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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엇이 노회찬을 자살로 몰고 갔는가? - 도덕적 우월감이 무너진 진보, 설 자리 없어 - '포괄적 뇌물' 발언이 변명의 여지없이 스스로 퇴로를 막아 - 드루킹 트위터에 대해 정의당도 분명한 해명 있어야
  • 기사등록 2018-07-24 10: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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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참으로 슬프다. 

촌철살인의 입담을 자랑했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아파트, 그 곳은 노 대표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사는 곳이었다.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허익범 특검팀의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아직 본격 사에는 돌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의 계단에서 그의 외투와 신분증, 그리고 유서가 발견되었는데 그 중 정의당 앞으로 보낸 유서에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드루킹 측)으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지만 청탁은 없었다.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는 내용이 있었다.


유서는 총 4장 분량 3통이었는데 각각 정의당과 가족(아내와 동생)이 수신인으로 되어 있었다.


[왜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노회찬 원내대표의 지난 행적은 보수우파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지만 그러면서도 또 보수우파들에겐 참으로 부러운 존재였다. 

누군가는 꼭 해야할 말을 시원하게 사이다같은 발언을 해 왔기 때문이다.


너무나 뼈저리게 맞는 말들만 해대니 아마도 그러했을 것이다.


어쩌면 노회찬의 삶은 큰 어항의 메기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렇게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하던 그가 드루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노 원내대표의 경기고 동창인 도모 변호사를 통해 금전을 수수한 것이다. 

그 금액이 특검측은 5천만원, 노 원내대표는 4천만원이라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경위야 어찌되었건 노회찬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와 의미와는 전혀 걸맞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노회찬은 진보 그 자체였으며 정의당의 상징같은 존재였다. 

진보는 보수세력에 대해 도덕적 우월감이 있다. 

진보에게 있어 도덕성이 무너진다면 그는 사이비 진보요 생계용 진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상징감을 갖는 노회찬 원내대표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노 원내대표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정의당에서는 “노 원내대표가 불법자금 수수설을 강력 부인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믿는다”고 했고 본인도 역시 극구 부인했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노회찬 원내대표로서는 도덕적 우월감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당혹감, 죄책감 등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특별히 그러한 파문이 자신 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요즘 한참 상승세를 타는 정의당에게까지 파급되는 것에 대해 일종의 두려움까지 느꼈을 지도 모른다.


사실 본인 주장대로 청탁과는 무관한 “신고하지 않은 정치자금”으로 법적 요건을 다툴수도 있었지만 본인의 과거 발언이 스스로 퇴로를 차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포괄적 뇌물’ 발언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주장대로 한다면 본인도 그 요건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드루킹이 노회찬 원내대표 뿐만이 아닌 정의당 전체를 겨냥한 트위터 글도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


▲ 드루킹의 지난해 5월 16일 트위터 내용


드루킹은 지난 해 5월 16일 트위터에 “야, 정의당과 심상정 패거리들... 너희들 민주노총 움직여서 문재인 정부 길들이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내가 미리 경고한다”면서 “지난 총선 심상정·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 방에 날려 버리겠다. 못 믿겠으면 까불어 보든지”라고 적었다.

그 당시만 해도 두루킹의 댓글 조작 행각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는 우선 드루킹이 노회찬에게 자금을 제공한 것이 의도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과 함께 정의당 전반에 걸쳐 뭔가 모를 약점을 두루킹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어쩌면 노회찬은 자신이 죽음으로써 이 파문이 정의당 전체까지 넘실대는 것을 막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추론을 예견할 수 있는 단서가 어느 인터넷 매체의 글에 있다.


이래권 칼럼니스트는 지난 7월 18일 “노회찬 의원과 정의당은 한 몸이자 운명공동체”라는 글이 그것이다.


그는 이 글에서 “한국에서 노동운동가이자  정치지도자인 걸출한 인물인 노회찬 의원이, 이미 중선위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5000만원 불법 정치자금수수설이 일파만파로 퍼져 한국 민중민주운동 세력이 궁지에 몰렸고, 수사 결과에 따라선 정의당 존립근거가 취약해질 궁박한 처지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이 글은 이어 “정의당과 노회찬 의원은 한 몸이자 운명공동체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노회찬 의원이 지인이자 동학(同學) 인연이 있는 자를 통하여 드루킹이 전달한 5000만원을 골고루 당 활동에 나눠 썼다면 미필적 공동정범으로서 그 책임을 모면키 어렵고, 도덕적 비난과 추구했던 ‘민중을 향한 희생과 봉사’는 거짓으로 증명되기 때문이다.”라고 정리를 했다.


그는 또 “노회찬 의원이 심청이로 희생당할 거란 말도 들린다.”면서 “노회찬 의원이 ‘호박을 들고 수박밭을 지나갔는지’, 즉 누명인지 아니면 금품이 오갔는지, 혹은 되돌려줬는지에 대해서 그 결과는 진보진영의 심대한 정치적 도덕적 타격을 가할 문제로서 그 과정을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는 말도 했다.


또 “노회찬 스캔들이 원만하고 정확하게 매듭지어지고 무혐의로 나오면 진보는 다시 일어설 것이요, 근묵자흑(近墨者黑)의 미력한 촉범사실일지라도 밝혀지는 날엔 본인 보다 진보진영 국민이 도매금으로 부패하고 탐욕스런 집단으로 매도될까 심히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이러한 일파만파를 막는 '심청이'로서 노회찬 의원은 파국적 결단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혹시 노회찬 의원의 방미 기간 중 통화 내역을 확인해 노회찬의원의 자살을 충동한 사실은 없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래저래 노회찬 의원의 불법자금수수 사건은 노회찬 의원의 자살로 ‘공소권없음’으로 마무리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파는 진보세력들에게 엄청난 너울로 달려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정의당, 드루킹의 주장에 대해 입장 표명해야


그럼에도 특검은 드루킹의 정치자금 수수 문제나 정의당을 향한 경고에 대한 수사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드루킹이 정의당에 대해 무슨 약점을 쥐고 있길래 저러한 발언을 했을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의당도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다. 


드루킹의 트위터 내용이 공개되었음에도 입을 닫고 있다면 그 사실 자체를 시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생을 달리한 노회찬 원내대표의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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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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