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터넷신분증' 추진하는 중국, 모든 정보 통제한다!]
중국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국가가 인정하는 ID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발급받도록 하는 ‘국가 인터넷 신분증’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모든 사용 정보들을 언제든지 국가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75년 전에 출간된 조지오웰의 소설 1984가 묘사했던 디스토피아가 오늘의 중국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8일, “중국의 국가 인터넷 ID 시스템 도입 움직임은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 네티즌의 의견을 더욱 억압할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이 논란은 중국 공산당의 현직 지도자와 은퇴한 원로들이 모이는 연례 베이다이허 회의가 허베이성 해변 휴양지에서 열리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7월 26일, 중국 공안부와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인터넷 사용자가 온라인에 접속하기 전에 사이버 공간 ID를 발급받도록 하는 규정 초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공안부는 경찰 조직을 감독하는 기관이고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중국의 인터넷 규제기관이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앞으로 한달동안 이번에 발표한 규정 초안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것이고 아마도 초안의 핵심에서 벗어난 일부 내용만 수정을 하고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총 16개 조항으로 된 인터넷 ID 시스템 개요를 보면 문자와 숫자로 조합한 인터넷 주민번호격인 '인터넷 번호'와 '인터넷 신분 인증'을 도입해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마디로 인터넷 업체들이 하는 개인 신분 인증을 국가가 직접 나서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인터넷을 사용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인터넷 ID 시스템에 사용자 등록을 하고 통합 디지털 ID를 부여받게 된다. 일단 명분은 지금 민간 인터넷 플랫폼들이 각각 ID를 부여하면서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민간 인터넷 플랫폼들은 아예 각 기업이 부여하는 ID 대신 국가로부터 공인받은 ID로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고 보면 된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플랫폼 기업들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및 보유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반대로 중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모든 정보, 곧 이용자의 인적사항은 물론 인터넷 이용 기록 등 전반적 정보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국가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개인의 모든 것들을 다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국가가 직접 인터넷 ID를 발급한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중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 정부보다 더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시진핑 정부가 최근들어 알리바바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엄청난 자산 상실과 중국의 국익에도 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철퇴를 내린 배경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 공산당보다 더 많은 정보나 자산관리 등을 해서는 안된다는 강한 인식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력한 반발에 부딪친 인터넷 ID 국가관리 시스템]
닛케이에 의하면 중국 당국에 의해 인터넷 ID 시스템 제도가 발표되자마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격렬한 반발들이 이어졌다. SNS에서는 일종의 당국에 의한 의견 수렴 절차는 형식적인 것으로, 정부가 모든 인터넷 사용 정보를 통재하겠다는 발상이라면서 정부의 의도에 대해 비판적인 글들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 당국이 나서서 부랴부랴 비판적 댓글들을 삭제했지만 아직도 일부 글들의 제목은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게시물이 중화인민공화국 사이버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었다”는 문구가 뜨면서 해당 게시물을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중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당국이 발표한 규정 초안에는 인터넷 ID 시스템 사용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결국 플랫폼 회사들이 당국의 요구에 의해 자사 플랫폼 발행 ID가 아니라 국가당국이 발행한 ID만 쓰도록 강제할 것이 뻔하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발행 인터넷 ID가 없으면 그 흔한 바이두는 물론이고 각종 SNS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끝내는 인터넷 사용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금까지 플랫폼이 개별적으로 수집하고 보유하던 인터넷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를 국가가 완전히 통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개인의 사상까지도 국가가 검열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최악의 경우 통합된 데이터가 해킹을 당한다든지 유출될 경우 상상 이상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지금 중국내에서 국가가 인터넷 ID를 발급하고 관리하는 것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것도 중국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특정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엄격하게 감시하고 통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이 파악한 인터넷 사용 정보들을 중국이 자랑하는 CCTV를 통한 안면인식 정보와 결합하고 또한 각 신용카드를 비롯한 금융기관 자료까지 연계해 통합한다면 중국 공산당 당국은 사실상 중국 인민 모두의 일거수 일투족을 언제든지 꿰뚫어 볼 수 있고 또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75년 전 출간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묘사된 디스토피아적 세계인 것이다. 중국내 비평가들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까 결국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발행 인터넷 ID를 도입한다는 것은 허울좋은 명분일 뿐이고 실제로는 모든 중국 인민들의 생각은 물론이고 실제 삶까지도 통제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국가의 인터넷 ID 관리, 중국내 대규모 시위 부를수도...]
