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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파죽지세 우크라이나, 서방에 ‘푸틴 몰아내게 해 달라’ 호소 - 러 본토 1050㎢ 장악한 우크라, 모스크바까지 진격 태세 - 젤렌스키, 서방에 “더 깊숙한 곳 공격 허가해달라” - 당황하는 푸틴, 회의에서 횡설수설, 불안한 모습 역력
  • 기사등록 2024-08-14 04: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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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본토 1050㎢ 장악한 우크라, 모스크바까지 진격 태세]


우크라이나의 파죽지세가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13일 오전(현지시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 등 1050㎢를 장악했는데, 이는 거의 하루만에 400㎢ 이상을 늘렸다는 점에서 러시아에게도 엄청난 충격이 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기세는 아예 모스크바까지 진격해 블러디미르 푸틴을 축출하겠다는 각오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키이우포스트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 군부 지지 텔레그램 채널, NASA 위성 데이터의 보고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오전까지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 등 약 1050㎢ 면적을 우크라이나가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이날 참모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점령한 영토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SNS에서는 우크라이나군 장갑차량이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수자(Sudzha) 시내를 지나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이 도시를 점령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도 이날 “우크라이나가 40㎞ 전선에 걸쳐 러시아 영토 안 12㎞까지 진입했으며 총 2000여명이 사는 28개 마을을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오신트(OSINT, 오픈 소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3일 오전 현재 약 44개의 러시아 정착지가 우크라이나의 통제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1억 달러 투입해 만든 요새마저 파괴한 우크라이나]


그런데 이렇게 파죽지세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두 개의 방어선을 돌파했는데 이들 방어선은 러시아가 2년반에 걸쳐 약 1억 900만 달러(1494억원)를 투입해 러시아 국방부와 연방보안국(FSB) 국경관리국이 건설한 요새로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뛰어난 장비와 속도를 갖춘 부대 중 하나인 80 항공 강습 여단이 투입돼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러시아의 언론사인 아겐스트보(Agentsvo)가 보도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아겐스트보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지역을 습격하는 동안 러시아 당국이 2.5년간 150억 루블을 투입해 건설한 두 개의 요새를 돌파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이 요새를 넘어서는 데는 불과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아겐스트보는 이어 “이 요새들에 이어 오는 11월 15일까지 세 번째 요새도 건설될 예정이었다”면서 “지역의 방위역량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요새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겐스토보는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숨진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이 요새 건설에 대해 ‘쓸데없는 자금 낭비’라고 비판한 적이 있었다”면서 “아무리 요새를 잘 지어놓았다 하더라도 이를 지킬 병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짚었다.


아겐스토보는 “쿠르스크 지역을 방어해야 할 러시아군 병력은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원래 있던 병력은 대부분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으로 재배치되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서방에 “더 깊숙한 곳 공격 허가해달라”]


이렇듯 파죽지세로 러시아를 향해 진격해 가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세를 몰아 공세를 강화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서방을 설득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12일, 서방 동맹국을 향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영국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는 국경지대를 넘어 (러시아 본토 내) 비행장과 물류 허브를 공격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별도 연설에서 “지난 6월 1일 이후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와 맞닿은 우크라이나 수미주를 거의 2100차례 공격했다”며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전쟁을 몰고 왔고 이제 자국으로 돌려받고 있다”고 말했다.


[당황하는 푸틴, 회의에서 횡설수설, 불안한 모습 역력]


이러한 우크라이나군의 예기치 않은 러시아 본토 진격과 관련해 푸틴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또 직접 회의를 주재했는데, 푸틴은 이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자필로 작성한 메모를 읽었다. 이 장면과 관련해 영국 전 국방무관 존 포먼은 “(회의에서) 푸틴이 불안해 보였다. 당황한 것 같다”며 “지난 5년간 그가 직접 쓴 메모를 읽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실 본토 피습과 관련해 그가 직접 주재한 회의는 7일, 9일에 이어 이번이 3번째인데도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본토 진격에 대한 뾰쪽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지 “적을 영토에서 몰아내고 제압하며 안정적인 국경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주 임무”라고 지시했고 또한 “러시아 본토에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은 즉각 퇴각하라”고 명령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차후 평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러시아군의 자국 영토 공격을 중단시키는 한편 러시아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본토 공격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마치 제3자가 관전평을 하듯 발언했다는 점에서 서방의 언론들을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푸틴은 또한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원자력발전소 시설을 위협하는 자들과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도 했는데 이 역시 푸틴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게 만든 발언이었다. 그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했던 무차별 공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어서다.


[백악관, “푸틴, 본토공격 우려된다면 즉각 우크라에서 철수하라!”]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진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던 미국 백악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백악관의 표현이 매우 거칠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3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이 전날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지역 진격이 우려된다면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발언했다”면서 “커비 대변인은 푸틴에게 전쟁으로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 철수하는 것만이 러시아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 본토 진격에 대해 미국이 사전에 통보받지는 못했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해 미국의 시스템 지원은 당연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주 공격과 진격에 대해 미국도 묵인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무기지원도 지속할 의향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쿠르스크 넘어 벨고로드까지... 우크라의 진격은 계속된다]


눈여겨볼 것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이 거침없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주를 접수한 상황에서 바로 이웃의 벨고로드까지 공격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타스통신은 “벨고로드주의 주민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고,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도 이날 텔레그램 영상 성명에서 “크라스노야루즈스키 지역 국경에서 적이 활동하고 있다”며 “걱정스러운 아침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밤사이 벨고로드, 쿠르스크, 보로네시 상공에서 각각 5개, 11개, 2개의 드론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쿠르스크와 접한 벨고로드주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이 처음은 아니지만 쿠르스크주에서 전투가 계속되는 터라 러시아로선 군사적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헌재 우크라이나군의 진격 상황을 보면 지난해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를 향해 별다른 저항없이 진격해 갔던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모스크바의 두려움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사실 러시아 내부에서의 방어 능력이 너무나도 허술하다는 점이다. 이는 프리고진의 모스크바 진격 때도 드러났지만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진격에서도 여지없이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모스크바를 지키려면 지금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투입되어 있는 지상병력을 차출해 재배치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현재 북부와 남부 전장에서 병력이 약화되면서 우크라이나군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보니 아직 훈련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는 초년병들까지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러시아군은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12일,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 대응에서 무질서와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이로인해 러시아군 내에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도 지난 11일, “모스크바가 이미 쿠르스크에 있는 러시아 징집병과 덜 치열한 전선에서 철수한 전투원, 그리고 쿠르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원래 배치되어 있던 북부 군대의 부대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병력 배치는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의 무질서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병력과 화력 열세인 우크라, 한계는 있지만 의미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의 현재 병력과 화력으로 모스크바까지 진격한다는 것 자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러시아 본토까지 진격해 러시아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들면서 푸틴의 평판을 흔들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의미있다고 할 것이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에 대한 기습 공격이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일을 행한 것”이라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를 침공하는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푸틴은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이번 침공으로 루블화는 급등했다. 이는 러시아 국민들이 본격적으로 불안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러시아군의 실체가 너무나도 허술하다는 점을 만천하에 다시한번 입증해 주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푸틴이 자랑해 왔던 러시아 군사력이 밑단부터 모두 드러났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렇게 푸틴의 체면은 이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침공으로 인해 완전히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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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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