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뒷목잡을 우크라의 공격, ‘러 무기 보급로’ 다리 파괴]
푸틴이 뒷목 잡을 일이 또 일어났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진격 11일째인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세임강 다리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레닌 동상도 파괴되고 우크라이나군은 오늘도 진군을 계속하고 있어 총력 방어전을 펼치는 러시아군을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7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쿠르스크 지역에서 무기와 장비를 공급하는 데 이용하는 세임강 다리를 폭격을 통해 파괴했다”면서 “이 다리의 파괴로 러시아군의 병력 지원 및 주민 대피에도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밀리터리 옵저버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이 주로 사용하는 통로를 모두 파괴하면 글루슈코보 지역을 방어하는 러시아군 전체가 차단될 것”이라고 적었다.
글루슈코보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북쪽으로 약 24km 떨어져 있으며 지난주 우크라이나의 초기 국경 공격의 중심지였던 수드자에서 서쪽으로 약 64km 떨어져 있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쿠르스크 지역이 처음으로 서방의 로켓 시스템, 아마도 미국산 하이마스로 보이는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친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인 터프쿠르스크는 미국산 무기의 정밀 포격으로 이미 구멍이 뚫린 채 완전히 파괴되기 전 심하게 손상된 다리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채널은 이어 “러시아군에 있어 주요 보급통로인 세임강 다리는 이미 완전 파괴되었으며 몇 km 하류에 있는 두 번째 다리도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최고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우크라이나의 군대가 적군 영토로 최대 3km 더 진격했다고 말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군도 군대, 탱크, 장갑차를 국경 지역으로 급파했다”고 전했다.
[방어에 나선 러시아군, 대응이 지리멸렬한 이유?]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진격에 깜짝 놀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긴급 전략회의를 열고 일부 정규군 부대와 연방보안국, 국경 수비대 및 징집병 등 다양한 병력을 쿠르스크 최전선으로 보내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문제는 이들 구성원의 상당수가 아직 총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훈련병들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UCL 명예교수이자 러시아와 푸틴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마크 갈레오티는 텔레그래프에 “징집병들은 여전히 반쪽짜리 어린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그들은 국가에 맡겨진 존재들이기는 하지만 국가는 적어도 그들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러시아의 2년 전 침공 당시 기본 훈련도 마치지 않는 수백명의 징집병이 최전선에 투입되었다가 고스란히 우크라이나군에 투항하고 또 포로로 잡히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엄청난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원래 푸틴은 징집병들은 최전선에 보내지 않기로 러시아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진격으로 마음이 급해진 푸틴이 또다시 훈련병들을 쿠르스크 전장터로 내보낸 것이 확인됐다. 실제로 러시아어 반전 정보 채널인 '숲으로 가자' 텔레그램 채널에서 한 여성은 “자신의 아들이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되기 전 10일간의 기본 훈련과 소총 사격만 두 번 받았다”면서 “그들은 훈련소에서 막 도착한 사람들을 줄 세우고 90명을 선발해 쿠르스크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같은 사실이 러시아 내부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들 훈련병들이 우크라이나군 진입 당시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오합지졸로 있다가 고스란히 포로로 잡혀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수백명의 러시아 징집병을 체포했다고 했고, 우크라이나 수미 교도소 소장은 전날까지 320명의 전쟁 포로를 처리해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서쪽으로 이송했는데, 이 가운데 80%가 징집병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16일(현지시각) 2명의 미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둔 병력 수천 명을 빼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 방어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크라가 장악한 마을, 레닌 동상 무너지고 공포와 혼란 가득]
러시아 당국은 연일 쿠르스크 주에 침공한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했다고 선전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CNN은 16일(현지시간) “거리에는 방치된 시신들이 썩어가고, 총에 맞은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마을 광장의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은 얼굴의 절반이 날아갔다. 주민들은 방공호에 모여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군과 동행해 방문한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작은 마을 수자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수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10km정도 떨어진 마을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5일부터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한 곳으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CNN은 이어 “현지 거리는 대부분 텅 비어 있고, 치열한 교전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면서 “지평선에 이따금씩 폭발로 인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소총 사격 소리와 포병 부대의 출격 소리가 폭풍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고 전했다.
CNN의 카메라는 특히 한 건물의 지하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주민들을 영상에 담았는데, 건물 입구에는 큰 골판지에 펜으로 “지하실에는 민간인들만 있습니다. 군인은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치명상 입은 푸틴, 크렘린 내부도 흔들린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진입은 러시아 내부, 특히 크렘린궁에까지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대혼란을 가져왔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푸틴이 일으킨 전쟁이 날이 갈수록 푸틴의 계산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면서 평소에는 크렘린궁을 열렬히 응원하던 애국주의적 군사전문가들마저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해 지금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침공으로 러시아 내부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더타임스는 이어 “이번 러시아 본토가 침략당한 사건은 무엇보다도 푸틴은 결코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신화적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으며 이제는 푸틴의 말에 신뢰성이 사라졌고, 그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또한 “지난 2년 동안 건설 중이라고 주장했던 국경 방어는 존재하지도 않는 부적절한 것으로 판명되었다”면서 “대전차 방어를 포함한 적의 진격을 막기 위한 방해물들은 푸틴의 측근들에게 수의계약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여기에 당연히 많은 부정과 부패들이 숨겨져 있음도 확인되었다”고 짚었다.
더타임스는 그러면서 “최근들어 푸틴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푸틴은 우크라이나군의 본토 침공 이후 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눈에 띄게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변덕스러운 모습은 기본이었고, 그동안 전혀 보이지 않던 행동들, 예를 들면 회의를 하는 동안에 계속 메모하고 또 그 모습을 횡설수설하면서 읽기도 했다. 더불어 푸틴이 뭔가 지시를 하기는 했지만 이또한 황당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철수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그만큼 푸틴이 제 정신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쿠르스크주에 대한 반격작전을 지시하면서 특별한 구체성도 없었으며 그저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또 행동하기를 요구하는 수준 이하의 행동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리더십에 엄청난 불안감이 배어 있음을 보여준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불안이 그를 감싸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한 상원의원은 뉴스매체인 베르스트카에 “푸틴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매우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러시아 언론들마저 조금씩 불만과 불안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러시아 당국은 쿠르스크 주에서 대피한 20여만명의 피난민들을 잘 돌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 언론들은 이러한 정부 발표 대신 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과 연방정부가 이들 피난민의 필요를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평소에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적 지지의사를 보였던 영화 제작자 카렌 샤크나자로프는 국영 텔레비전에 출연해 “이런 실수가 계속되면 우리는 패배할 수 있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혼란’의 끝엔 ‘반란’이 기다리고 있다!]
더타임스는 “지금 푸틴 정권이 불안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쿠데타나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진단하면서도 “쿠르스크 주 등 지역에서 난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칫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이어지면서 사회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렘린 내에 있다”고 짚었다.
더타임스는 이어 “애국심은 전쟁 중에 그들을 억제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들을 불태울 수도 있다”면서 “푸틴도 이러한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점령사태를 가능한 한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면서 최대한 빨리 우크라이나군을 퇴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봤다.
더타임스는 “그러나 푸틴은 스탈린이 했던 교훈, 곧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교훈을 아직도 배우지 못했다”면서 “자칫 푸틴이나 게라시모프는 여전히 이 상황을 재앙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연 푸틴은 이 험악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문제는 지금 푸틴이 보여주는 리더십으로는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 내부의 위기감은 더욱 팽배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쿠르스크 주에 대한 푸틴의 대응이 러시아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