 189개를 점령하는 등 러시아군의 전투 활동은 전체 전선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확고히 잡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선 전체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모스크바는 향후 10년 내에 유럽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동맹과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벨로우소프 장관이 나토와의 전쟁 준비를 말한 것은 지난 7월 나토 정상회의와 나토 동맹국들의 군사 문서 내용을 근거로 말한 것인데, 그는 특히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이전·배치하려고 한다”면서 “미국이 그런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러시아는 미사일 배치에 대한 모든 자발적인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지난 7월 독일에 배치한 장거리 미사일이 8분 안에 모스크바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벨로우소프 장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올해 우크라이나군을 4500㎢의 영토에서 몰아냈고, 하루 평균 30㎢씩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푸틴과 벨로우소프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그만큼 지금 러시아가 불안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길어도 1주일이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것으로 생각했고, 그 후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세우면서 벨라루스와 같은 러시아를 호위하는 국가로 만들려 했었다. 실제로 당시 국경을 넘은 군인들이 1주일치 식량과 보급품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런데 전쟁은 이제 2년 10개월을 넘어가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인명피해만 하더라도 17일 현재 76만 5천여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경제는 사실상 내년을 제대로 넘길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위태위태하다.


이뿐 아니라 세계 2위의 국방력이라 자신했던 러시아의 실체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완전히 발가벗겨지면서 러시아는 핵무기 빼고는 변변찮게 자랑할 것조차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을 러시아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또한 무엇보다도 그동안 푸틴 체제를 뒷받침해 주었던 러시아 엘리트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상황 전반이 크게 악화되면서 푸틴에 대한 실망감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하자 이에 불안감을 느낀 푸틴이 자화자찬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떠들어댄 것이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애초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전쟁을 치를 체급이라 생각한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3년 가까이 버티고 있다. 그런데도 영토의 일부를 조금 확보했다고 자랑하는 푸틴이 이젠 애처롭기까지 하다. 푸틴에게는 과거의 마초 이미지도 사라졌고 이젠 노쇠한 전범으로서의 추악한 모습만 보일 뿐이다. 푸틴의 자화자찬이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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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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