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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7-19 06:18:17
  • 수정 2018-07-19 13: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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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교정. 이 사진은 기사본문과 관련없음 [Wikimedia]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은 헌법에 천명된 가치이다.
대한민국 대학은 이처럼 소중한 헌법 정신 덕에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겉모습이나마 제법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탄생사에서 성장사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자유, 교육의 자유’라는 진정한 생명적 가치를 가꾸어왔느냐는 점에서는 부끄럽다 아니할 수 없으며 최근에 이르러 오히려 그나마 남아 있는 자유마저 빼앗기고 쇄망의 기로에 서 있는듯 하기까지 하다.

사실 대한민국의 대학은 해방과 미군정기를 거치면서 탄생하는 과정부터 난산이었다.
탄생기의 대한민국 대학들은 대학의 본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다툼과 고뇌없이 어떤 의미에서는 식민기 중 억압된 교육열의 비정상적 폭발과 전쟁기의 징병유예제와 맞물리면서 사실상 미숙아와 같은 모습으로 탄생하였다.

5.16 군사혁명후 성립된 제3공화국에 의해 추진되었던 대학정비령과 서울대학교 이전을 위한 시설특별회계의 설치사들은 이러한 미숙아를 어떻게 해서든지 정상아로 만들기 위한 인큐베이터이기도 했다.

난산을 겪고 태어난 대한민국 대학의 성장기 또한 쉽지 않았다.
기형성장이라고 밖에 볼 수없는 한국대학의 성장사의 시작은 이른바 1980년 7.30교육개혁에서 단행된 졸업정원제와 대학본고사 폐지가 단초였다.

197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발동이 걸린 한국의 경제부흥은 눌려져 있던 교육열이 1968년 중학교 무시험입학, 1973년의 고교평준화 정책으로 연이어 추진된 중등교육의 보편화가 고등교육단계로 확산되는 진앙지가 되었다.

졸업정원제는 처음부터 우려했던 대로 진행되었다.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 하여 대학의 학사관리를 엄정히 하려고 했던 목표는 사라졌고 결국 탄생기에 이은 또 한번의 기형적 대학성장의 결과로 나타났으며, 1995년 시작된 5.31교육개혁의 산물인 대학설립준칙주의에 의해 가속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미 대학생 입학자원 감소가 예견되기 시작했으며, 기형적으로 성장한 대학들의 도태 또한 예견되었고 그 대응으로서의 ‘대학구조조정’ 어젠다가 성립되기 시작했다.

대학설립준칙주의는 역설적으로 대학의 규모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대학의 구조조정이 더 이상 정부의 관여를 통해 이루어지기 보다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자율규제로 가야한다는 당위론적이면서도 희망론적인 대안이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그것은 희망일 뿐, 현실은 매우 다른 방향으로 흘렀으며, 2018년 대학구조개혁평가라는 코미디적 모순으로 최종 귀결되었다.

본고사 폐지는 더 큰 해악을 낳고 말았다.
2018년 대한민국 교육현상에서 아마 최대의 이슈는 대학입시 논쟁일 것이다.
모든 모순은 대학의 자율적 고유 권한이어야 할 입시가 국가통제하에 있는 데서 기인한다.
국가통제는 대학입시를 교육이 아닌 정치 이슈로 변환시켜왔다.

초중등 교육을 감당하는 교육감들이 대학의 입시에 대해 관여하고 국회에서 정쟁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전국 400여개에 이르는 대학들이 각자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교육 목표와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이하의 표준화된 교육에 맞추어 학생을 뽑아야 하는 모순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임에 분명하다.

대학은 대학대로 자신의 일을 하는 곳이어야 하고, 초중고등학교는 고등학교대로 자신의 일을 하는 곳이어야 하며, 양자간 서로 이익이 맞는 상대를 골라 각자의 대응 방식을 찾는 것이 대학 입시이며 학교 교육이다.

여기에 국가가 사회가 정치가 나서서 시험문제까지 기존 출제문항을 재활용하여 출제하되 난이도까지 조절하라는 등 전세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간섭을 하는 일은 양자를 모두 죽이는 일일 뿐이다.

대학은 자유로운가? 오로지 이 질문 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대학의 자유’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가까이가기 위해서는 대학의 원형인 서구대학의 탄생사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밖에 없다.

서구대학 탄생사는 대학이 독립된 생명유기체로서, 적어도 보편적 특질인 자유로운 지배체제와 독자적인 교육과정으로서의 과학활동, 그리고 보편적 교육 도구로서의 세계어를 사용하고 있는가를 따져 물을 것을 요구한다.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그러한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자기 대학의 학사이념에 적합한 학생을 뽑을 자유, 학생수를 정할 자유, 등록금을 정할 자유, 교수를 뽑을 자유, 총장을 뽑을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여왔는지 물어야 한다.

그런 자유가 없다면 대학은 사실상 죽은 목숨이거나 복제품에 불과할 뿐이며, 아마도 노벨상 수상자는 영원히 배출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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