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가 트럼프 추월? 트럼프, ‘가짜뉴스’라며 분노]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으로 교체된 이후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트럼프측이 격하게 분노하면서 ‘조작된 여론조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5일(현지시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을 이기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되자 그 조사는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조작된 가짜라고 비난했다”면서 “트럼프 선거 캠프의 선임 고문인 브라이언 휴즈는 해리스가 전국적으로 트럼프보다 1% 포인트 앞선 50% 대 49%의 지지율을 보인 CBS 뉴스와 YouGov의 최근 조사에 대해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두 후보는 주요 경합주에서 각각 50%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공화당의 브라이언 휴즈 고문은 성명에서 “3,102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여론조사는 이전 조사보다 더 많은 진보주의자와 더 적은 보수주의자를 표본으로 추출했으며, 가중치를 제대로 적용하면 트럼프가 51% 대 49%로 앞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즈 고문은 이어 “가짜 뉴스 미디어는 위험할 정도로 진보적인 카멀라가 경제 실패와 범죄 정책에 유화적인 기록을 숨기도록 계속 돕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 분석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를 부풀리기 위해 숫자 조작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휴즈 고문은 그러면서 “미국 국민은 이러한 조작을 이미 간파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가스라이팅을 통해 해리스가 승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BS 뉴스/유고브 여론조사는 해리스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가장 최신 조사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7월 21일 경선에서 탈락하기 전 기록한 열세를 뒤집은 것이다.
[실제 미국 대선 판도는 격변하고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최근 들어 여러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간의 지지율 차이가 좁혀졌으며 오히려 평균 지지율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여론조사에서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파이브써티에잇의 전국 평균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가 45.3% 대 43.7%로 트럼프보다 1.6% 포인트 앞섰으며, 네이트 실버도 해리스가 평균 45.5% 대 44.1%로 트럼프보다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국 여론조사를 집계하는 Polling USA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는 8월 4일 현재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1.7% 앞서고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캠프의 입장에서는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캠프는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는 점에서 백악관을 재탈환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인 에드 크라센스타인은 자신의 X에서 “MAGA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여론조사가 자신들이 원하는 생각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가짜라고 선동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에는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백악관 재입성을 자신해 왔는가라고 묻고 싶다”고 썼다.
[지난 2주간의 혼란이 여론 판세를 뒤집었다]
CNN은 5일, “도널드 트럼프가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섰을 때만 해도 승리가 확실해 보였던 트럼프의 캠페인은 미국 역사상 유례가 거의 없는 17일 동안의 대반전이 일어났다”면서 “암살 시도에서 살아난 트럼프를 중심으로 공화당은 단합된 모습을 보였고 반면 바이든은 지지율 하락과 모금 부진 등으로 당내 우려가 극에 달했지만 해리스가 등판하면서 선거 판도가 뒤집혔다”고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의 출발점으로 전당대회 폐막연설에서 ‘미국의 단결’이라는 포인트에서 벗어나 공격 모드로 전환한 것이 큰 실책이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미국의 단결이라는 통합적 메시지로 계속 나아갔다면 3일 후 바이든의 후보 하차와 해리슨 등판이라는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은 더욱 견고해졌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가 과거에 ‘아이 없는 고양이 여성’이라면서 무자녀 여성을 비하한 발언이 역풍을 맞으면서 심지어 당내에서 부통령 후보 교체론까지 나오게 됐다. 이는 부통령 후보 결정으로 대세론에 힘을 보탰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트럼프의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지난 7월 31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 흑인 언론인협회 대회에서 해리스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은 치명타였다. 이는 특히 해리스 후보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트럼프에게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기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일들이 겹치면서 미국 대선판은 크게 출렁거렸다. 사실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후보가 변경된 것 자체가 민주당의 결속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정작 민주당 입장에서는 부통령 후보 결정과 전당대회라는 엄청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민주당의 컨벤션효과는 아직 본격화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해리스의 지지율이 트럼프를 앞서기 시작했다는 것은 공화당 입장에서 선거전략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트럼프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존 맥러플린은 2일 CNN의 ‘인사이드 폴리틱스’에서 “지금 선거 판도가 격변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이슈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선거판에서 정책 대결은 이미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말도 했다.
맥러플린의 말대로 트럼프는 사실 오히려 차분하게 해리스와 정책대결을 했어야 했다.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들은 더 이상 부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차분하게 정책을 말하고 해리스와의 TV토론에서도 미국의 단합과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방안을 놓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면 중도파들로부터도 상당한 호감도와 함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는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것이 선거 판세를 역전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캠프와 가까운 한 공화당 컨설턴트는 “민주당 후보가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바뀌는 과정에 대해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도 없고 오히려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소가 된다”면서 “트럼프는 트럼프가 자신있는 그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말이 맞다. 트럼프는 지금 해리스의 인종적 특성이나 후보 교체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트럼프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더욱 강력하게 설파해야 한다. 그것이 트럼프의 지지율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와 캠프의 헛발질이 오히려 민주당원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특히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후보가 교체되는 순간 민주당원들은 생기를 얻었고 다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는 이제 오히려 트럼프의 리스크가 됐다. 특히 트럼프는 나이도 젊은데다 여성 후보와 대결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트럼프 캠프의 선거전략도 대대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여성 후보를 신변과 관련된 것들, 예를 들면 인종이나 여성이라는 것들을 공격 소재로 삼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한다해도 트럼프에게는 전혀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지금 말 그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만이 지지율을 견고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TV토론도 트럼프 스타일로 당당하게 붙어야 한다]
최근들어 미국 대선에서의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대선 후보간 TV 토론 문제다. 원래 바이든과 트럼프간에는 9월 10일 abc가 주최하는 토론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후보간 합의라기 보다는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합의라고 봐도 좋다. 이 토론 자체가 대통령 후보간의 토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이든이 해리스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abc에서의 토론은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 그러나 돌연 트럼프 측에서 폭스뉴스가 주최하는 TV토론을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를 해리스는 ‘도망가지 말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사실 abc가 아닌 폭스뉴스에서만 토론을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상당히 옹색하다. 마치 홈그라운드에서 매치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TV토론 문제로 신경전이 지속된다면 트럼프 입장에서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다. 토론의 달인이라고 말하는 트럼프가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를 고집한다는 것 자체가 토론 진행자의 베니핏을 얻으려 한다는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바이든과의 TV토론이 CNN에서 열렸음에도 트럼프가 압도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와 가까운 한 전문가는 CNN에 “트럼프 캠프가 지나치게 안주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트럼프 캠프의 전략이 너무 부실한 듯 보인다”면서 “지나치게 트럼프 개인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말도 했다.
분명한 것은 해리스가 등판하면서 선거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캠프도 능동적으로 변화해야만 한다. 동시에 트럼프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이젠 상대가 노쇠한 바이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나 공화당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 해리스의 민주당을 대하는 전략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다보니 트럼프도 별다른 준비없이 즉흥적인 발언들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말의 실수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에게는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를 선정하고 곧바로 민주당 전당대회를 열게 되면 분명히 이에 따른 컨벤션 효과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피격사건과 공화당 전당대회가 컨벤션 효과를 일으켰지만, 해리스 후보로 변경하면서 이를 상쇄시켜 버린 것 같이 공화당도 민주당의 컨벤션 효과를 지워버릴 수 있는 중대한 이벤트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한 전략적 접근이 없다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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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hytimes.kr/news/view.php?idx=19735-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