문제는 중국 당국의 뜻대로 국가발행 인터넷 ID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중국 공산당이 실제로 인터넷 통제를 강화해 나간다면 지난 2022년 중국 전역에서 펼쳐졌던 백지시위가 또다시 재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말을 꺼내는 중요한 이유는 이번에 중국 당국이 시행하려는 인터넷 ID 제도가 사실 지난 코로나19 시대에 신분증과 건강코드 앱을 결합했던 것과 유사해서다. 시진핑 정부는 당시 바로 코비드 건강앱을 통해 모든 중국인들의 출입과 자유로운 이동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등 시진핑의 봉쇄조치를 시행하는 데 있어 핵심적 도구 역할을 했었다.
이러한 중국 당국의 강압적 봉쇄 조치는 결국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핵생들과 젊은이들을 거리로 나서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백지 시위’로 알려진 이 집단행동은 코로나 봉쇄정책을 즉각 폐지할 것을 요구했고 일부 시위대는 시진핑 주석의 하야를 직접 외치기도 했다. 이러한 위세에 놀란 시진핑 주석은 결국 그 철통같았던 코로나 봉쇄 조치를 전면 해제하기에 이르렀다. 사실상 두 손을 든 것이다.
당시 백지시위는 결국 성공했지만 나중에 시위 주동자들은 모두 소환되었다. 일부는 강력한 경고를 받았고 다른 일부는 일시적으로 구금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사이버 신분증 제도 규정 초안이 발표된 직후 후난성에서 백지시위 때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신화현의 한 육교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직접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중국을 발칵 뒤집히게 만들었다.
일부 SNS에 게시된 영상을 보면 시진핑을 독재자와 국가반역자로 칭하면서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또 게시된 영상에는 ‘자유, 민주주의, 선거’를 요구하는 확성기 소리도 들렸다.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기 직전인 2022년 10월 베이징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 시위대가 시 주석의 권력 집중과 기타 정치적 왜곡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시통교 고가도로에서 펼쳤다.
베이징 사건은 시 주석의 당 총서기 3선 연임이 확정되는 정치 행사를 앞두고 수도 베이징이 경계 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발생해 중국 보안 기관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인터넷 ID 제도 도입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은 중국내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지금 중국의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가 그야말로 심각하다는 점, 또한 중국 경제가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 때문에 여론이 일시에 폭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 당국도 이를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 당국이 모든 인터넷을 직접 관리할 수있도록 하는 국가 ID시스템을 반드시 밀어 붙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제도를 밀어붙이는 장본인들이 바로 중국의 안보 실세인 차이치와 왕샤오홍 공안부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 두 사람의 체면도 걸려 있어서 ‘초안’이라는 말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된다.
차이치와 왕샤오홍은 시진핑의 권력 집중을 최일선에서 챙기는 두 개의 가장 큰 파벌인 푸젠성그룹과 저장성그룹의 핵심 멤버들이다.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차이치는 지난 3일 베이다이허에 나타나서 자연과학, 사회과학, 공학, 문화 예술 등 저명한 전문가들과 만나 올해 모임의 시작을 알렸다.
베이다이허 휴가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당분간 공개석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베이다이허 현장에서는 중국내 중요한 정치현안과 경제정책 등에 대해 많은 논의들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국가가 관리하는 인터넷 ID제도가 중국 공산당의 안위를 가를만큼 위기를 몰고올 수 있다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중국 공산당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이는 결국 조지오웰의 소설 1984가 2023년의 중국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중국 인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야만 안심이 되는 나라, 그것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